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成肉身)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는 우주의 공간 예술과 시간 예술이 서로 만나 절정을 이룬 최대, 최고 그리고 최선의 특별 계시인 것이다.

 — 시편 19편(91.1)
 두 가지 경이
 18세기 말 독일의 비판 철학자요 자연 과학자인 칸트(Immanuel Kant)는 자연계와 인간의 이성(理性)에 관한 오랜 연구와 깊은 통찰을 거친 후 이렇게 진술했다. “나의 심령을 거룩한 외경(恨敬)과 언제나 솟아나는 경이(驚異)로 채우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육신적인 존재인 인간을 실제로 없는 것처럼 만드는 별빛이 찬란한 하늘의 장관(壯觀)이요. 하나는 지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무한한 존엄으로 끌어올리는 도덕률(道德律)이다.” (91.2)
 칸트는 모든 경험 이전에 독립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라는 인간의 순수 이성(純#理性)과 인간에게 고유한 도덕률을 제공한다는 선험적(先驗的)인 실천 이성(實賤理性)을 규명하기 위해 십여 년의 각고(刻苦)끝에 걸작 「순수 이성 비판」을 썼고 이어서 역작 「실천 이성 비판」과 「판단력 비판」을 써서 철학의 경전이 되게 했다. (91.3)
 그런데 놀랍게도 그보다 2천 7백여 년이나 앞선 기원전 천 년경 아주 단순한 단 한 편의 짤막한 시를 써서 이러한 모든 시도를 빈틈없이 마무리 지은 엄청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목동 출신의 시인이요 철학자인 다윗이며, 그 시편인 것이다. (92.1)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해는 그 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 길을 달리기를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 온기에서 피하여 숨은 자 없도다”

   (시편 19편 1~6절). (92.2)
 공간 예술—자연 계시
 자연 과학자였던 칸트의 지성을 압도하여 한없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 천체의 장관이 바로 시편의 처음 여섯 절에서 다윗이 노래한 천연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일반계시(一般啓示)라고도 하는 자연계시伯然啓示)이다. (93.1)
 새들이 날고 구름이 떠도는 대류권(對流圈)의 낮은 하늘로부터 해와 달과 별들이 운행하는 높은 하늘이 겹겹이 쌓인 그 “하늘들”(복수—솨마임)과 머리 위에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유리 천정 같은 “궁창”(라키아)이 갑자기 창조주 하나님의 공간 예술(空間藝術) 작품이 소개되는 광대한 노천 전시장으로 개장된다. (93.2)
 희미한 조명으로 시작되는 새벽 여명에 밀려 검은 색의 밤 커튼이 제쳐지면, 낮의 걸작(傑作)인 태양이 신방에서 신비한 밤을 보내고 나오는 행복한 신랑처럼 둥근 얼굴을 벙글거리며 등장한다. 지구에서 평균 거리로 1억 3천 9백 5십만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 강렬한 빛과 열을 쉴새없이 발산하는 태양은 젊은 신랑같은 정열의 사나이다. (93.3)
 음악이나 연극, 문학과 같은 시간 예술(時間藝術)과는 달리 조각과 같은 공간 예술에는 말과 글이 쓸데없다. 존재가 글이요 침묵이 언어인 것이다. 일백 년이 지나도 1/2,000초의 오차밖에 없다는 24시간 하루가 낮과 밤의 숨바꼭질로 간단(間斷)없이 이어지고, 여부없는 사계절이 어김없이 오고가면 365일 5시간 48분 46초의 갱신 없는 기록을 유지하며 “사시와 일자와 연한을 이”(창세기 1장 14절)룬다. 참으로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측량줄을 뜻하는 히브리어 qaw〕가 온 땅에 통하”여 두개골을 파고드는 천계(天啓)의 밀어가 이성에 속삭여지고 있는 것이다. (93.4)
 저 높고 푸른 하늘과
 영국의 경건한 정치가요, 영문학자로 오래 기억되는 죠셉 애디슨(Joseph Addison. 1672~1719)이 시편 19편 1~6절을 소재로 작시한 찬송가, “저 높고 푸른 하늘과”는 참으로 훌륭한 시편 강해이다. 그의 사후 이 시는 오스트리아의 악성(樂聖) 하이든(F.J. Haydn)이 작곡한 영감적인 오라토리오「천지창조」의 제1부 마지막, “하늘은 말한다”에서 발췌한 생동감이 넘치는 곡으로 꾸며져 애창되고 있다(찬송가 75장, 찬미가 726장). (94.1)
  (94.2)
 창조주 하나님의 공간 예술인 천체는 참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것은 작가이신 하나님의 무한한 지혜(wisdom)와 다함이 없는 능력(power) 그리고 한량없는 선하심(goodness)과 광대하심(vastness)과 영원하심(eternity)이 한데 어울려 드러내는 창조주의 존재와 영광을 만방에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 계시는 그 형식에 있어 우주처럼 보편적(universal)이요, 단절 없는 시간처럼 일관적(consistent)이요. 그러면서도 말없이(silent) 전달되는 태고의 묵시(默示)인 것이다. (95.1)
 이성의 육법 전서—특별개시
 저 해와 저 달과 저 별들이 일사 불란(一絲不亂)하게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며 운행하는 까닭은 그것들을 다스리는 완벽한 천체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인간들도 별들처럼 가지런히 함께 어울려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면 인간의 이성을 다스리는 어떤 법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95.2)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감추어진 계획에 따라 합리적으로 발전되어 가는 이성의 진행 과정이라고 장담하더니, 칸트여! 이 무슨 비순수(非純粹)한 「순수 이성 비판」인가?
(95.3)
 시인은 마침내 안구(眼球)를 쪼개듯 시야를 파고들던 자연 계시의 창문을 통하여 이제는 가슴을 헤집고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빛보다 더 밝은 계시—특별 계시인 말씀에 엄몰(滯沒)되고 만다. 그것이 7~11절의 내용이다. (95.4)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케 하고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로 지혜롭게 하며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도는 정결하여 영원까지 이르고

   여호와의 규례는 확실하여 다 의로우니

   금 곧 많은 정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

   또 주의 종이 이로 경계를 받고

   이를 지킴으로 상(賞)이 크니이다. (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