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절) 여호와여 멀리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 (105.1)
 (21절) 나를 사자 입에서 구하소서

           주께서 내게 응락하시고

           들소 뿔에서 구원하셨나이다 (105.2)
옷마저 벗기운 채 서너 개의 못에 손발이 박혀 하늘과 땅 사이에 걸리신 하나님의 아드님, 심한 출혈과 고뇌의 진한 땀으로 갈증은 극에 달하였고 뒤로 당겨진 가슴은 호흡 장애를 일으켜 ∙∙∙
(105.3)
 사복음서 중에서도 특히 마가복음의 십자가 기사는, 일천 년 전에 기록된 위의 표상적 예언이 얼마나 정확히 이루어 졌는지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어, “ ∙∙∙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누가복음 24장 45절)하신 예수님이 말씀을 확증할 수밖에 없게 한다. (105.4)
(시편 22편) (기사 내용) (마가복음 15장)
12, 16절 악인들에게 에워싸임 29~32절
16절 십자가에 손과 발이 못박힘 24절
18절 옷을 제비뽑아 나눔 24절
7, 8절 비웃음과 놀림의 말들 29~32절
15절(69장 21절) 심한 갈증과 신 포도주 제공 23, 36절
1절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34, 35절
31절 “다 이루었다”는 선언 37절(요한복음 19장 30절)
21절 죽음의 침묵과 전환 37절
(105.5)
 내 수족(手足)을 찔렀나이다
 

 1968년 여름 이스라엘 고고학 발굴팀은 예루살렘 북쪽 외곽에서 예수님 당시인 서기 7~70년 사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여호하난(Jehohanan), 곧 요한(John)이란 이름의 28세쯤 된 유대인 젊은이의 유골함(遺骨函)을 찾아냈다. 그림에서처럼, 두 무릎을 꿇린채 옆으로 포개고 두 발목을 겹쳐 놓고 왼쪽에서 못을 박아 몸을 고정시켜 체중으로 인한 고통을 가중시켰다. (106.1)
이제 흐느낌은 노래로, 울부짖던 기도는 찬양으로 바뀌었고, 치욕의 십자가는 영광의 면류관으로 바뀐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장 30절)는 선언의 결과였다.
(106.2)
 예수님과 함께 못박힌 두 강도처럼(요한복음 19장 32, 33절 참조), 이 죄수도 죽음을 서두르기 위해 두 정강이 뼈를 둔기로 몹시 맞아 여러 조각이 난 채 부러져 있었다. 죄수가 죽은 후 발에 박힌 굵은 못이 쉽사리 뽑히지 않자, 매듭으로 쓴 나무에 굽어진 못이 박힌 채 발을 절단하여 그대로 장사지낸 것이다.〔1971년 1월 18일자 타임(Time). 1월 4일자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참조〕. (106.3)
 인간이 고안해 낸 것 가운데 가장 잔인한 사형법인 십자가 형(刑)의 참혹한 모습이 눈에 어려, 시편에 예표되고 복음서에 기록된 우리 주님의 고통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106.4)
 옷마저 벗기운 채 서너 개의 못에 손발이 박혀 하늘과 땅 사이에 걸리신 하나님의 아드님이셨다. 심한 출혈과 고뇌의 진한 땀으로 갈증은 극에 달하였고 뒤로 당겨진 가슴은 호흡 장애를 일으켜 온 몸이 바늘로 찌르듯 저려오는 동안, 탄력을 상실한 심줄이 내려뜨린 뼈마디 마다에 칼로 에는 아픔을 더해 왔다. “나는 물같이 쏟아졌으며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촛밀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잇틀에 붙었나이다 ∙∙∙ 내가 내 모든 뼈를 셀 수 있나이다.” 이보다 더 애절한 고통의 표현이 다시 어디 있을까? (107.1)
 버림받은 자의 하나님
 사람이 버림받는 것처럼 괴롭고 불행한 것은 없다. 예수께서는 버림받은 자의 일생을 사셨다. 가족에게서, 동족에게서 그리고 제장들에게마저 버림을 당하셨다(마태복음 26장 31절 참조). 마침내는 죄로 인해 버림받은 인류를 대신하여 죽으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동안, 끝내 하나님 아버지로부터도 버림을 당하는 절망의 심연에 빠져들어 가신 것이다. 십자가의 고통이 극에 달한 참담한 시간, 예수께서는 시편 22편 1절을 울부짖으시며 버림받은 자의 표상을 성취시키고 계셨다. (108.1)
 “나의 하나님〔엘리〕. 나의 하나님〔엘리〕, 어찌하여〔라마〕 나를 버리셨나이까〔사박다니, 당시의 구어(□語)인 아람어를 헬라어로 음역(音譯)한 것으로서 히브리어로는 ‘아잡타니’〕.” 인간을 대신하여 죄책(罪責)을 떠맡으신 예수님께서는 죄의 결과인 영원한 분리, 곧 하나님께로부터 버림을 당하고 계셨다. 실존(實存)이신 하나님에게서 분리되어 밑도 없고, 끝도 없고, 빛도 없고, 뜻도 없는 영원한 비존재(非存在)의 나락(奈落)으로 떨어지는 범죄한 인류의 울부짖음이 고독한 십자가에 부딪쳐 신비하게 반향하고 있는 것이다. (108.2)
 예수께서는 아담 이래 범죄한 모든 인류의 억만근 죄책을 한 몸에 떠맡으신 채 죄의 영원한 값인 둘째 사망(요한계시록 20장 6, 14절 참조)을 홀로 그리고 처음으로 죽고 계셨다. “그가 마신 잔을 그처럼 쓰게 하고 하나님의 아들의 심장을 파열시킨 것은 인류의 대리자인 그에게 아버지의 분노를 가져오게 한 죄의식이었다”(엘렌 G. 화잇, 시대의 소망 3권. 287쪽). (108.3)
 범죄한 인류를 대신하여 버림받은 자가 되신 예수께서는 버림받은 자로서 버리신 하나님을 종내 “나의 하나님”으로 선언하심으로써 마침내 하나님은 모든 버림 받은 자의 하나님이 되신 것이다. (108.4)
 십자가의 사연—이루어진 구속
 구원을 애소하는 울부짖음과 흐느낌, 심장이 터지는 신음으로 가득 찼던 22편의 전반부는 21절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침묵과 함께 정적에 휩싸인다. 고통의 긴 날을 지나고 마침내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마가복음 15장 37절)신 것이다. (109.1)
 히브리어 성경의 21절 마지막 말은 “내게 응답하셨나이다”이다. 포기(維棄)를 거절하고 절망(絶望)을 포기한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앙(絶對信仰)의 개가(凱歌)였다.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그의 경외하심을 인하여 들으심을 얻”(히브리서 5장 7절)은 것이다. 죄 때문에 얼굴을 숨기셨던 하나님은 이제 “그 얼굴을 저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죄 때문에 듣지 않으시던 하나님이 “부르짖을 때에 들으”(시편 22편 24절)신 것이다. (109.2)
 (22절) 내가 주의 이름을 형제에게 선포하고

            회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 (1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