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소명이다. 인생에 고유한 사명과 목적을 지닌 특별한 인간이 되라는 깊고 개인적인 부르심이다. 아브라함이나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그리스도인은 그 부르심을 명령으로 듣는다. 아브라함은 아버지의 집, 가족, 유산을 남겨두고 하나님의 친구로 지내게 될 땅을 향해 갔다(창 12:1-3). 제자들은 더 나은 삶을 향한 거룩한 부르심을 확신하면서 고기잡이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버리고 나사렛 예수를 좇았다(막 1:16-29). (775.1)
 여기서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인지 세세하게 묘사하거나 그리스도인 행동의 의미를 다 분석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는 그리스도교 생활양식과 행동의 기초가 되는 세 가지 신성한 행위인 창조, 계시, 구속에 관하여 상술하겠다. (775.2)
 A. 하나님의 창조 행위
 “야훼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775.3)
 1. 존재로서의 인간
 하나님의 창조 영역에서 인간은 고유한 범주에 속해 있다고 성경은 단언한다. 이러한 지위는 창조 당시 최초의 일주일 중 여섯째 날에 부여받았다. 인간의 정체성, 존엄성, 행동은 이 지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신분, 교육,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 존재의 기원과 본질은 하나님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에서 발견된다(창 1:26-27; 2:7). (775.4)
 다윗은 마치 인류 기원에 관한 현대의 이론들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그는 우리를 지으신 이요 우리는 그의 것”(시 100:3)이라고 선포한다. 진화론에서는 인간과 기타 동물이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결과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성경에 기록된 역사와 충돌할 뿐 아니라 유다른 자아개념과 생활양식, 행동을 유발한다. 만약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존중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획득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싸워야만 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처우는 물론 인간관계가 진화론의 적자생존 원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만약 인간이 자연의 후예이며 자연에만 속한 것이라면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서 그 기초가 되는 특성인 책임감은 설 자리를 잃는다. (775.5)
 빅토르 F. 프랑클(Victor F. Frankl)은 아우쉬비츠 가스실의 등장이 국가 부처가 아닌 대학의 강의실에서 비롯했다고 말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인간을 복잡한 단백질 분자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로 규정한다. 지구라는 대수롭지 않은 행성에서 70년간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해체되고 마는 덩어리일 뿐이다.” 그럴 경우 가스실이나 기타 잔혹 행위는 놀랄 일도 아니라고 아우쉬비츠 생존자인 프랑클이 지적한 것이다. 인간의 존재가 하나님의 뜻과 행위와목적 안에서 시작했다는 입장을 배격할 때 우리의 운명은 인간의 뜻, 행위, 목적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존재가 항상성과 내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욕구에 지배받는 폐쇄계(closed system)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모든 인류가 하나님에게서 비롯했다고 인식할 때는 하나님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긴다. 또 인간의 생명을 고귀하고 존엄하게 여기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행동에 반영된다. (775.6)
 2.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하나님은 인간을 자기 형상대로 지었다고 분명하게 밝히신다(창 1:26, 27). 피조물로서 인간이 그분의 신적 속성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남다른 특권을 그렇게 허락하신 것이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성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 다음은 그 중 몇 가지이다. (776.1)
 a.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하신다
 그분의 이름은 “스스루 있는 자”이다. 그분의 존재는 파생되거나 결정된 것이 아니다. 그분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주권적으로 우주를 손에 쥐고 계신다. 인간은 부분적이나마 이런 특징을 드러낸다. 인간의 생명은 파생적이고 의존적이지만 그럼에도 완전한 의식과 자각 속에서 그 생명을 누린다. 이 생명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 평가하고(롬 2:15) 행동하고(고후 13:5) 자신의 상황을 판단한다(눅 15:17). 인간은 동식물과 달리 자신과 타인 및 다른 생물과의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고 그들과 맺는 관계의 성격을 정할 수 있다. 이성과 더불어 이런 특성은 인간의 행동을 책임감에 의존하는 생활양식으로 바꾸어 놓는다. (776.2)
 b. 하나님은 지성적인 존재이시다
 그분의 지성은 지혜와 충언 속에서 그리고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고 아시는(시 94:11) 명철(욥 12:13) 속에서 드러난다. 또 만물이 그분의 이성적인 능력을 증언한다(시 136:5; 잠 3:19; 렘 10:12). “그 지혜가 무궁”하며(시 147:5) 인간의 능력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사 40:28). 인간은 하나님의 지성을 반사할 수 있다. 인간은 추론하는 능력으로 분별하고, 비교하고, 이해하고, 궁리하고, 결정하고 선택한다. 이 능력은 삶의 매국면, 특히 도덕적 영역에 없어서는 안 된다(눅 10:26). (776.3)
 c. 하나님은 자유로우시다
 그분은 원하시는 대로 하신다. 아무도 “무엇을 하시나이까?”라고 말하며 그분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없다(욥 9:12; 시 115:3). (776.4)
 인간은 자유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태어나며 그리스도교는 이것을 기본적인 권리이자 하나님 성품의 반영이라고 본다.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무언가를 선택할 수도,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도 없다(신 30:19). (776.5)
 d. 하나님은 거룩하시다
 그분의 거룩하심은 도덕적 순결과 완전을 함축한다. 결과적으로 죄는 그분과 공존할 수 없다(요일 3:5). 향상, 성장, 순결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속에서 이 속성이 드러난다. 하나님의 온전하심과 같이 온전해지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자 소명이다(마 5:48). (776.6)
 e. 하나님은 영원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