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중에서 최고의 기는 로마제국 전체의 수호신인 주피터 옵티무스 막시무스(Juppiter Optimus Maximus)를 상징하는 독수리(Acquilia)였다.
34 각 군단에 하나씩 배당된 독수리 기는 군단의 신령이 어려있는 성물이었다. 동시에 전투시에는 병사들로 하여금 독수리 기보다 앞서 전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군단 전체의 행진을 규제하는 전술적 기능도 행사했다. 전투 중에 독수리 기를 상실하는 군단은 가차없이 해체되었으며 제국은 그 독수리기를 다시 회수할 때까지 그 치욕을 결코 잊지 않는다.
35 군대에는 독수리 기 외에 보병대(Cohort), 백인대(Century) 등 지대 단위로 군기(Vexilla)가 있었다. 이 모든 군기들에게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와서 프린케프스(Princeps)의 대표성이 부여되었으며 통상적으로는 프린케프스의 상(像)과 군기가 나란히 배치되어 부대의 경의를 받았다.
36 그러나 군기는 엄격한 의미에서는 어디까지나 상징일 뿐 신적 실재는 아니었다. 파멸이 가능한 물질적인 대상물이며 회복의 대상이 아니라 대치되는 대상이었다. 군기가 사람의 기도를 듣는 것으로 간주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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