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고 체계적인 정리를 위해서는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것부터 특별하고 상대적인 것까지 아우르는 표준들의 여러 범주를 이해하면 유익하다. 성경 진리가 도덕적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범주를 제안한다. 즉, 일반 원칙(general principles), 규범 모델(normative model), 행동 지침(rules of action)이다. 본 장에서 ‘일반 원칙’이란 널리 인정되는 행동의 객관적이고 기초적이고 보편적이며 종종 절대적인 표준을 말한다. ‘규범 모델’은 일반 원칙에서 ‘행동 지침’으로 향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행동 지침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이고 종종 명령적이고 예방적인 규율로서, 주어진 상황에서의 도덕적 행위에 관한 것이다. 행동 지침은 일반 원칙에서 도출되며 규범 모델 행위들에서 도움을 받는다. (779.1)
 a. 일반 원칙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십계명, 산상설교 및 성경의 기타 부분들에서 일반 원칙을 인식한다. 원칙들은 하나님의 뜻을 절대적이고 권위적으로 진술하며 선과 악, 옳고 그름을 구분한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언제나 보편적으로 타당하다. 이런 행위를 금하지 않는 문화에서도 간통과 성적 문란은 관련 당사자에게 신체적, 도덕적, 영적으로 해를 끼친다. 행동의 일반 원칙은 인간 본성과 직접적으로 일치하며(신 30:19-20) 우리의 행복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 어린 염려에서 비롯한것이다. (779.2)
 그런데다가 성경은 구체적인 상황에서도 그 유용성이 완전히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님의 도움 없이 자신의 양심, 이성, 교회 전통을 따르도록 버려지지 않았다. 하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행복과 안전을 깊이 염려하시고 죄악이 우리의 몸, 생각, 영혼을 망칠 때 심히 슬퍼하신다. 따라서 자신의 말씀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냉정하게 침묵하도록 놔두지 않으신다(신 30:11-14). 그와 같이 그분은 성경적인 행동 규범들을 주신다. 이것은 절대적이고 보편적 행동 원칙과 부분적이고 직접적인 행동 지침 사이에 존재한다. (779.3)
 b. 규범 모델
 성경에 소개된 실생활의 이야기들은 하나님 자녀들의 정신에 깃든 규범이 무엇인지를 수 세기에 걸쳐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일반 원칙이 법규 역할을 맡는다면 이야기 형태로 된 성경적 규범 모델은 사용되는 가치 체계, 선택에 따른 결과, 하나님을 믿는 이들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헌신의 정도에 대한 예증이다(히 12:3-4). 하나님은 앞선 세대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읽으라고 명하셨다(출 10:2; 신 31:11-13; 시 44:1-3).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하나님의 생각과 조화롭게 해 주기 때문이다(고전 10:11). 이들 이야기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독단적이거나 불가능한 게 아님을증명하고 있다. (779.4)
 성경 이야기는 허구적이거나 변덕스럽지 않으며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일반 원칙들에 부합한다. 게다가 법규(원칙)와 사례(성경의 규범 모델)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 사실 사례를 통해 순종이 예시되든 불순종이 예시되든 일반 원칙은 강화된다. 예를 들어 “간음하지 말라”(출 20:14)고 명백하게 진술된 원칙이 있다. 그리고 요셉의 이야기에서는 마치 그 규범이 “원칙에 불순종하지 말라. 주인에게 강요당하는 노예 신세가 되었을 때라도, 싱글일 때라도, 투옥되더라도 또 죽음을 당할 수 있어도”라고 말하는 듯이 소개되고 있다. (779.5)
 성경은 다윗과 밧세바의 경우처럼 종종 부정적인 사례도 기록한다(삼하 11:2-27). 다윗은 노예 신분이었던 요셉처럼 압박당하지 않았는데도 죄를 저질렀다.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는 성경적 규범을 반영하며 결혼 후의 성적 정절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삼하 12:1-25). 그 규범은 왕에게도, 권력자에게도 또 사회 기준상문제가 되지 않을 때일지라도 여전히 적용된다. (779.6)
 ‘우리’가 겪는 유혹과 곤경에 관하여 성경이 온갖 사례를 상세하게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성경에는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싼 허다한 증인이 있다. 우리와 같은 그 사람들의 행위 속에서 하나님은 규범을 그리고 그분의 부름에 따라 순종하는 마음으로 따라야할 정점을 보여 주셨다(히 12:1-2).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기준을 표방하는 인생 이야기에 고무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그 왕국의 정신에 따라 품성을 꼴 지어 갈 것이다(롬 12:1-2). (780.1)
 c. 행동 지침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말씀에는 삶의 구체적인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지침도 아주 많다. 이 행동 지침은 때때로 명령의 형태를 띠고서 특정 사건이나 상황 속의 인간 행동을 언급한다. 가인은 자신을 통제하라고(창 4:6-7), 라반은 야곱에게 친절하라고(창 31:24), 베드로는 칼을 칼집에 꽂아 넣으라고, 빌레몬은 자기 노예를 다시 데려와 “사랑받는 형제”처럼 대하라고(몬 1:15-16)지시 받았다. 이와 같은 명령들은 엄밀히 말해 우리에게 직접 하달된 게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베드로처럼 폭력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처할 경우 그리스도의 경고를 염두에 두어야 마땅하다. (780.2)
 덧붙여 성경은 다양한 환경에서 가이드로 작용할 간접적이고 객관적인 행동 지침들을 제시한다. 가령 “간음하지 말라”는 원칙은 요셉과 다윗의 경험에서 그 기준이 드러나며 모세 율법에서는 이웃의 아내나 며느리에 대한 관계에 곧바로 적용되고 있다(레 20:10-21). 이처럼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행동 지침은 잠언, 전도서, 복음서, 서신에서도 발견된다. 그중 대다수 특히 도덕적 행위를 규제하는 지침들은 오늘날에도 뚜렷하게 효력을 발휘한다. (780.3)
 그러나 성경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낱낱이 나열해 놓은 일람표가 아니다. 이례적인 곤경을 만나 씨름할 때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지도 아래서 생각하고 기도하고 고민하도록 부름 받는다. 그럼에도 하나님 말씀의 원칙, 규범 모델, 구체적인 지침으로 판단의 틀이 형성되면 우리는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 (780.4)
 인간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존재다. 그분의 뜻에 순응하면서 성경의 모본을 따른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태도로 삶을 대하며 우리 행위를 든든한 기초 위에 둘 수 있다(시 112편; 119:11). (780.5)
 C. 하나님의 구속 행위
 하나님의 구속 행위는 그리스도교 생활양식의 밑바탕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삶을 자기 형상대로 변화시키고 재창조하려고 자기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다(요 3:16). 탕자, 잃은 양, 잃은 동전의 비유에서 예수님은 인간의 죄스런 상태를 평가하셨다(눅 15:3-32). 길 잃고 무력하고 죽음을 선고받은 인간은 불안하게 방황하면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정력과 달란트를 허비하고 있다. (780.6)
 잃어버린 상태는 자기를 확증하려는 반항적이고 독자적인 행동에 따른 결과이다(창 3:1-24). 금지된 열매를 먹음으로 인간은 자기의 뜻이 하나님의 뜻 위에 있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권위로 하나님의 권위에 대항했다. 아담과 하와의 이런 태도와 행동으로 만물이 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악은 모든 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롬 5:12). (780.7)
 이 곤경을 해결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교육이든(플라톤), 자기 수양이든(불교), 노동자 계급의 해방이든(마르크스), “성숙한 인간”의 참다움 향한 투쟁이든(인도주의) 모두 헛수고로 판명됐다. 악의 원인 즉 인간의 죄 됨과 죄는 아무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이 판명됐다. 인간의 어떤 희생도 죄를 속할 수 없고, 인간 영혼의 내적 조화를 파괴하는 죄책을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앞에는 자신을 생명의 근원과 연결하지 못하는 간격이 놓여 있다(사 59:1-2). (780.8)
 그 까닭에 예수님이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오셔서 인간 본성과 행동 속에 있는 죄와 죄 됨을 정복하고 하나님과 화목할 길을 열고자 하셨다(롬 8:3-4).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과 승리로 이것을 성취하셨다. 십자가에서 악의 원인인 죄의 진짜본질이 폭로됐고 십자가에서 죄는 패배한 원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죽음으로 정의에 대한 율법의 요구가 실현됐고 하나님은 이제 모든 인류를 자신에게로 불러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참조 구원론1. E; III). (780.9)
 1. 회개와 용서를 위한 부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