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와 로마 군대 제3장 초기 그리스도인 병사와 로마 군대 (A.D. 173-312) B. 병사순교자 열전(兵士殉敎者列傳)에 나타난 초기 그리스도인 병사들의 군복무관
 이 축제와 유사한 것으로 동방 세계에 사키아 축제(Sakea-Feast)라는 것이 있다. 이 축제는 이시타르(Ishtar) 여신을 위한 것인데 바벨론에서 시작되어 근동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었다. 그러나 이 축제가 로마 군대 안에서도 행해졌다는 증거는 다시우스의 순교 행전에서만 나타나고 있다.32 (158.3)
 위의 행전에 의하면 순교자 다시우스가 위의 축제에서 장병들에 의해 사투르날리아 왕으로 뽑혔으나 그가 그것을 거절함으로써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즉각 체포되어 총독(Legatus)인 바쑤스(Bassus)의 법정(Praetorium: 본영)에 출두했다. 바쑤스는 두 차례에 걸쳐 “황제들의 상(像)”에게 기도할 것을 명했으나 다시우스는 두 차례 모두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그 명령을 불복했다. 바쑤스는 3일의 여유를 주며 재고할 것을 명했으나 다시우스가 완강히 거절하므로 참수형을 선고했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그의 뒤를 병사들이 따라와 그를 다시 황제의 신상 앞으로 끌고 가서 분향하게 하자 그는 향을 흩어 버리고 신상들을 땅에 팽개치고 발로 짓밟았다. 막시미우스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치세 중인 11월 20일 금요일 4시에 그는 두로스토롬(Durostorum)에서 처형되었다. (159.1)
 위의 행전을 검토해 보면 다시우스가 축제의 왕이 될 것을 거부함으로써 투옥되었는데도 바쑤스는 심문 과정에서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는 점이 전후 문맥 상 모순을 일으킨다는 인상을 준다. 뿐만 아니라 다시우스의 행전 이외의 자료에서는 로마의 축제 중 최장의 축제 기간이 7일로 나타나 있고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이미 인간 제물이 법으로 철폐되었으며 법률적인 이유 이외의 일로 병사를 살상하는 일이 군법으로 금지되었다.33 그리고 두라 제일력(祭日曆. Feriale Duranum)에 나오는 사투르날리아 축제일은 7일간의 조용한 축제였다.34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할 때 위 행전의 내용 중 축제 관련 기사는 상당 부분이 후대에 추가된 것으로 여겨진다. (159.2)
 그러나 이같은 기술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순교사건 자체와 순교열전이 전하려는 신앙적 기별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에서 본 주제와 관련하여 주목되어야 할 사항은 다시우스가 황제들의 신상에 기도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처형되고 있다는 것과 군대 생활 중 군대의 축제가 그리스도인 병사들에게 신앙 생활의 함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60.1)
 b. 퇴역병 티파시우스(Tipasius, the Veteran)35
 티파시우스의 순교 행전은 티파시우스가 군대에서 겪은 두 개의 고통스런 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다루고 있다. 이 두 사건은 시간적으로 상당한 간격이 있다. 처음 사건은 기원 297-298년에 5부족(Mauretania Sitifensis 주에 주거하는)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북아프리카로 들어간 막시미아누스의 원정군에 그가 재소집 되면서 발생된 것이고, 두 번째 사건은 교회와 성경을 파괴하라는 대박해 칙령(디오클레티아누스 혹은 막시미아누스의)을 실시하기 위해 퇴역병들을 재소집했을때 그도 재소집되면서 발생된 것이었다. (160.2)
 행전의 본문에 의하면 티파시우스는 첫번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군에서 퇴역하여 금욕생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97-298년에 막시미아누스의 북아프리카 원정에 재소집되었다. 전투가 이루어지기 여러날 전에 막시미아누스는 병사들에게 상여금(donativum)을 나누어 주었는데 티파시우스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이 상여금을 거절했다. 그는 밤에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앞으로 40일 이내에 막시미아누스가 혁혁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 사실을 막시미아누스에게 전했다. 그후 티파시우스가 감옥에서 40일을 보내는 동안 막시미아누스 황제는 5부족을 정복하고 돌아와 티파시우스를 석방시키고 수도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퇴역을 허락했다. (160.3)
 이 사건에서 보면 티파시우스 자신은 참전을 거부하면서도 그 전쟁의 승리를 예언하여 다른 사람들의 참전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161.1)
 그가 두 번째의 퇴역에서 다시 재소집된 것은 대박해 칙령을 이행하기 위한 퇴역병 재소집에 따른 것이었다.36 티파시우스는 수도생활을 하던 장소에서 떠나기를 거부하여 체포되었다. 지휘관(dux) 클라우디우스(Claudius) 앞에 끌려간 티파시우스는 “전에는 세상을 섬겼으나 이제는 그리스도를 섬기고 있으므로” 이교 신들에게 제사할 수 없으며 또 무기도 받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행전에 따르면 상관이 티파시우스에게 잡으라고 던진 무기들은 그의 손에 닿기가 무섭게 기적적으로 파괴되었다. 그는 304년 1월 13일 티카비스(Ticabis)에서 순교했다. 그리고 그의 처형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복수가 뒤따랐다. (161.2)
 티파시우스의 이야기는 두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차례의 퇴역, 두 차례의 수도생활, 두 차례의 소집, 두 차례의 체포, 두 차례의 투옥이다. 그러나 실제의 이야기는 티파시우스가 군복무를 거부하고 결국 처형되는 단일 사건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37 티파시우스는 군복무를 거부하고 신들에게 대한 제사(diis Immolet) 즉 신들에 대한 분향을 거부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 그는 제대한 퇴역병이기 때문에 재소집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클라우디우스는 황제가 마음대로 규정을 바꿀 수 있다고 대답하는 대목이 주목을 끈다. (161.3)
 c. 퇴역병 율리우스(Julius-the Veteran)38
 무수릴로(Musurillo)는「로마의 순교자록」(Martyrologium Rom- (162.1)
 anum)을 따라 율리우스가 하부 모에시아(Moesia Inferior) 두로스토롬(Durostorum)에서 순교했다고 하면서 그 연대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이교신들에 분향하지 않는 자들에게 사형을 명령한 제 4차 칙령이 선포된 304년으로 추정했다.39 (162.2)
 「순교자 율리우스의 행전」에 의하면 율리우스는 지사(Praeses) 막시무스(Maximus)의 휘하 병사들에 의해 “신들에게 분향하라는 황제의 칙령을 복종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지사 막시무스 앞에 끌려갔다. 막시무스는 간단히 분향하고 돌아가 네 일을 하면 그만일 일을 가지고 웬 소란이냐고 타일렀다. 심지어는 분향해야 하는 책임을 지사의 강압에 돌림으로서 양심상의 고통이나 신도들의 비난을 면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회유했다. 또 분향하면 10년 보너스(decennalium pecuniam)까지 받게 된다고 유혹하고 “만약 네가 제국의 칙령들을 존중하지 않아 분향을 않는다면 너를 참수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율리우스는 “하나님의 법”을 지키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율리우스는 “제국의 칙령들에 복종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형에 언도되었다.” (162.3)
 「율리우스의 행전」의 말미에 의하면 율리우스에 앞서 발렌티오(Valentio)란 한 병사가 이미 순교를 했고 율리우스의 뒤를 이어 이시키우스(Isichius)란 병사가 순교를 기다리고 있다. (162.4)
 3. 요약
 위에서 대박해 기간의 전과 후로 구분해서 병사순교자들의「행전」을 살펴본 결과를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63.1)
 (1)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 이전에는 그리스도인 병사들의 순교가 제국의 적극적인 의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 병사 측의 적극적인 신앙 주장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163.2)
 (2) 대박해 이전의 경우를 보면 병사 순교자들의 태도에 의견을 달리하는 동료 그리스도인 병사들이 존재했으나 이 무리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와 원칙상으로 동감하면서도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행동을 같이 못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진다. 따라서 병사 순교자들의 행위는 그리스도인 병사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지표를 나타내는 것이다. (163.3)
 (3) 말썽 없이 군복무를 계속하는 병사들을 정죄하지 않는 교회와 동료 교인들의 태도는 타협적으로 군복무를 계속하고 있는 병사들의 행위들에 대해 단순히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었을 뿐이지 그들의 행위를 긍정한 것은 아니다.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