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바울의 편지들에서는 언제나 명사(대체로
“믿음”[
“faith”]으로 번역됨)인 것에 반해, 요한의 복음서에서는 언제나 동사(대체로
“믿다”[
“believe”]로 번역됨)인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비록 영어에서는 단어가 다르지만, 원어의 의미에는 차이가 없다(이 단어의 어근은
pist— 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문장 속에서 단어가 하는 기능에 있다. 특히 헬라어에서 현재형으로 쓰인 동사들은 계속적인 행위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동사로서의 믿음은 정적(靜的)인 것이 아니고, 한 때의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속적이고 계속적이며, 행동 위주이다. 동사로서의 믿음은 언제나 목적어를 가진다. 믿음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두어야 한다. 요한복음에서 믿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 땅에 내려와서 들림을 당한 예수를 향한 믿음이다(
1:12; 3:13-16; 7:39; 9:35-38; 14:1; 20:31). 이차적인 의미로, 믿는 자들은 성경과 예수의 말씀을 믿으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2:22; 5:47). 이 복음서에는
그를 영접한다,
그에게 나아온다,
그를 따른다, 그리고
그 안에 거한다와 같이 이것과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있다. 이것들의 각각은 적어도
믿는다 라는 동사에 함축된 뉘앙스의 일부를 지니고 있다.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