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죄로 버림받은 인간의 운명을 취하심으로 스스로 버림받은 자가 되셨다. 그리고 버리심으로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선언하심으로써 마침내 하나님은 모든 버림받은 자의 하나님이 되신 것이다.

 — 시편 22편(101.1)
 시편의 다윗—예수 그리스도
 신약 성경에 인용된 구약 성경의 내용이 360회쯤 되는데 그 가운데 1/3에 가까운 112회는 97편의 시편에서 골고루 인용되어, 27권으로 되어 있는 신약 성경의 대부분인 24권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은 시편의 보편적인 중요성을 통계로 대변하고 있다. (101.2)
 그런데 인용된 시편 가운데 1/2은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것임을 기억할 때, 부활 후 예수께서 의심과 불안으로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다시 오셔서 당신께서 약속된 구주이심을 확신시키기 위하여 말씀하신 배경을 깨닫게 된다. (101.3)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 이에 저희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누가복음 24장 44절. 45절) (102.1)
 모세의 다섯 책〔五經〕과 선지자들의 글[先知書〕과 시편으로 대표되는 거룩한 시문서〔聖文書〕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구약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 관한 내용임을 입증하시면서 시편을 이름으로 들어 지적하신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시편에서 실제로 메시야의 신분과 생애 그리고 직분을 드러낸 몇 편(2, 22, 69, 110편 등)을 특별히 메시야 시편(Messianic Psalms)으로 부르는 데 대부분 다윗이 그 주인공인 일인칭 “나”로 등장하고 있다. 인간 다윗이 어떻게 메시야를 대신할 수 있는가? (102.2)
 히브리어 “마쉬아흐”〔메시야〕나 헬라어 “크리스토스”〔그리스도〕는 모두 ‘기름부음을 받은 자’란 뜻인데, 구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직분을 드러내는 왕이나 선지자, 혹은 제사장에게 성령을 상징하는 감람열매 기름을 부어 비할데없는 거룩한 직분을 위임(委任)한 데서 연유한 말이다. (102.3)
 그런데 시편의 주인공 다윗은 예수님과 같은 유다 지파 출신으로, 예수님처럼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하나님에 의하여 왕으로 선택되어 기름부음을 받음으로써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한 구약의 대역(代役) 인간 메시야로 부름받은 것이다. 예수께서도 “나는 다윗의 뿌리요 자손”(요한계시록 22장 16절)이라고 자처하셨고 “유다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5장 5절)로 선언된 것은 뿌리깊은 논증이다. 그러므로 이들 시편의 일인칭 “나는”은 흠을 가진 대역(代役) 인간 메시야인 다윗이면서 동시에 흠 없는 하나님의 아들 참 메시야를 예표하는 신학적 근거를 확립하고 있다. (102.4)
 시편에는 범죄 이후 인류가 학수 고대(鶴首苦待)한 메시야의 신원과(2:7, 110:1, 2), 속성(45:6, 7; 89:18, 19), 생애(40:6~8), 고난과 죽음(22편, 69편), 부활(16:10), 승천(68:18), 공의의 심판(72:2~14) 영원한 통치(96:10~13) 등이 시와 노래로 엮어져 있어 이를 쉽사리 민중의 신앙이 되게 했다. 이렇듯 시편은 한낱 민속 시집이 아니라, “복음서 이전에 기록된 복음이요, 계시록 이전에 기록된 계시”로 드높여지는 이유를 알게 된다. (103.1)
 시편에 세워진 십자가
 시편 22편은 고난의 사람 다윗이 표상적인 메시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메시야 시편인데, 십자가에서 사경(死境)을 헤매며 신비한 고난을 당하는 메시야의 모습을 복음서보다 더 생생히 묘사하고 있는 “수난(受難)의 시편” 혹은 “십자가의 시편”이다. 십자가가 세워지기 일천여 년 전 구약에서 집행되고 있는 십자가 형장(刑場)을 일별하는 감회로 가슴이 뭉클하다. 성경을 함께 펴서 아래의 발췌된 부분 외 시편 22편의 전문(全文)을 읊조리기 바란다. (103.2)
 (1절)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하여 돕지 아니하옵시며

         내 신음하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104.1)
 (2절)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치 아니하오나

           응답지 아니하시나이다 (104.2)
 (6절)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 (104.3)
 (7절) 나를 보는 자는 다 비웃으며

           입술을 비쭉이고 말하되

           저가 여호와께 의탁하니 구원하실걸

           저를 기뻐하시니 건지실걸 하나이다 (104.4)
 (14절) 나는 물같이 쏟아졌으며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촛밀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104.5)
 (15절)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잇틀에 불었나이다 ∙∙∙ (104.6)
 (16절) 개들이 나를 에워쌌으며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104.7)
 (17절) 내가 내 모든 벼를 셀 수 있나이다

            저희가 나를 주목하여 보고 (104.8)
 (18절)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뽑나이다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