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2 장 중보적 치유의 기적들 기적 3 ► 말씀만 하사 내 하인을 낫게하소서
 본문 : 눅 7:1-10, 참조:마 8:5-13
 AD 29년 늦여름 어느 날 오후 늦은 시각이었다. 서산에 걸린 해는 뉘엿뉘엿 일몰을 재촉하고 노을은 벌겋게 불타고 있어 참으로 황홀했다. 오늘날 소담스런 팔복교회(八福敎會)가 자리 잡은 수려한 경관(景觀)의 팔복산 위에서 막 산상수훈(山上垂訓)을 마치신 예수님께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연풍에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형형색색의 야생화(野生花)들이 부드럽게 하느작거리며 과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었다. 몹시 지친 예수님께서 석양에 일행과 함께 가버나움으로 향할 때에 청신한 갈릴리 바다의 연풍이 온몸을 휘감아 돌며 여독(旅毒)을 풀어 줬다.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본 동네(마 9:1)요 갈릴리 선교본부였다. (102.1)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버나움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일단의 유대인 장로단이 예수님께 나아와 크게 환영해 주며 특별한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그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예수님을 증오하고 그분이 하는 일을 트집잡아 방해했는 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더구나 로마 사람 백부장의 하인을 들먹이며 그의 병을 고쳐 달라고 간청하니 더욱 신기한 일이었다. (103.1)
 “이 일을 하시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합당하니이다. 저가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또한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었나이다.” (103.2)
 유대인 장로들이 로마 사람을 위해 간청하는 것은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면 유대인 장로들이 청원한 백부장은 어떠한 사람이며, 그들은 백부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의 하인의 병을 고쳐 달라고까지 간청하기에 이르렀는가? (103.3)
 로마의 한 군단은 6,000명이고 100명씩 60개의 군대로 나뉘어져 있었다. 백부장이란, 휘하에 백 명의 군인을 두고 장기 근무하던 로마의 정규 장교였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므로 로마 사람들과는 서로 앙숙관계(映宿關係)였으며 더구나 그들의 지역을 지배하던 로마 군인들을 몹시 미워하였다. 그러나 가버나움에서 근무하던 백부장은 신약 성경에 나오는 다른 좋은 백부장들처럼 유대인들과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살았다. 그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유대인들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회당까지 지어 주어 매우 존경을 받았다. 오늘날 가버나움 유적지에 가보면 헤롯 때에 지은 회당의 흰 대리석 밑부분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 백부장이 지어 준 회당의 잔재이다. 당시 로마인들은 자기 종을 죽이기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하인들을 시장에서 마구 팔고 샀으며 짐승처럼 혹사시키다가 늙고 병들어 일할 수 없게 되면 멀리 밖에 내다 버려 죽게 했다. 그러나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다른 로마인들이 하던 것처럼 하인들을 학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격을 존중하여 심히 아끼며 사랑을 쏟아 부었다. (103.4)
 어느 날, 백부장의 하인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뇌졸중(腦卒中)으로 넘어졌다. 깜짝 놀란 친구들이 치병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쏟았으나 의식만 약간 돌아오고 그만 반신 불수(半身不隨)가 돼 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백부장은 연민의 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불쌍한 하인의 병을 고쳐 주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여 이 의원 저 의원에게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으며 그에게 좋다는 약은 다 사주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하인은 불치병이라는 선고만 받았고 백부장이 쏟은 모든 노력은 그만 허사로 돌아가 버렸다. 날이 갈수록 몹쓸 중풍병은 계속 그를 괴롭혀 결국사경을 헤매게 했다. (104.1)
 그러던 어느 날, 백부장은 예수님의 치유 봉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온갖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들이 그분을 찾아가 치유를 간청했을 때에 한 사람도 거절당하지 않고 모두다 치유의 은혜를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그런 풍문(風聞)은 백부장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을 솟게 했다. 그는 유대인들 사회에 떠도는 메시야에 대한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104.2)
 “아! 그토록 유대인들이 고대하던 메시야가 오셨나보다 나도 그에게 나가 하인의 병을고쳐 달라고 해야지.” (104.3)
 여태껏 한 번도 예수님을 만나 본 적이 없었지만 만일 하인을 그분께 데려가기만 하면 분명히 고쳐 주실 것이라 믿었다. 소문만 듣고도 예수님을 메시야로 믿었으며 그분에 대한 극도의 관심과 믿음이 생긴 것이다. 백부장은 환자를 예수님께 데려가려고 생각했을 때에 갑자기 자기처럼 무가치한 사람이 어떻게 메시야이신 예수님 앞에 나갈 수 있을지가 염려됐다. 더구나 자신은 유대인들이 상종(相從)도 하지 않는 로마 사람임을 생각할 때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하인이 인술(仁術)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중풍병으로 고통당하는 것을 볼 때에 너무나 안쓰러워서 어떻게 하든 예수님의 치유의 은총을 꼭 입도록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믿음이 들었다. (104.4)
 “내가 환자를 예수님께 직접 데려 갈 필요 없이 단지 간접적으로 부탁만 해도 그분은 우리 집에 오시지 않고 계시는 그 곳에서 능력으로 하인을 낫게 할 수 있을 거야” (105.1)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참으로 기이한 믿음이었다. 그리하여 자기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유대인 장로들에게 부탁하기로 한 것이다. 왜냐하면 장로들은 예수님께 접근하여 간청하는 법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05.2)
 백부장은 자기 체면을 무시하고 하인을 예수님께서 고쳐 주시도록 좀 주선해 달라고 장로들에게 요청했다. 그 당시 장로들은 주로 바리새인, 서기관들과 한 통속으로 예수님을 트집잡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백부장의 선의의 부탁을 물리칠 수 없어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 들어오신다는 말을 듣고 달려나와 환대하며 백부장의 부탁을 전한 것이다. (105.3)
 예수님께서는 장로들의 간청에 가타부타 아무 말없이 즉시 백부장의 집으로 향하셨다. 그의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집으로 오신다는 전갈을 받은 백부장은 황망히 친구를 보내 간청했다. (105.4)
 “주여 수고하지 마옵소서.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105.5)
 백부장은 유대인이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율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을 자기 집에 오시도록 청하지 않았고 유대인 친구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관습을 괘념치 않고 오신다는 소리를 듣고 백부장은 직접 나와 주님께 말했다. (105.6)
 “내가 주께 나가기도 감당치 못할 줄을 알았나이다. 말씀만 하사 내 하인을 낫게 하소서. 저도 남의 수하에 든 사람이요 제 아래에도 군병이 있으니 이더러 가라 하면 가고 저더러 오라 하면 오고 제 종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하나이다.” (105.7)
 하인이 있는 곳에 가실 필요도 없이 지금 이곳에서 병이 물러가라 명령만 해 달라는 이방인 군인의 신앙을 보고 예수님은 참으로 기이히 여기셨다. 그것은 실로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이었다. 주님께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그를 칭찬했다. (105.8)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 보지 못하였노라 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서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천국에 앉으려니와 나라의 본 자손들은 바깥 어두운 데 쫓겨나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106.1)
 그리고는 즉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치유를 선포하셨다 (1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