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선하고 인자한 목자! 자신의 피로도 잊은 채 허리를 굽히고 양들의 상처에 기름을 바르고 있는 목자! 그는 상처를 입은 상(傷)한 목자가 아닌가?

 — 시편 23편(113.1)
 선한 목자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생업이 양치는 일이다. 그리고 범죄와 함께 제일 먼저 죽은 사람도, “양의 첫 새끼”를 제물로 드린 것 때문에 형의 미움을 받아 양처럼 땅에 피를 뿌리고 죽은 선한 목자 아벨이었다(창세기 4장 참조). 목자와 양이 운명을 함께 한 것이다. 그 후 참으로 선한 목자 예수께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이 땅에 오셔서 땅에 피를 뿌리고 죽으심으로 그 선한 목자 이야기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히브리서 12장 29절 참조). (113.2)
 예전의 아브라함, 이삭, 야곱과 그의 열두 아들들과 모세도 양을 쳤다. 그리고 이새의 막내 아들 다윗도 양을 칠 때에 사무엘이 기름을 부어 왕을 삼아, 무명의 시골 목동 다윗은 다윗 대왕이 되었고 시편 23편의 저자가 되었다. (113.3)
 시편 23편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시골 목동이 읊조린 한낱 전원(田園)의 목가{牧歌)가 아니다. 그것은 산전수전(山戰水戰)다 겪으며 험한 일생을 사는 동안 여물은 한 개의 호두알처럼 성숙한 인간의 경험이요, 인생의 앙금이다. 길 잃은 양처럼 방황하듯,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서 고금(凍西古今)의 모든 사람에게 시편 23편이 그토록 절실하고 애틋한 것도 다윗이 걸어간 인생길의 노래가 우리 모두에게 공감(共感)되어 공명(共鳴)하고 있기 때문이다. (114.1)
 시편 23편의 다함이 없는 이야기는, 그 옛날 다윗이 양을 치던 베들레헴 들판에서 밤에 양떼를 지키던 선한 목자들에게 구주 탄생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감격이 고조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윗의 선한 목자였던 여호와께서 이 땅에 오셔서,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요한복음 10장 11절)린다고 나직이 말씀하신 후, 참으로 십자가에서 양을 위하여 생명을 버리신 선한 목자가 되심으로 시편의 진주인 23편은 그 두꺼운 베일을 벗는다. (114.2)
 부족한 것뿐인 양
 양처럼 부실(不實)하고, 어리석고, 꾀 없고, 힘 없고, 속절없는 짐승도 없다. 짐승에겐 필수적인 방향 감각이 없어, 제 갈 길을 찾아서 가는 개나 고양이 같지 못하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 같은 공격 무기는 고사하고, 몸을 숨길 줄도 모르는데다가 방추형의 안짱다리는 빨리 뛰지도 못해 방어 무기라고는 전혀 없는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부족한 것뿐인 짐승이다. 짐승답지 않게 겁이 많고, 가려 주지 않으면 독초도 뜯는 그야말로 숙맥이요, 핥고 구르고 문질러 몸과 털을 깨끗이 할 줄도 모르는 칠칠 맞은 한심한 짐승이다. 자신이 연약하고 부족한 것뿐인 한 마리의 속절없는 양에 지나지 않음을 자각한 목자 다윗은, 자신의 이 모든 부족을 능히 채우시는 선한 목자 여호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에 심금을 울리고 있다. 떼를 지어 사는 군거(群居) 동물이면서도 목자와는 하나하나의 이름으로 통하는 개별 관계를 가진 특이한 짐승인 양처럼, 다윗은 “나의 목자”이신 하나님께 “한 마리 양의 시”“그와 나의 시”(He and Me Psalm)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114.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床)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시편 23편). (115.1)
양처럼 부실하고, 어리석고, 꾀 없고, 힘 없고, 속절없는 짐승도 없다. 짐승에겐 필수적인 방향 감각이 없어, 제 갈 길을 찾아서 가는 개나 고양이 같지 못하다. 부족한 것뿐인 양에게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목자가 있어야 한다.
(116.1)
 부족함 없는 목자
 부족한 것뿐인 양에게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목자가 있어야 한다. 양에게 없는 것을 목자는 모두 갖추었다.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는 양에게 목자가 인도하는 길(guidance)은 바른길, 의(義)의 길이요, 그 길에는 먹을 것과 마실 것 등 모든 필요(provision)가 보장돼 있다. 피곤할 때는 잔잔한 물가의 휴식(rest)이 제공되고, 외롭고 지루한 길에는 동행(companion)이, 지칠 때는 회복(restoration)이, 슬플 때는 위로(comfort)가, 두려워 떨 때는 격려(encouragement)가, 위험할 때는 보호(protection)가 지체 없이 제공된다. 그뿐인가? 상처받은 심신은 기름 바른 부드러운 손으로 치유(healing)되고, 피곤해진 저녁에는 일몰과 함께 평안한 안식처(dwelling)로 인도되어 목자와 더불어 영원한 안식(sabbath • rest)으로 들어간다. (116.2)
 엄마는 아기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아기는 필요가 있을 때마다 엄마를 불러 그 필요를 채운다. “엄마, 맘마”는 배부름을, “엄마, 추워”는 따뜻함을 보장한다. 성경의 하나님의 백성들도 그렇게 살아왔다. 언약에 성실하신 하나님의 칭호인 “여호와”의 이름에 필요를 덧붙여 아기처럼 하나님을 찾았다. (116.3)
 그런데 히브리어로는 “여호와 로이” 즉, “여호와는 나의 목자”로 시작되는 시편 23편에는 이 모든 것이 아래처럼 갖춰져 있어, 그것이 최대의 신앙시임을 보여 주고 있다. (117.1)
히브리 칭호 뜻과 내용 성경 인용 시편 23편
여호와 — 이레 모든 필요를 갖추심 창세기 22장 14절 1절
여호와 — 살롬 평화〔평안〕를 주심 사사기 6장 24절 4절
여호와 — 로페카 질고를 고쳐 주심 출애굽기 15장 26절 3, 5절
여호와 — 치드케누 죄로부터 의롭게 하심 예레미야 23장 6절 3절
여호와 — 닛시 승리〔깃발〕를 주심 출애굽기 17장 15절 5절
여호와 — 므카디 속된 것을 출애굽기 31장 13절 5절
슈겜 거룩하게 하심

여호와 — 삼마 영원히 함께 거하심 에스겔 48장 35절 4, 6절
(117.2)
 심령이 주리고 목마르거든
 물이 귀한 예루살렘 변방의 팔레스틴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변한 풀밭과 쉴 만한 물가가 별로 없다. 우기가 지나면 땅은 황량해지고, 물이 고였던 습지를 따라 군데군데 흩어진 빈약한 풀밭이 고작이다. 그리고 비오는 철에 잠시 물이 흐르는 개울인 “와디”(wadi)가 마르고 나면, 양들은 모처럼 파 놓은 공동 우물이나 약간의 풀이 자라는 가파른 석회석 계곡 발치의 산여울을 만나야 물맛을 보게 된다. (117.3)
 동틀 무렵 무리를 떠난 양들은 부지런한 목자가 미리 다녀온 풀밭에 이르러 아침의 시장기를 면한다. 정오의 뙤약볕을 피하여 양들이 서로의 그림자 속에 머리를 파묻기 시작하면 목자는 한참이나 걸리는 산여울의 물가로 향한다. 양들이 물가에서 쉬는 동안 목자는 돌로 물살을 막아 양들이 좋아하는 잔잔한 물가를 만든다. 겁이 많고 털이 많은 양들은 털이 휘말리는 물살을 무서워한다. 물가로 들어선 양들은 갈망(渴望)하던 생수를 뱃속 깊이 마시며 갈증을 푼다. (117.4)
 팔레스틴의 들판처럼 참으로 황량하고 메마른 세상이다. 뽀얀 먼지가 오르는 세상 인심 속에서 모두의 마음은 피곤하고, 허기지고, 목말라 있다. 오염 투성이 세상에서 마음 놓고 먹고 마실 것이 없는 것 만큼이나 영혼의 주림을 채워 줄 양식과 심령의 갈증을 풀어 줄 생수가 없다. (118.1)
 “주여 이 떡〔양식〕을 항상 우리에게 주소서”(요한복음 6장 34절) (1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