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키프리아누스(Cyprianus, d. 258)는 전쟁과 군복무에 철저히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테르툴리아누스와 동향으로서 그 곳 교회의 감독이었다. 이 점은 클레멘트와 오리게네스가 알렉산드리아 출신들이란 사실과 대조를 이루는 현상이다. 군복무와 전쟁에 대한 교부들의 입장들이 지역적인 전통과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가를 살필 수 있는 흥미 있는 케이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키프리아누스는 군사적 은유를 가장 빈번히 사용한 교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의 군사 은유는 그의 전쟁 및 군복무관과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83.1)
 키프리아누스의 글을 검토할 때에 부딪치는 최대의 난점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의 경우와 같이 그의 태도의 불확실성이다.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3세기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불확실성은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새로운 사색과 시도, 그리고 기존 주장의 유보와 처신의 신중성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84.1)
 키프리아누스는 우선 “도로마다 산적들이 출몰하여 행인이 다닐 수 없고, 바다 또한 해적이 들끓고 있는”1 시대에 병사들의 수효와 능률은 전시대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사실을 불평하였다.2 또 그는 “반역자들과 적군으로부터 사령관의 병영을 방위하는 것은 병사의 훌륭한 임무이고 자기에게 맡겨진 군기를 수호하는 것은 장군의 자랑스러운 임무”3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사회 질서의 유지에 군대의 능률이 요구되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군인의 충성과 용맹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어느 곳에서도 분명하게 군복무를 반대하거나 금지하는 말을 남기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그와 동향이며 그로부터 깊이 존경을 받았던4 테르툴리아누스의 입장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84.2)
 그러나 그는 같은 글에서 전쟁의 참화에 대한 비애와 살상이나 전쟁행위의 사악성에 대한 혐오를 격렬하게 피력하고 있다. (85.1)
“전쟁으로 인하여 도처에 병영의 유혈 공포가 깔려있다. 세계는 교전 쌍방이 흘리는 피로 물들고 있다. 살인이 사적으로 행해 질 때는 범죄가 성립되지만 살인이 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오히려 공덕으로 간주되는 세상이다. 그 행위가 결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만행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무죄가 주장되고 있다.”5 “하나님께서는 철제 연장들이 밭을 일구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라신다. 살인의 죄를 범치 말아야한다.”6 “간음과 협잡과 살인이야말로 치명적인 죄이다 . . . 성체(Eucharist)를 받들었던 그 손이 칼과 핏자국으로 더럽혀지고 있다.”7
(85.2)
 이같은 논평에서는 그가 테르툴리아누스 못지 않게 전쟁에 대해 혐오하고 있음이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원 295년 누미디아(Numidia)의 테베스테(Teveste)에서 막시밀리아누스(Maximilianus)가 군복무 중에 순교하였는데 그 시체가 그리스도교회의 한 여신도에 의해 카르타고로 옮겨져 키프리아누스의 무덤 곁에 매장되었다.8 이 사실도 키프리아누스의 군복무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85.3)
 그는 또 자신의 서한에서 데키우스(Decius) 황제의 박해 때(A.D. 250) 순교한 두 사람의 군인 순교자를 언급한 바 있다.9 이 글의 문맥을 미루어 볼 때 이 서한에서 언급되고 있는 두 사람의 순교자 라우렌티누스(Laurentinus)와 에그나티우스(Egnatius)는 우상숭배나 유혈 중 하나 또는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군복무를 포기함으로써 순교 당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86.1)
 다음으로 그의 빈번한 군사 은유는 그의 군복무관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또 그의 군사 은유는 교회의 구조적 본질과도 관련되는가에 대하여 살펴보자.10 그리스도교회가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묘사할 때 군사적 용어를 사용하는 일은 3세기 중엽 이후의 뚜렷한 경향이었으며 특히 라틴계 저술가들에게 있어서 더욱 현저하였다. 그 중에도 키프리아누스는 군사용어를 가장 빈번히 사용한 교부의 한 사람이다. (86.2)
 그는 말하기를 “이 세상의 병사들이 적군을 무찌르고 고국으로 개선하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면 그리스도인들이 마귀를 무찌르고 낙원으로 개선하는 영광은 얼마나 크고 뛰어난 것이겠는가”라고 하였다.11 그에게 있어서 교회는 하나님의 병영(Castra Dei)이며12 순교자들은 하나님의 군대의 병사들이거나 그 장교들이다.13 그리스도는 이 군대의 사령관이며14 전쟁터는 이 세상이다.15 신앙의 박해는 그리스도의 영적 병사들이 싸우는 전쟁이다.16 마귀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는 군대를 지휘한다.17 그리스도인 병사는 영적인 전투를 위해 교회 안에서 훈련을 받는다.18 이단분자들과 그 지도자 및 변절자들은 탈영자들이다.19 침례는 기맹(旗盟: Sacramentum) 혹은 깃발이다. 영적 병사인 그리스도인은 이 깃발을 수호하여야 한다.20 그리스도인 병사는 신앙의 박해 외에도 탐욕, 야심, 음주, 시기, 교만, 세속의 유혹 등과 싸워야 한다.21 (86.3)
 위 은유들의 중심 개념은 하나님의 영적 병사로서의 순교자 개념이다. 다른 은유들은 모두 이 중심 개념의 확대 과정에서 부수되는 개념들이다. 키프리아누스는 그리스도인의 비폭력적 용맹을 강조하기 위하여 군사용어를 차용했던 것이다. 하르낙(Harnack)은 이러한 은유의 배경으로서 3세기 라틴 교회를 압도한 도덕적 전투 분위기를 지적한바 있다.22 호세 캄파니(Jose Campany)는 키프리아누스의 영적 인식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병사 개념을 연구한 그의 논문23에서, 키프리아누스가 실천하고 가르친 영적 생활은 순교의 가상적 또는 실제적 시련과 연결된다고 하였다. 키프리아누스와 동시대였던 데키우스(Decius)와 발레리아누스(Valerianus) 황제의 조직적인 박해가 묵시록적인 전쟁의 비극적인 실제성을 제공한 것이다. (87.1)
 여기에서 폭력 행위는 이 세상 임금을 섬기는 일로 나타났다. 군인들 특히 제국의 헌병부대에 속한 군인들은 순교자들을 수감하고 처형하였다. 이러한 관점에 병행하여 침례 양식은 군대의 군호나 기맹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박해하는 황제의 군대에 맞서 순교로서 대항하여 싸우는 그리스도의 영적 군대의 대열에 가담하는 입대의 의식으로 발전케 되었다. (88.1)
 하르낙(Harnack)이 일찍이 지적한 바대로 군사적 은유들은 중세의 십자군 이미지의 조장에 이바지하였다. 중세에 와서는 그리스도인 병사들이란 말이 가이사의 병사 혹은 교회에게 고용된 재래적인 병사의 의미로 이해되기에 이르렀다.24 그러나 기원 3세기 후반에 키프리아누스의 교회가 사용한 군사 은유의 실재는 폭력에 대항하는, 온유한 그리스도인 영적 병사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의 비폭력적 태도는 바울의 사랑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다음의 진술 속에 역력히 나타나있다. (88.2)
“그리고 무엇을 더하여야 하는가? 다른 사람을 저주하지 말라. 남이 네게서 가져간 물건을 되돌려 받으려고 애쓰지 말라.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까지 내주라.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번씩 일곱번을 용서하라 하시지 않았는가?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원수와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하시지 않았는가?”25
(88.3)
 키프리아누스는 인간 생활의 여러 국면들 예컨대 농사, 기후, 군대, 항해 등에서도 즐겨 은유를 이끌어 내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26 유독 군사 은유에서만 특별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27 그러나 키프리아누스의 군사 은유는 신약성경 에베소서 6장 12-17절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 본문 자체가 영적 병사로서의 그리스도인 신분을 강조하는 군사 은유라는 명백한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89.1)
 참고
 1. Cyprianus, Ad Donatum, 6. “Cerne tu itinera latronibus clausa, maria obsessa praedonibus”

 2. Cyprianus, Ad Demetrianam. 3. “decrescit ac deficit in aruis agricola, in mari nauta, miles in castra”

 3. Cyorianus, Ep., 73. 10.

 4. Jerome, De Viribus Illustribus, 53.

 5. Donat, 6. “Cruento horrore castrorum bella ubique diuisa. madet orbis mutuo san guine: et homicidium cum admittunt singuli, crimen est: virtus vocatur, cum publice geritur. inpunitatem sceleribus adquirit non innocentiae ratio, sed saevitiae magnitudo”

 6. De Habitu Viriginum, 11. “ferrum esse ad cultram terrae Deus voluit, nec homicidia sunt idcirco facienda”

 7. De Bono Patientiae, 14. “adulterium, fraus, homicidium mortale crimen est . . . nec post gestatem eucharistiam manus gladio et cruore maculatur.” cf. J. Helgeland, 154.

 8. Ruinart, Acta Martyrum p. Theodorici Ruinart opera ac studio collecta selecta atque illustrata (Paris, 1689; Ratisbon, 1859), 342, cf. Cadoux, 148.

 9. Cyprianus, Epistles, 39. 그는 이때 Clerinus라는 사람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숙부와 외숙이 한때 세속의 병영에서 군인으로 봉직했으나 하나님의 참된 영적 병사가 되어 그리스도를 고백함으로써 마귀를 타도하고 그들의 탁월한 수난을 통하여 주님의 종려나무와 면류관을 획득하였다”고 했다.

 10. Helgeland는 키프리아누스의 군사 은유가 교회의 구조적 질서와 관계된 것이라고 하였다(Helgeland, 154).

 11. Cyprianus, Fort., 13.

 12. Cyprianus, Epistles, 8 (cf., ANF, Vol. v, 288), 36 (cf. ANF, Vol. v, 315), 53 (ANF, Vol. v, 337), 72 (cf. ANF, Vol. v, 315), 53 (ANF, 337), 72 (cf. ANF, Vol. v, 385). Cyprianus의 이같은 metaphors들은 너무나 많다. 여기에서 소개한 예증들은 그 목록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몇 개의 예를 제시하는 뜻을 가질 뿐이다.

 13. Cyprianus, Ibid., 8 (cf., ANF, Vol. V, 288), 24 (cf. ANF, Vol. V, 302), 53 (cf. ANF, Vol. V, 337-338), 55 (ANF, Vol. V. 348).

 14. Ibid., 10. cf. ANF, Vol. V, 291.

 15. Ibid., 6. cf. ANF, Vol. V, 284.

 16. Ibid., 24 (cf. ANF, Vol. V, 302), 53 (cf. ANF, Vol. V, 336), 55 (cf. ANF, Vol. V, 347).

 17. Cyprianus, De Laude Martyrii, 10.

 18. Cyprianus, Epistles, 53. cf. ANF, Vol. V, 337.

 19. Ibid., 71. cf. ANF, Vol. V, 379-380.

 20. Ibid., 72. cf. ANF, Vol. V, 381.

 21. Cyprianus, De Mortalitate, 4.

 22. Harnack, Militia Christi, 41.

 23. Jose Campany, “Miles Christi en la espiritualidad de San Ciprian,” Collectanea San Paciano, Serie Theologica, I (Barcelon, 1956). cf. Jacques Fontain, “Christians and Military Service in the Early Church,” Concilium, 7 (1965), 111.

 24. Harnack, 1-10.

 25. Bon, Pat., 15-16. cf. Bainton, “The Early Church and War,” 207-208에 본문이 영역되어 있다.

 26. De Mortalitate, 8.

 27. Helgeland, 154.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