창세기속의 영원한 복음 제4부 죄와 심판 제12장 창세기속의 심판사건들과 심판절차
 창세기에는 인간의 타락(창 3),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창 4), 홍수(창 6-9), 바벨탑사건(창 11장),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창 18-19) 등의 대표적인 심판기사가 있다. 심판은 왜 발생했는가? 심판과 하나님의 사랑은 과연 조화되는가? 심판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할 수 있는가? 창세기의 심판 기사들 속에는 공통적인 심판 절차가 나타나 있다. 이것들은 마지막 시대에 이뤄지는 재림 전 심판, 곧 조사심판의 진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심판의 절차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의 오묘한 조화를 발견하게 된다. (194.1)
 1. 공통적인 심판절차
 창세기에 나타난 여러 심판들의 공통적인 양식은

   (1)은혜의 기간,

   (2)범죄,

   (3)조사,

   (4)선고,

   (5)집행,

   (6)완화조치이다.1

 이것을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은혜의 기간 범죄 조사 선고 집행 완화조치
아담 창 2:7-25 창 3:1-7 창 3:8-13 창 3:14-19 창 3:22-24 창 3:20-24
가인 창 4:1-7 창 4:8 창 4:9-10 창 4:11-12 창 4:16 창 4:13-15, 17
홍수 창 6:1, 3 창 6:2, 4 창 6:5-12 창 6:13-22 창 7:1-24 창 8:1-9:19
바벨탑 창 11:1-2 창 11:3-4 창 11:5-6 창 11:7 창 11:8-9 창 12:1-3
소돔과 고모라 창 18:22-33; 19:1-3 창 19:4-11 창 18:20-21; 19:1-11 창 19:12-22 창 19:23-28 창 19:29
(194.2)
 2. 인류의 타락
 1) 은혜의 기간
 창세기 2장은 인류가 하나님의 각별한 은총을 받은 존재인 것을 나타낸다.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이상적인 노동의 터전을 주시고, 배우자를 허락하셨다(창 2:8-15, 18-25). 동산 중앙의 두 나무—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인간 존재와 관련된 두가지 사실을 말한다(창 2:9). 생명나무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불멸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육체적 생명에 관해 하나님께 은혜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교훈한다. 이성적이고 영적인 존재로서 인간에게 참된 지혜와 생명의 삶은 ‘야훼’를 경외하는 것임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교훈한다. (195.1)
 ‘야훼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창 2:16). 입법자로서 물질세계에 질서를 존재케 하심으로 만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은2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통해서 인간 세계에 영적 도덕적 질서를 세우셨다. 에덴에 존재한 하나님의 명령은 에덴이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백성들이 통치를 받는 ‘확고하게 조직화된 사회’임을 보여준다.3 (195.2)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과 막힘없는 교제를 누렸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복 주셔서 거룩하게 하신 제 칠일 안식일을 통해서 하나님을 경배하고 하나님과 교제하였으며(창 2:1-3) 하나님은 에덴을 즐겨 찾아오셨다. 창세기 2장에 나타난 에덴은 성소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창세기 3:8에 동산을 ‘거니시는’(מִתְהַלֵּךְ, mithallëk) 하나님의 모습을 묘사한 동사형(הָלַךְ, h¹lak의 힛파엘 분사형)은 이스라엘의 장막 성소에 임재하시는 하나님께 사용된다(레 26:12; 신 23:15[14]; 삼하 7:6-7).4 인류는 에덴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봉사하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창세기 2:15에 동산을 ‘경작하며’(עָבַד, `äbad, ‘일하다, 섬기다’), ‘지키게’(שָׁמַר, šämar, ‘지키다, 준수하다’) 하신 것은 예배를 의미하는 제사장적 용어이다.5 에덴을 회복하는 일을 위해서 하나님은 구약 시대에는 이스라엘을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으로 세우셨고(출 19:6) 신약 시대에는 교회를 왕 같은 제사장과 거룩한 나라로 세우셨다(벧전 2:9; 계 1:6; 5:10). 회복된 본향에서 하나님과 그 어린양은 인류 속에 보좌를 베푸실 것이며, 구속 받은 인류는 하나님께 제사장으로 봉사하며 살게 된다(계 22:3).6 (196.1)
 2) 범죄
 창세기 3:1-7의 범죄는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반역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며,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의 범죄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비로우신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부정하는 배은망덕이며, 자기의 근본을 부정하는 창조 언약의 파괴이다. 인간 존재의 근거가 되는 창조의 부정이기 때문에 범죄하는 순간에 인간은 반창조의 세계에 속하였다. 이와 같은 인간 존재 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아담과 하와는 저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발견함으로 인식하였다(창 3:7). 제사장으로서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였다(출 20:6; 레 6:10). (197.1)
 3) 조사
 창세기 3:8-13에서 조사심판과 관련해서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율법을 어긴 것에 대한 심문을 보게 된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는 매우 큰 특권으로 환영을 받았을 하나님의 동산 방문은 죄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하나님은 아담, 여자, 뱀의 순서로 조사하셨다. 범죄에 대한 의식이 없는 뱀을 제외한 아담과 여자는 하나님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197.2)
 ‘네가 어디 있느냐?’(אַיֶּֽכָּה, ´ayyeºKKâ, 창 3:9) 이 질문을 통해 하나님은 아담을 심판자 앞에 소환하셨다. 두 사람이 범죄했으나 하나님은 아담 개인을 부르셨다. 각 사람은 하나님의 심판정에 홀로 서야 한다. (197.3)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10절) 아담은 ‘내가’라는 말로 개인적인 답변을 한다. 히브리어 본문은 하나님의 소리를 강조한다. 원어 ‘콜카’(קֹלְךָ, qölkä) ‘너의 (목)소리’를 의미하며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나-너’의 관계를 가리킨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 관계는 모든 관계의 원천이 되는 근본적인 관계이며, 이 관계에 적신호가 들어올 때 영적 위기에 처한다. 아담은 하나님의 소리를 ‘들었다.’(שָׁמַעְתּי, šäma`Tî,) (‘내가 들었다’)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정신적 자각은 아담에게 자기의 불순종 상태에 대해 일깨웠으며,7 그는 경외심으로 경배하는 대신에 공포심으로 하나님 앞에서 도망했다. ‘두려워하여’에 사용된 히브리어 ‘야레’(יָרֵא, yärë’) 동사는 ‘두려워하다, 경외하다’를 뜻하여 의인이 하나님께 대해 갖는 존경과 사랑의 태도인 경외심을(창 22:12; 42:18; 출 1:17; 신 5:29) 가리키는데 사용이 되고 있다. 재림 전 심판 때에 인류는 창조주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분께 영광을 돌리라는 초청을 받고 있다(계 14:7). (197.4)
 ‘이르시되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창 3:11) 아담 스스로가 벗었음을 자각했다. 개인적인 죄의 자각이 중요하며, 아담은 사랑의 하나님을 이미 체험했기 때문에 숨는 대신에 하나님께 죄를 고백해야 했다. 그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하나님은 단도직입적으로 ‘그 나무’(הָעֵץ,  hä`ëc) 를 지적하셨다. 하나님은 사물의 본질을 아시는 분이다. ‘그 나무’는 순종과 불순종 사이에서 아담을 판단한다. 조사는 순종과 불순종의 실상을 밝히는 것인데, 아담은 스스로의 죄를 고백하는 대신에 매우 방어적이 되어서 여자와 하나님을 비난하였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아담은 하나님이 여자를 그에게로 이끌어 오실 때 얼마나 기쁨에 겨워 행복해 했던가. 범죄 후 아담은 일차적으로 그 여자를 비난하였고 이것을 통해 축복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을 재앙의 원인으로 비난하였다. 아담은 나무와 관련하여 아내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다. 명백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불행의 사태에 대해 희생자라고 자처했다. 하와도 뱀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동일한 태도를 취하였다. 비록 하와는 뱀을 하나님과 관련시키지 않았지만, 창세기 3:1은 뱀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기술하고 있다. (198.1)
 ‘야훼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창 3:13) ‘어찌하여’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마’(מָה, )는 ‘무엇’, ‘어떻게’,‘왜’를 의미하여 실체를 파악하는데 사용이 되는데, 실체적 규명을 통해서 하나님은 죄의 뿌리가 되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셨다.8 (199.1)
 ‘뱀이 나를 꾀므로(הִשִׁיאַנִי, hiššî´anî) 내가 먹었나이다.’ 히브리어 nš´(נשׁא)동사의 (힢일)형인 ‘힛쉬’(הִשִּׁא, hiššî´)는 ‘속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예수님은 이렇게 인류를 기만하여 사망 가운데 이끌어 온 마귀를 가리켜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라고 말씀하셨다(요 8:44). 뱀의 배후에는 대기만자인 사단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뱀에 대한 심판선고 속에 사단이 심판을 받았다. 바울은 아담의 타락을 범례(paradigm)로 삼아 ‘죄가 기회를 타서 계명으로 말미암아 나를 속이고(evxhpa,thse,n, ’에크세파테센‘) 그 것으로 나를 죽였는지라’(avpe,kteinen, ‘아페크테이넨’) (롬 7:11)라고 고백했다.9 (199.2)
 창세기 3:13‘이렇게’로 번역된 히브리어 ‘조트’(זֹּאת, zö´t, 기본형은 זֶה, zeh, ‘이것’)는 창세기 2:23을 주도하는 단어이다. 두 절을 비교할 때 하나님의 사랑의 선물로서 찬탄과 감사의 대상이 되었던 여자가 세상에 불행과 사망을 안겨다 준 장본인으로 크게 대조되어 있다.10 따라서 창세기 2:23은 자기에게 반려자가 주어졌음을 보고 아담의 즐거움에 겨워하는 감정을 듬뿍 담고 있는 반면에 창세기 3:13은 저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끔찍스러운지 것인지 그 본질을 아시는 하나님의 고통이 담겨진 질문이다.11 (199.3)
 4) 선고
 창 3:14-19는 하나님의 심판선고이다. 조사부터 심판까지의 과정을 보면 조사는 ‘아담-여자-뱀’의 순서인 반면에 선고는 ‘뱀-여자-아담’의 순서로 되어 있어 문학적 구조는 뱀에 대한 선고 속에 들어 있는 원복음을 강조하고 있다. 심판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이 크게 빛을 발하고 있다.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