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1 장 믿음을 활용하여 치유 받은 기적들 기적 9 ► 네게 무엇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본문 : 막 10:46-52, 참조:마 20:29-34, 눅 18:35-43
 여리고에 선천적 시각 장애자 바디매오라는 걸인이 있었다. 요즈음은 맹인들이 안마 시술소나 침구원(鍼灸院)등을 경영하여 그럴듯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많지만 성서 시대에는 맹인이 자력(自方)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란 거의 없어서 대개가 호구지책(湖日之策)으로 걸인 행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바디매오의 아버지 디매오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살림을 살아야 했으므로 아들이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삶의 고통이 대물림하는 비참한 집안이었다. (79.1)
 바디매오는 어릴 때부터 유대인 사회에 떠도는 메시야에 대한 이야기와 예언을 들었다. 만약 메시야가 오시면 귀머거리의 귀를 열어 주실 뿐 아니라 자기와 같은 맹인의 눈도 뜨게 해주실 것이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이었다(사 35:5). 그는 그것을 항상 소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79.2)
 그러던 어느 날 바디매오는 귀가 번쩍 뜨이는 한 소문을 들었다.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다던 메시야가 드디어 유대 땅에 오셔서 희한한 기적을 행하시는데,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귀머거리의 귀를 열어 주고 앉은뱅이를 일으키며 심지어 죽은 자까지도 살리셨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 치유에 대한 강한 의욕이 솟구쳤다. (80.1)
 “옳지, 나에게도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 다윗의 자손 메시야, 그분을 꼭 만나 내 눈을 뜨게 해 달라고 부탁해야지.” (80.2)
 혼자 그렇게 다짐했다. 마침 이 때 예수님은 일행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여리고로 향하고 있었다. 요단강 동쪽 베뢰아 지방까지 남하(南下)하신 주님은 다시 방향을 돌려 요단강 서쪽으로 여행하셨고 여리고를 지나 예루살렘으로 향하실 예정이었다. (80.3)
 오늘날 여리고는 예루살렘에서 3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스라엘이 6일 전쟁에서 다시 탈환한 곳으로 주로 아랍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예루살렘은 해발 750m이고 여리고는 해수면보다 250m나 낮아 두 곳은 1,000m의 고저(高低)차이가 난다. 그래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은 계속 내려만 간다. 오늘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은 감람산을 지나 사해로 향하는 하나 밖에 없다. 포장된 길 최근에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면서 보니 차창 밖 풍경은 황량한 유대 광야뿐이었다. 적막한 광야의 비탈진 언덕마다 양이 다니는 길이 마치 밭이랑처럼 수없이 나 있고 양들은 척박한 광야를 누비고 있었다. 주님께서 여리고로 가실 때에 바로 이 길을 걸어서 가신 것이다. 나도 그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왼쪽 황량한 광야 한가운데 푸른 고도(孤島)와 같은 신기한 녹지대가 나왔다. 그곳이 바로 종려의 성읍(신 34:3) 여리고였다. 오아시스 도시이지만 몹시 무더운 곳이다. 나는 참혹한 대구의 여름을 피해 여리고에 갔으나 대구 날씨 못잖게 푹푹 찌는 더위였다. 그러나 종려나무, 바나나나무 오렌지나무, 향료나무 등 싱그러운 푸른 열대성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어 더위가 많이 식는 듯했다. (80.4)
 여리고에 도착한 예수님의 일행은 허다한 무리와 함께 왁자하게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마 20:29). 여리고에 머물지 않고 통과할 참이었다. 길가에 다른 소경과 함께 앉아 구걸하고 있던 바디매오가 행인을 붙들고 물었다. (81.1)
 “여보시오, 대관절 무슨 일행이 지나가기에 이다지도 시끄럽습니까?” (81.2)
 “야 이 사람아, 그 유명한 나사렛 예수가 왔다고 저렇게 야단법석이 아닌가!” (81.3)
 “아! 그래요, 드디어 메시야가 오셨군요.” (81.4)
 치유의 희망에 들뜬 바디매오는 감격하여 어쩔 줄 몰랐다. (81.5)
 “아니야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돼. 눈을 뜨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지.” (81.6)
 바디매오는 벌떡 일어나 소리 질러 거듭거듭 간청했다. (81.7)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81.8)
 그런데 누군가 그의 토해내는 한맺힌 절규를 깔아뭉개는 게 아닌가! (81.9)
 “이 빌어먹을 소경아, 잠잠하지 못해, 저리 꺼져버려.” (81.10)
 매정한 질타에도 아랑곳없이 바디매오는 더욱 큰 음성으로 간청했다. (81.11)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81.12)
 그 간청하는 말에는 메시야이신 예수님이 자기의 눈을 능히 뜨게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믿는 믿음이 함축되어 있었다. 바디매오의 간청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드디어 발길을 멈추시고 서서 명하셨다. (8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