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가 이스라엘을 애굽의 속박으로부터 구원하신 일은 그분의 선행적 은혜를 나타낸 구속적인 행위였으며, 그분과 그분의 백성 사이의 언약 관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출애굽기 20:1, 2에서 제시된 언약의 전문(前文)과 역사적 서언은 신명기 5:6에서도 되풀이된다 “나는 너를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야훼로라”(신 5:6). 이와 동일한 형태를 지닌 현존하는 고대의 정치적 언약을 보면, 봉신을 왕으로 격상시킨 것을 포함하는 종주와 봉신 왕의 관계는 봉신 왕이 종주에게 헌신해야 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야훼가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그분의 선행적 은혜는 십계명에 규정된 대로 이스라엘이 그분께 헌신해야 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므로 야훼가 “강한 손과 편 팔”(5:15)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내신 사실을 모세가 안식일 계명을 지켜야 할 근거로 제시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에 대한 언급이 모세의 사상 전개에 있어서 정상적인 흐름에 맞게 나온다는 것이다. 종이나 객에게도 쉼을 허락하라고 요구한 안식일 계명의 일부를 반복한 후에(14절) 모세가 곧바로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신 5:15)라는 권면을준 것을보면 이를 알수 있다. (583.2)
 이렇게 십계명을 반복하면서 모세는 십계명의 분명한 성격을 독립된, 완전한 실재로 천명한 것이다. 신명기 5:22에서 모세는 하나님이 십계명을 반포하시면서 거기에 더 이상 다른 것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후에 더 말씀하지 아니하시고”). 더욱이 오경에서 유일한 정언법(apodictic law, 성격상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법)으로서 십계명이 차지하는 위치는 특히 그 법을 오경에 나오는 무수한 판례법(case-law)과 비교할 때 독특하다 하나님은 안식일을 도덕법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만드심으로 그것의 도덕적 성격을 강조하고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셨다 누구든지 그것을 십계명의 다른 아홉 계명에서 분리시키거나 “예식적인”(ritual) 법으로 간주한다면 하나님 자신이 직접 선포하신 것을 무시하는 셈이다. (583.3)
 B. 역사서, 시편, 선지서
 오경에 해당하는 역사에 뒤이어 구약의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안식일 언급은 모세의 오경에 나타난 것보다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속하여 주일 중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지켰다는 증거는 분명하며, 따라서 현대 구약 학자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논박하지 않았다. 다음에 나오는 개괄적인 고찰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자료를 연대순으로 제시한 것이다. (583.4)
 1. BC 11-10세기의 언급들
 오경 시대 이후에 최초기의 안식일 준수 언급은 역대상과 역대하에 나온다 선지자 사무엘과 다윗은 사람들을 세워 직분을 맡겼다(대상 9:22). 이들 가운데서는 “진설하는 떡을 맡아 안식일마다 준비하”는(32절) 고핫 자손들이 있었다 “다윗이 나이 많아 늙으매” “이스라엘 모든 방백과 제사장과 레위 사람을 모”아(1, 2절) 성전 임무를 맡겼다(23:1-28:21). 이 문맥에 “안식일과 초하루와 절기에 모든 번제를 야훼께 드리되”(23:31)라는 언급이 나온다.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도와달라고 두로의 히람에게 사신을 보내 요청하는 대목에 같은 날들(“안식일과 초하루와 우리 하나님 야훼의 절기”)이 언급된다(대하 2:4). 성전을 완공하고 봉헌한 후에 솔로몬이 같은 날들에 제사들을 드렸다(8:13). 따라서 세 가지 범주의 “성회”와 일반 날들을 구분한 오경의 규정과 예식적인 연속성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583.5)
 2. BC 9세기의 언급들
 9세기의 안식일 언급 두 개가 열왕기하에 나타난다. 두 개 중 첫 번째 언급(왕하 4:18-37)은 이렇게 보도한다. 수넴에 사는 한 부부의 아들이 갑자기 죽자 그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나귀와 사환을 준비해 주어 엘리사 선지자를 방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모른 채 아버지가 물었다. “초하루도 아니요 안식일도 아니어늘 그대가 오늘날 어찌하여 저에게 나아가고자 하느뇨?”(23절). 따라서 안식일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날의 종교적 성격을 말하는 증거를 제공한다. 안식일은 특별히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방문하기에 적절하다고 여겨진 날이었음이 분명하다.
 두 번째 언급인 열왕기하 11:4-20(참조 대하 23:1-11)은 대제사장 여호야다가 일으킨 쿠데타에 대해 보도하는데, 그것을 통해 그는 아달랴를 전복시키고 일곱 살짜리 요아스를 보위에 올려놓았다. 성전 호위병이 교대하는 날이 안식일이었다. 쿠데타에 참여할 수 있는 갑절의 수비대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날은 좋은 기회였다. 더욱이 그 쿠데타는 아합과 이세벨의 딸로 바알 숭배를 부추긴 아달랴를 축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새 왕이 성전 입구의 두 기둥 중 한 기둥 곁에 서서 종교적으로 봉헌되었다는 점에서 영적인 면모를 띠었다(14절). (584.1)
 3. BC 8세기의언급들
 a. 역사서
 구약의 역사서에서 8세기의 안식일 언급 가운데 최초의 것은 아하스 왕이 “안식일에 쓰기 위하여 성전에 건축한 낭실”(왕하 16:18)을 옮겼다고 말하는 열왕기하 16:18이다. 성전 자체를 모독한 행동들(17절)과 더불어 이것은 “앗수르 왕”을 위해 행한 일이었고(18절), 따라서 앗수르의 영향을 받아 자행한 아하스의 배도 행위에 속했다. 역대기하 31:3에서 히스기야가 이룬 대개혁과 관련하여 왕은 “번제 곧 조석 번제와 안식일과 초하루와 절기의 번제”를 위해 재정을 조달했다. (584.2)
 b. 선지자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의 견책
 최초기의 기록 선지자들(아모스, 호세아, 이사야)은 안식일을 시의적절하게 언급한다. 아모스는 북방 왕국의 악행자들을 질타하면서 “안식일이 언제나 지나서 우리로 밀을 내게 할꼬 에바를 작게 하여 세겔을 크게 하며 거짓 저울로 속”일까(암 8:5)라고 묻는 그들의 말을 인용한다. 호세아도 이스라엘을 탄핵하면서 야훼의 말을 인용한다. “내가 그 모든 희락과 절기와 월삭과 안식일과 모든 명절을 폐하겠고”(호 2:11). 이사야도 비슷한 맥락에서 형식주의적인 종교에 치우친 유다를 전반적으로 질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나의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사 1:13). (584.3)
 이런 점에서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는 안식일 준수를 이스라엘과 유다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을 판단하는 표준으로 여겼다. 그러나 두 왕국의 백성들은 모두 형식적인 안식일 준수를 포함하여 진심이 빠진 종교적 행습을 자행하고 있었다. (584.4)
 c. 이사야에 나오는 긍정적인 언급들
 이사야는 진정어린 안식일 준수에 관한 몇 가지 멋진 언급을 제공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것인 이사야 56:2-8은 확대된 축복의 형태를 띤다. 이것은 “안식일을 지켜 더럽히지 아니하며 그 손을 금하여 모든 악을 행치 아니”(2절)하는 자에게 복을 선언한다. 그런 다음 그것은 이방인과 고자를 포괄하는 복으로까지 확대된다(3-7절). 안식일을 지키고 언약을 굳게 잡는 고자들은 “자녀보다 나은 기념물과 이름”(5절)을 받을 것이며, “야훼에게 연합하여 섬기며” 안식일을 지키는 이방인들은 야훼의 기도하는 집에서 기쁨을 누릴 것이다(6, 7절). (584.5)
 이사야 58:13, 14에서는 참된 금식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문맥에서 안식일이 언급된다. 그 안식일 언급은 이렇게 되어 있다. (585.1)
 “만일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여 내 성일에 오락을 행치 아니하고 안식일을 일컬어 즐거운 날이라, 야훼의 성일을 존귀한 날이라 하여 이를 존귀히 여기고 네 길로 행치 아니하며 네 오락을 구치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네가 야훼의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내가 너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고 네 조상 야곱의 업으로 기르리라 야훼의 입의 말이니라.” (585.2)
 여기서 안식일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존귀하게 여겨야 할 날로 제시된다. 그들은 그날에 사사로운 오락을 추구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이 그들에게 풍성한 영적 및 현세적 축복을 베풀어주겠다고 약속하신다. “내 성일”“야훼의 성일”이라는 표현은 “나의 안식일”(56:4)이라는 용어와 평행을 이룬다. (5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