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백의 땅과 시간은 단순히 빈 땅, 빈 시간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에게 깊은 산골은 빈곳이 아니라 산신령의 땅이었다. 깊은 바다도 빈 바다가 아니라 용의 처소였다. 어린 시절 필자는 깊은 우물의 검푸른 수면을 내려다보면서, 저 물밑에는 누가 살까 하고 두려운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86.3)
6일의 끝에 서서 6일 너머의 7일의 시간을 바라보라. 깊은 산 속과 바다를 바라볼 때 보다 더 외경스러운 어떤 현존 의식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 시간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현존이 안개같이 서려 있고, 구름같이 서려 있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현존과 더불어 하나님의 숨과 쉼이 샘솟는 시간이다. 우리가 때묻은 탐욕과 수고와 염려를 내려놓고 겸비로 들어오도록 초청된 시간이다. (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