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식 제도의 종결
 의식 제도는 모든 의문의 법들과 더불어 중요한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공표하고 그 의미를 가르치는 것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상징은 실체에 밀려나고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공관복음 모두가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후에 성소와 지성소를 구분했던 “성소의 휘장”“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된 사실에 주목한다(마 27:51; 막 15:38; 눅 23:45). 그리스도께서는 저녁 희생을 드리는 시간에 죽으셨는데, 이때는 제사장이 어린양을 제물로 바친 후에 그 피를 휘장 앞에 드리는 시간이었다. 제사장은 지성소로 들어가도록 허락을 받지 못하였는데, 이는 오직 대제사장만이 1년에 한 번 대 속죄일에만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장이 찢어지고 제사장이 지성소의 내부를볼수 있도록 허용되었다는 것은 의식 제도 전체가 끝났음을 보여 준 것이었다. (567.1)
 다니엘은 메시아가 그의 사망 시에 “한 이레 동안의 언약을 굳게 맺고∙∙∙제사와 예물을 금지할 것”이라고 이미 예언하였다(단 9:27). 같은 개념이 신약에서도 반복되었다. 의식 제도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므로(히 10:1) 그것은 오직 “개혁할 때까지”(히 9:10) 혹은 “약속하신 자손이 오시기까지”만(갈 3:19) 유효하다. (567.2)
 그리스도께서 죽으셨을 때 의식 제도는 그것이 [규정한] 복잡한 제물들 및 복잡한 의식들과 함께 끝났다. 죄를 위한 참된 제물이 만들어졌다. 값없이 제공된 용서와 더불어 십자가는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았다(골 2:14). 그리스도인들은 더는 제의적인 음식과 음료, 절기와 초하루와 연례 안식일의 의식(儀式)들에 대하여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는 의식 제도 전체가 “장래 일”“그림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자의 실체 즉 “몸”은 그리스도의 희생이었다(16, 17절). 이것은 양심을 깨끗하게 하고 죄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제물이었다(히 9:12, 14; 10:4). (567.3)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의식 제도를 폐지하신 것과 꼭 마찬가지로 그는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를 막고 있는 “중간에 막힌 담”을 허무셨다. 유대인의 의식 제도는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도하는 몽학 선생으로 하나님에 의하여 주어졌는데, “적의”(원수 됨)를 불러일으키고 이방인들을 “멀리” 두어 그들을 이스라엘 국가 공동체에서 소외시켰다. 예수님은 그의 희생을 통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여 한몸이 되게 하셨다(엡 2:11-18). (567.4)
 2. 십자가:도덕법의 재확인
 십자가는 십계명이 폐지되거나 무효화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만일 하나님이 도덕법을 폐기하려고 의도하셨다면 십자가에서 죽기 전에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율법을 실제로 폐지하기 전에 그 율법을 성취하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단순히 죄된 상태 가운데 있는 죄인들을 의롭다고 여기기 위해서만 그의 아들을 십자가로 보내는 고통을 감당하셨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구원은 단순히 형식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서, 곧 죄로부터의 구원 아니라 단지 심판에서부터의 구원을 통해서 이르러 왔을 것이다. (567.5)
 죄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율법을 폐지했다면 그 일은 하나님이 친히 죄의 존재를 단지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며, 그렇게 하여 죄는 영원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는 율법의 요구 사실상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청구대로 지불하신 것이다. 그리스도는 도덕법을 폐기하기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죄를 멸하기 위해 죽으셨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인간을 율법의 권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율법이 하나님의 공의만큼이나 무한함을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을 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하게 하러 왔다고 말씀하셨다(마 5:17). (567.6)
 십자가에서 율법을 성취하신 일은 율법을 전적으로 확증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율법의 판결을 확인한 것, 즉 죄에 대한 정죄의 선고가 집행되었다는 것이며(롬 5:6-21), 또한 율법의 공의를 확인한 것, 즉 죄의 값이 완전히 지불되었다는 것이며(롬 6:23), 율법의 목적을 확인한 것, 즉 인간에게 완전하게 적용된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롬 8:31-39)과 하나님께 대한 순종의 완전한 성취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며, 끝으로 율법의 명령을 확인한 것, 즉 율법의 요구가 십자가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확립되었다는 것이다(롬 3:19-31). (567.7)
 십자가는 도덕법을 확인한다.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파기하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롬 3:31). (5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