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안식일 계명은 십계명 가운데서 인장의 세 가지 특별한 표를 지니고 있는 유일한 계명이다. 즉 인장이 대표하는 권위를 지닌 자나 실체의 이름과 직임과 영역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안식일 계명은 십계명의 인장으로 여겨질 수 있다.(아래서 다룰 출 31:13-17겔 20:12, 20을 참조하라.) 안식일 계명은 인장의 세 가지 필수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뿐 아니라 도입하는 독특한 단어 “기억하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이 단어는 몇 가지 개념을 지닌다. 즉 안식일을 유서 깊은 제도로 기억하라는 것, 잊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라는 것, 안식일이 계속되는 언약 경험에서 중심적 역할을 띠기 때문에 전망을 가지고 기억하라는 것 등이다. 시내산에서 원래 진술이 주어질 때의 배경에 비추어 이 용어가 어떤 뉘앙스를 가졌든지 간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억하라”는 단어는 여기서 도입부로서 강조적인 표현이며, 안식일 계명에 특별한 주의를 불러 일으키는 기능을 띤다. (581.1)
 출애굽기 23:10, 11에서 “안식년”을 언급한 후에 주일 중 일곱째 날에 관한 다음의 지시가 주어진다. “너는 육 일 동안에 네 일을 하고 제칠일에는 쉬라 네 소와 나귀가 쉴 것이며 네 계집종의 자식과 나그네가 숨을 돌리리라”(출 23:12). 하나님과 언약 관계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한 “쉼”을 가리키는 동사는 샤바트인 반면, 짐을 짊어진 짐승의 “쉼”을 가리키는 데는 단순히 누아흐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네 계집종의 자식”“나그네”“쉼”을 위해서는 동사 나파쉬의 니팔 미완료 형태가 사용되었다. 영역본에 “refresh”로 번역된 이 히브리어 동사는 피곤함에서 회복되는 것도 포함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것만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것이나 잘 성취된 일을 놓고 쉬는 기쁨을 나타낸다. 따라서 안식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하인들이나 그들 중에 체류하는 이방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영적인 경험이 되어야했다. (581.2)
 이 본문에서 창세기 2:2-3출애굽기 20:11에 나온 진술과 매우 유사한 진술을 볼 수 있지만 몇 가지 추가된 특징도 나타난다.

   (1)하나님의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창조의 표징일 뿐 아니라(17절), 그분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표징이기도 하다(13절).

   (2) 앞서 십계명의 문맥에서 제시된 언약 관계(19, 20장)가 이제는 안식일에 명시적으로 적용되어 “영원한 언약”으로 표현된다(16절).

   (3) 안식일을 더럽히는 자에게 사형이 선고된다(14, 15절).

   (4) 강조적인 표현인 샵바트 샵바톤(“큰 안식일”)이 처음으로 사용된다(15절).

   (5) 창조의 안식일을 언급하면서 창세기 2:2, 3출애굽기 20:8-11에서처럼 하나님의 쉼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하나님이 “평안하였음이라”(refreshed)라는 말을 덧붙이는데, 피곤에서 회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이 완전한 창조를 이루셨기 때문에 그 후에 오는 기쁨의 안도감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말한 것이 분명하다. (581.3)
 13절에 사용된 “표징”이라는 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표징은 그 자체를 넘어서 더 심오한 실재를 드러내기 위해 가리키는 어떤 것을 말한다. 안식일과 관련하여 그 실재는 이중적이다. 즉 안식일은 하나님이 그분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신다는 항구적인 보증을 주며(13절), 또한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표로 기능한다(17절).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안식일에 영원한 표징으로서의 효력을 부여한다(13, 16절). (581.4)
 이 본문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엿새 동안 일하고 제칠일에는 쉴지니 밭 갈 때에나 거둘 때에도 쉴지며”(출 34:21). 여기서 “안식일”이라는 명사가 나타나진 않지만 “제 칠 일”이 명시되어 있으며 두 번 나오는 “쉬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동사가 샤바트이다. 농사일에서 두 번의 가장 중요한 시기, 곧 “밭 갈 때나 거둘 때”에도 안식일을 신실하게 지켜야 했다는 점은 하나님이 그날에 부여하신 신성성을 강조한다. (581.5)
 이 본문에서 샵바트 샵바톤이라는 용어가 제7일을 “거룩한 큰 안식일”(〈개역한글판〉에는 “성일이니∙∙∙특별한 안식일”로 되어 있음)로 지키라는 명령에 사용된다. 안식일을 범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여기에 이런 말이 추가돼 있다. “안식일에는 너희의 모든 처소에서 불도 피우지 말지니라” 이것은 분명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에 꼭 하지 않아도 될일을 하지 말라는 말일 것이다. (582.1)
 i. 레위기
 레위기는 오경에서 샵바트샵바톤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책이지만, 그런 용례 가운데 비교적 소수의 경우만이 구체적으로 매주 안식일을 가리킨다(참조 19:3, 30; 23:3, 38; 24:8; 26:2). (582.2)
 레위기 19:3, 30; 26:2에서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는 간단한 명령이 주어진다. 첫 번째 경우에는 이 명령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언급 뒤에 나오고, 뒤의 두 경우에는 “내 성소를 공경하라 나는 야훼니라”는 구절 앞에 나온다. 레위기 23:3은 간명하게 이렇게 말한다.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요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샵바트 샵바톤]이니 성화라 너희는 무슨 일이든지 하지 말라 이는 너희 거하는 각처에서 지킬 야훼의 안식일[샵바트]이니라.” 이 본문은 안식일이 쉴 안식일(solemn rest)일 뿐 아니라 “성회”라는 증거를 제공한다. 레위기 23장의 나머지 부분은 주로 “야훼의 안식일 외”의 절기들(38절)에 할애되어 있다. 레위기 24:5-8은 매주 안식일에 아론이 성소의 떡을 새로 진설해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582.3)
 레위기 16:31에서 속죄일은 샵바트 샵바톤이라고 일컬어진다. 또한 23장에서 이 날과 기타 다양한 연례 절기의 날들이 “안식일들”(sabbaths) 또는 “쉴 안식일”(solemn rest)로 제시되어 있다. 이것들 중 네 개에서 사용된 안식일 관련 용어는 샵바트 또는 샵바트 샵바톤이다. 일곱째 달의 첫날(나팔절), 일곱째 달의 10일(속죄일), 초막절의 제1일과 제8일(23:24, 25, 27-32, 34, 36), 무교절과 오순절의 첫날과 일곱째 날도 안식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엣세네파 및 그보다 더 후의 보이투스파(Boethusian) 유대교 전통은 11, 15, 16절“안식일” 언급을 매주의 제7일 안식일로 해석했다. 속죄일을 제외한 모든 연례 절기에 대해서는 “아무 노동(no laborious work)도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참조 7, 8, 25, 35, 36절), 속죄일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아무 일(no work)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28절). (582.4)
 레위기 25:2-6에서 안식일 관련 표현이 다시 사용되지만, “안식년”을 언급하고 있다. 레위기 26장에서 몇 번에 걸쳐 안식일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불순종할 경우 포로로 잡혀가 땅이 “안식”(sabbaths)을 누릴 미래의 때를 묘사하고 있다(참조33-35절). 복수 명사뿐 아니라, 땅이 “안식을 누릴” 것임을 말하기 위해 동사 샤바트도 사용된다(34, 35절). (582.5)
 j. 민수기
 민수기는 매주 안식일을 두 가지 문맥에서 언급하고 있다. 15:32-36은 안식일에 한 사람이 땔감을 모으다가 사형을 받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분명히 그가 안식일 규정을 주제넘게 어겼기 때문이다. 28:9,10에는 안식일에 상번제 외에 2년 된 어린양을 번제로 드리라는 규정이 들어 있다. (582.6)
 k. 신명기 5:12-15 (582.7)
 이 본문은 오경에서 안식일을 언급한 마지막 경우이다. 여기서 모세는 출애굽기 20:8-11에 나온 표현과 매우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여 안식일 계명을 반복하는데, 한 가지 예외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즉 창조의 안식일을 언급하는 대신,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애굽의 속박에서 구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야훼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 야훼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 5:15). (582.8)
 어떤 주석자들은 안식일이 창조의 안식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출애굽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도입한 비교적 새로운 제도임을 말하는 증거로 이 진술을 본다. 이런 주장은 몇 가지 이유에서 근거가 빈약한 것이다

   (1) 15절에 사용된 표현을 살펴보면, 이 본문은 모세 자신이 십계명을 풀어서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신명기 자체는 이스라엘의 광야 경험을 회고하며, 매우 적절하게 이 문맥에서는 애굽의 속박으로부터의 구원을 언급하고 있다.

   (3)이스라엘이 애굽의 속박으로부터 구원받은 것을 언급한 점이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창조 시의 제도로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출애굽기 20:1131:17이 그 증거다. 애굽으로부터의 구원과 십계명을 연관시키는 주제가 신명기 5장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 주제는 이미 출애굽기 20장에서 십계명을 주는 것과 관련하여 나타났다(참조 2절; I. A. 2. D). (5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