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서론:정의의 문제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성경을 영감 받은 책, 거룩한 책, 신성한 책 등으로 일컫는다. 예수님은 성경에 호소하거나 성경을 인용하곤 하셨다. 따라서 그분이 히브리 성경이 하나님의 권위를 갖고 있다고 간주하셨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참조 마 4:4; 요10:35).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로 성경이 하나님께로부터 기원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딤후 3:16). 그는 그것을 “성경”(the holy scriptures, 롬 1:2; the scared writings, 딤후 3:15)등으로 일컬었다. (59.1)
 히브리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의 결과로 존재하게되었다는 신앙은 유대인과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고 계속하여 전수되었다. 그러나 “영감”(inspiration)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성경의 영감에 대한 개념은 축자적인 구술 영감에서부터 인간적인 영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영감의 개념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9.2)
 여러 인자가 성경의 영감에 대한 다양한 견해에 영향을 끼쳤다. “영감”의 개념은 성경적이지만 그 단어 자체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영감의 이슈를 구하는 자들이 모두 다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성경 기자도 영감의 주제에 관해 상세하게 논하지 않는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영감에 대한 성경의 증거를 자세히 연구하는것이 필요하다. (60.1)
 B. 영감에 대한 성경의 견해
 1. 영감:단어인가, 개념인가?
 “영감”(inspiration)이나 “영감 받은”(inspired)이라는 단어가 성경 원어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영어 단어들은 라틴어에서 유래되어, 디모데후서 3:16베드로후서 1:21의 라틴어〈불가타역〉에 등장한다. 이 단어들의 기본적인 의미는 “숨을 불어넣다”이다. (60.2)
 디모데후서 3:16에서 바울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은’을 의미하는 헬라어 쎄오프뉴스토스)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벤저민 워필드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성경을 쎄오프뉴스토스라고 일컫는 것은 그것을 ‘하나님의 숨이 불어넣어진’ 것으로 지칭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성경은 성령 하나님께 그 기원이 있으며, 가장 깊고 진실한 의미에서 그분의 창조물이다.”(296). (60.3)
 베드로는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헬라어 페로메 노이,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내몰림을 받아, 즉 충동을 받아’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벧후 1:21)이라고 지적한다. 〈불가타역〉을 따라 어떤 역본들은 여기에 “inspired”(영감 받은)라는 말을 사용하였지만, 대부분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이라는 어구를 사용하였다. 어쨌든, 본문의 의미는 성경 예언의 기원이 성령께 있다는 것이다. (60.4)
 따라서 “영감”(inspiration)이라는단어가성경이 인간의 정신에 이르러 온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성경에 사용된 특정 헬라어의 구체적인 번역은 아니지만, 성령께서 선택받은 인간 존재에게 역사하여 하나님께 받은 기별을 선포하도록 감동하는 작용을 나타내는데 적절하게 사용된 말일 수 있다. 기록된 형태가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으신(감동을 준) 성경을 구성한다(딤후 3:18). “영감”은 이런 기별자나 선지자가 말로 하든지 글로 기록하든지, 이들에게 미친 성령의 역사를 가리킨다. 이 사람들이 성령의 “감동하심”(영감)을 입었기 때문에 이들의 말이나 글도 영감 받은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딤후 3:16). (60.5)
 “영감”이라는 말이 주로 성령의 활동에 강조점을 두지만, 성경의 정보를 면밀히 연구해 보면 성경이 기록되는 과정에 인간의 활동뿐 아니라 하나님의 활동도 개입된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60.6)
 2. 성경의 인간적 면모
 액면 그대로 보면, 성경은 인간의 책,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인간의 책들의 모음집이라할수 있다. 이 책들 가운데 여러 개는 거기에 인간의 이름이 붙어 있다. 모든 책은 인간 저자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인간 저자를 가리키는 흔적이 시작하는 말에 나타난다. “예레미야의 말이라”(렘 1:1), “솔로몬의 잠언이라”(잠 1:1), “장로는 사랑하는 가이오 곧 나의 참으로 사랑하는 자에게 편지하노라”(요삼 1:1), “바울과 및 형제 소스데네는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에게]”(고전 1:1-2) 등등 성경의 첫 다섯 책(오경)은 모세가, 다수의 시편은 다윗과 아삽이 쓴 것으로 말해진다. 선지자들의 책들은 각각 그 선지자의 이름을, 복음서는 사도들의 이름이나 사도들과 친밀하게 지낸자들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다. 13개의 편지가 바울을 저자로 명시하고 요한계시록은 요한이 기록했는데, 전통적으로 그가 사도 요한이라고 이해해 왔다. (60.7)
 저자들은 자신을 인칭대명사로 언급하곤 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하기도 한다(스 8:15-30; 느 1:1-11; 사 6:1-8; 렘 1:1-19; 단 7:1-28; 갈 1:12-2:10; 계 1:9-19). 문체나 언어의 특징들은 저자들의 뚜렷한 개성을 보여 준다. (61.1)
 여러 역사적인 언급과 문학적 형태는 성경의 글들이 기록된 시기 및 배경과 관련된다. 모세법의 다수는 함무라비 법전 같은 고대의 법들과의 현저한 유사성을 드러낸다. 족장들의 관습과 창세기의 사회적 상황은 BC 제2 천년기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상황을 두드러지게 보여 준다. 어떤 시편들과 가나안의 종교문학 그리고 성경의 어떤 잠언들과 동시대의 이집트 잠언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성경 문학과 성경 외 문학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평행적 유사성은 성경의 인간적인 면모를 나타낸다. (61.2)
 성경의 어떤 책들은 인간의 깊은 정서를 표현한 세계의 고전에 속한다. 욥기와 룻기에는 인간의 드라마가 묘사되어 있고 아가에는 정열적이지만 섬세한 사랑이 그려져 있고 에스더서에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로 꽉 차있으며 애가에는 극도의 비통함이 서려있다. 또한 도망간 노예를 위한 바울의 절절한 탄원이 녹아 있는 빌레몬서를 읽고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61.3)
 성경의 역사서는 역사적인 연구의 증거를 드러낸다(눅 1:1-4). 사도 바울은 이교의 저자들을 인용하기도 한다(행 17:28; 고전 15:32, 33; 딛 1:12). 유다는 위경인 에녹서를 인용한다(유 14, 15). (61.4)
 성경의 인간적 면모는 이렇듯 명백하게 나타난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고 인간의 자료들을 인용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활동하고 인간의 정서를 묘사한 인간 저자들은 인간이 가진 모든 약점과 실수에 매여 있다. 선지자와 사도들도 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도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때론 시험에 넘어졌다(출 4:10-14; 민 20:10-12; 삼하 11:1-27; 왕상 19:1-3; 눅 22:54-62). 또한 요나서와 복음서의 이야기들을 보면 그들도 자만심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마 20:20-28). (61.5)
 지적인 재능과 영적인 은사 그리고 지위와 직업이 천차만별이고 역사적 및 문화적 배경이 아주 다른 약40명의 저자가 어떻게 그토록 놀라운 통일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만물을 포용하는 사랑의 한 하나님 곧천지의 창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계시하는 책들의 모음집을 산출했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저자들이 어떻게 나사렛 예수 같은인물, 참으로 인간이지만 성경 기자들이 지닌 온갖 약점과 불완전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분을 그렇게 묘사했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수 세기가 지나는 동안 그리스도인들이 믿어 온 대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성경이 단순히 뚜렷한 인간적 특성만이 아니라 신적인 기원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들어있다. (61.6)
 3. 하나님이 성경에 숨을 불어넣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