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단잠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뢰할지어다

   여러 사람의 말이

   우리에게 선을 보일 자 누구뇨 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들어

   우리에게 비취소서”

   (시편 4편 5, 6절). (57.3)
마침내 어느 날 우리 모두는 갑자기 죽음이 어두운 그늘이 내리덮이는 인생의 마지막 밤을 홀로 맞게 될 것이다. 그대는 그 때에 부를 노래를 가졌는가? 그 때 드릴 기도가 있는가?
(58.1)
 반역자들아 너희가 예루살렘과 성소를 차지하고 거기서 형식을 갖추어 제사를 드린다고 하나님이 어리석게 받으실 줄 아는가? 마음을 바르게 가져야 제사도 의롭게 되고 믿음도 진실한 것이 된다. 세상이 이처럼 혼란스럽다보니 도덕에는 표준이 없고, 신앙에는 신조도 없고, 예술에는 가치가 없고, 정치에는 대의 명분(大義名分)이 없어졌다고 권선 징악(勸善懲惡)의 천리(天理)마저 무너진 줄 아는가? (58.2)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저희의 곡식과 새 포도주의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거하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시니이다”

   (시편 4편 7, 8절). (58.3)
 지금의 내 형편은 처절하고 내 꼴은 말이 아니다. 왕의 홀(笏)은 방랑자의 지팡이로 바뀌고, 왕이 거지가 되어 남들이 조금씩 가져다주는 것으로 근근이 연명해 간다마는 하나님이 내 편이 되셔서 나를 끝까지 도우신다는 이 확실한 보증은 나를 더 바랄 것 없이 만족하게 만들었다. 지금 나의 이 기쁨은 너희가 곡식과 새 포도주를 모두 거두어 쌓아놓고 희희 낙락(喜喜樂樂)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58.4)
 하나님께 모든 것을 실토하고 나니 슬픔과 울분으로 격했던 심정은 어느새 진정되고 기쁨과 확신이 가슴을 채우자 눈앞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졌다. 반군들이 물밀 듯이 요단강을 건너 멀지 않은 발치 길르앗 땅에 이르렀다는 전갈이 왔지만(사무엘하 17장 24~27절 참조) 겁날 것이 없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시편 121편 4절)니 마음을 놓고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마음을 불안하게 하던 산간의 바람 소리는 어느새 평안한 잠을 청하는 자애로우신 하나님의 자장가로 바뀌었다. 이 형편에서 이렇게 평안히 잠들 수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동안 다윗은 어느새 잠에 빠져 들어갔다.

 오랜만에 어린 아이같이 천진 난만한 잠을 잔다. (59.1)
 마지막 밤을 위하여
해 넘어 가고 어둠 덮이니
구주여 나와 함께 곕소서
내 친구 나를 위로 못할 때
내 도움되신 주여 곕소서

내 사는 날이 속히 지나고
이 세상 영광 빨리 쇠하며
이 천지 만물 모두 변하나
변함이 없는 주여 곕소서

주 홀로 마귀 제어하시니
때마다 계심 요긴합니다
주같이 누가 보호하리까
맑거나 흐린 때도 곕소서

주께서 나와 함께 계시면
원수의 세력 두렴 없도다
사망의 씀이 어디 있느뇨
내 승리되신 주여 곕소서
(59.2)
 이것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어두움이 덮일 때 흔히 부르는 친근한 저녁 찬송이다. 월남전이 한창일 무렵 국립 묘지에 갔을 때, 마침 유골함에 담겨 말없이 귀국한 전몰 장병을 위한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유족들의 오열(鳴떠) 속에 군악대가 은은히 연주한 진혼곡(鎭魂曲)이 바로 이 찬송이었다. (60.1)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는 외롭고 불안했던 밤을 혼자서 맞던 회상이 있는가? 마침내 어느날 우리 모두는 갑자기 죽음의 어두운 그늘이 내리덮이는 인생의 마지막 밤을 홀로 맞게 될 것이다. 죽음은 언제나 홀로 맞는 것이다. 그대는 그 때에 부를 노래를 가졌는가? 그 때 드릴 기도가 있는가? 시편은 날마다의 밤과 함께 언젠가는 이를 인생의 마지막 밤을 위해 드릴 기도와 부를 찬송을 지금 가르치고 있다. (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