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그림자 제1편 성소 제 3 장 성소의 역사
 지상 성소를 통하여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표현된 표상적인 봉사의 역사는 에덴동산의 문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곳에 우리의 최초의 부모는 그들의 제물을 가져다가 여호와 앞에 바쳤다. 아벨은 한 짐승을 끌고 옴으로써 약속하신 구주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나타내 보였다. 그는 그 희생제물의 흘린 피뿐만 아니라, 또한 그 기름까지 여호와께 바침으로 구주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죄를 멀리 버리고자 하는 자원하는 마음을 나타내보였다(창 4:4; 히 11:4). (35.1)
 하나님의 백성이 애굽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그들의 예배는 단순한 것이었다. 부조들은 하나님과 가까이 살았으므로, 죄 없으신 분의 죽음을 통해서만 죄가 속죄함을 받을 수 있다는 하나의 중대한 진리를 그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수많은 형식이나 혹은 의식들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들에겐 오직 자신들의 믿음을 죄를 짊어지신 분과 연결시켜주는 수수한 제단과 흠 없는 어린양만이 요구되어 있었다. (35.2)
 부조들이 이곳저곳으로 여행할 때마다 그들은 제단을 쌓은 다음 희생제물을 드렸으며, 하나님은 그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하늘로부터 그 제물을 사를 불을 보내어주심으로 하나님께서 그 제물을 가납하셨음을 종종 보여주셨다. (35.3)
 창세기에 기록된 모든 제물들 중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독자를 바치도록 지시하셨을 때, 그에게 요구된 제물만큼 저 위대한 실체적 제물에 근사한 것은 없었다. 이삭은 그의 유일한 적자(嫡子)였다는 점에서 그의 믿음에 대한 시험은 단순하지가 않았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자손을 통해서 약속된 메시아가 탄생할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으므로, 이삭을 바친다는 것은 세상의 소망은 물론 구원에 대한 자신의 유일한 희망마저 끊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동요되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그에게 아들을 주심으로 이적을 베푸신 그 동일하신 하나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그 아들을 다시 일으키심으로써 그가 하신 약속을 성취하실 수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히 11:17~19). (36.1)
 하나님께서는 이삭을 제물로 바칠 정확한 장소를 선정해 주셨다.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 22:2)고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명하셨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그 잊지 못할 여행길을 떠났을 때, 그들은 모리아산까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으며, 그들이 그 장소에 이르렀을 때, 아브라함은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이삭을 묶은 다음 그를 제물로 바치고자 하였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그의 손목을 붙드셨다. (36.2)
 하나님께 대한 이러한 충성심을 나타내보였던 그 장소는 그 후로 계속 여호와께서 존귀하게 여기시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장소는 주님뿐만 아니라 마귀도 언제나 주시하는 곳이 되었다. 마귀는 그 장소가 여호와께 거룩한 곳임을 알고 있었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그를 자신의 친구라고 칭하심으로써 존귀를 베푸셨던 바로 그 사람의 믿음을 그곳에서 시험하셨기 때문이다(약 2:23). (36.3)
 이스라엘 자손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 후 거의 400년 이상이나 사탄은 이 장소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 장소는 이스라엘 가운데 있는 적의 요새였다. 그러나 끝내는 다윗에게 함락되고 말았으며, 다윗은 그곳을 그의 나라의 수도로 만들었고, 그 후로 예루살렘은 “다윗 성”으로 불리게 되었다(삼하 5:6~9). (37.1)
 여호와의 사자가 다윗에게 그 타작마당에 제단을 쌓도록 명했으며, 바로 그곳에서 다윗은 여호와께 특별한 봉헌을 하게 되었는데, 몇 년 후에 아무런 망치의 소리도 없이 건축된 그 성전은 바로 이 동일한 장소 위에 세워지게 된 것이다(대하 3:1). 하나님은 그 장소를 정복하시고 그곳에 그분께서 임재하심으로 성스러운 곳이 되도록 계획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신실하지 못했으며, 빛 되신 주께서 자신의 성전에 오셨을 때, 그는 멸시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힘을 받으셨다. 그리고 그 거룩한 도성과 거룩한 성전 터는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37.2)
 사탄은 현재에도 이 장소를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으며, 그의 장악권을 다시는 결코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사탄과 그의 모든 부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전에서 거절을 당하신 그 동일하신 구주께서 감람산 위에 서셔서(슥 14:4~11) 옛 예루살렘의 터전을 정결케 하신 후, 하늘로부터 새 예루살렘이 내려와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의 봉헌으로 성별된 그 터 위에 안착하게 될 그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하늘 성전은 시온산(모리아산)에 세워질 것이며, 다시는 결코 원수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성소를 영원토록 그들 가운데 세우리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37.3)
 상실된 에덴에서 회복된 에덴까지의 주제를 요약해 보았으므로, 이제 우리는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왔던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38.1)
 이스라엘 백성이 끊임없는 노역의 생활에 매이고, 이교의 암흑 속에 빠져 있었을 때, 그들은 단순한 희생 제사의 중요성을 저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노예생활로 인하여 그 선조들이 많은 시간을 하나님과 교통하면서 즐겼던 그 특권을 빼앗기고 말았으며, 애굽인들의 우상숭배의 습관에 거의 물들고 말았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애굽에서 불러내셨을 때, 그분은 시내산에서 자신의 율법을 선포하셨으며, 아울러 그 선조들이 준수했던 그 동일한 제사제도를 그들에게 주셨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마치 어린아이들을 취급하듯 그들을 다루셔야만 했다. 그들은 단순한 예증이 없이는 그 진리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 준수했던 제사제도를 보여주셨다.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훈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마치 유치원 방법을 사용하듯이, 하나님께서도 매우 단순한 형태로 그 제사제도를 보여주신 것이다. (38.2)
 그들은 너무나 멀리 떠나 있었으므로,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들과 함께 거하실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지으라”(출 25:8)고 명하셨던 것이다. 그 성막 위에 있는 구름기둥과 성막 안에 나타난 눈에 보이는 하나님의 임재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그들과 함께하시는 여호와의 실제적이고도 항구적인 임재를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38.3)
 이 성소는 하늘 성소의 그림자요 모형이었다. 그 봉사는 잃어버린 인류의 구속을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이 이 세상과 하늘에서 행하실 그 사업에 대한 표상이요 표현이었다. 그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실물교훈 가운데서 가장 놀라운 것이었다. (39.1)
 그 성소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진영을 치고 있는 동안에 완성되었으며, 광야에서 40년 동안 유랑할 때 그들은 그 성소를 함께 이동시켰다. 그들이 약속된 땅에 도착했을 때, 그 성소는 몇 년 동안 길갈로 옮겨져서(수 18:1; 19:51), 그곳에서 여러 해 동안 머물러 있었다. 다윗이 사울에게서 피하여 도망갔을 때, 그 성소는 놉에 있었는데(삼상 21:1~6), 제사장들은 그곳에서 매 안식일에 여호와 앞에 진설병상을 차려 놓았다. 그 다음에는 기브온 고지에 옮겨 놓았는데(대하 16:39; 21:29). 솔로몬이 그 성막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기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요세푸스(Josephus)는 증언하기를 “솔로몬은 모세가 세운 그 성막과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는 데 사용된 모든 기구들을” 그 성전[예루살렘 성전]으로 옮겼다고 했다. (39.2)
 다윗은 하나님을 위하여 한 집을 세우고자 열망했지만, 그의 수많은 전쟁의 경험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들을 통하여 그 성전을 짓도록 명하셨다. 솔로몬이 즉위하자 그는 웅장한 건물을 세운 다음, 그것을 하나님께 바쳤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을 그 성전에 충만케 하심으로 그분의 가납하심을 나타내 보여주셨다. 솔로몬 자신이 그 성전 건축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일찍이 모세에게 그 성막의 계획을 보여주셨던 것처럼 그분께서 다윗에게 그 건축계획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다윗은 그 성전이 세워지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그 건축계획을 솔로몬에게 전달해주었을 때, 다윗은 말하기를 “이 위의 모든 것의 식양을 여호와의 손이 내게 임하여 그려 나로 알게 하셨느니라”(대상 28:11~19)고 했다. (39.3)
 솔로몬 성전의 역사는 실제적으로 이스라엘 자손의 종교적인 경험의 역사이다. 그들이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났을 때 그 성전은 소홀히 여겨졌으며, 때로는 심지어 난폭한 일을 당하기까지 하였다. 그 성전은 애굽의 왕 시삭에게 약탈당하기도 했지만(왕상 14:25~26), 요아스와 여호야다에 의해서 수리되었다(왕하 12:4~14). 그 후 아하스가 그 성전 내에 있는 성물들을 더럽혔을 뿐만 아니라 그 거룩한 경내도 더럽혔다(왕하 16:14, 18). 그러다가 선한 왕 히스기야의 통치하에서 성전은 청결케 되었고, 제사제도는 회복되었다(대하 29:3~35). 그러나 히스기야 왕도 앗수르인들과 조약을 맺기 위해 그 성전의 보물들을 취해 갔다(왕하 18:13~16). 다시금 그 성전은 므낫세의 우상숭배로 말미암아 더럽혀졌다(왕하 21:4~7). 불과 18세의 청년이었던 “선한 왕 요시야”가 그 성전을 수리하고 청결하게 했을 때, 성전 봉사는 다시금 회복되었다(왕하 22:3~7). 그러나 결국 그 성전은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의 불충성으로 말미암아 터까지 다 타버리고, 그 성전의 보물들은 바벨론으로 옮겨지고 말았다(왕하 25:9, 13~17). (40.1)
 스룹바벨이 성전 재건을 완성하기까지는 거의 70년이 흘렀고, 그 성전은 크나큰 기쁨으로 봉헌되었다(스 6:16~22). 헤롯은 스룹바벨의 성전을 개축하는 일에 46년이란 세월을 보내어, 그리스도 당시에 그 성전은 웅장한 구조로 보였다(요 2:20). (40.2)
 그 회막이 광야에 세워진 때로부터 그들의 영적 방랑의 역사를 거쳐 내려와 무수한 표상들이 갈바리의 십자가 위에서 그것들의 실체를 만난 그 기념할만한 날까지 1,500여 년 동안 하나님의 임재는 그들이 그분을 위해 준비한 거처에서 그분의 백성과 함께 거하셨다. 그 후 주께서 그분의 성전으로부터 영원히 떠나실 때, 헤롯의 웅장한 건물의 그 영광스러운 휘장은 큰 소리를 내면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찢어졌다(마 27:50~51). 이러한 일이 있기 전에는 성전 봉사가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왔으나 그 후로는 단지 공허한 조소거리가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성소에서 떠나셨기 때문이다(마 23:37~38). 그 성전은 A.D. 70년 로마인들에 의해서 파괴되기까지 서 있었다. 오늘날 그 거룩한 장소에는 회교 사원이 세워져 있다. (41.1)
 히브리서는 그 지도적인 사도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거행되어 온 모형들과 그림자들의 실체적인 성취에 대하여 분명하게 가르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언의 신의 선물과 여호와의 안식일은 언제나 성소 봉사 제도와 관련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 교회의 초기역사 동안에는 성소와 하늘에서의 그리스도의 실체적인 봉사사업에 대한 주제가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명하게 이해되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성경이 빼앗기고 주님의 안식일이 가리어지며, 교회를 인도하는 예언의 신의 음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을 때, 그들은 고대 성소 봉사 제도를 통하여 상징된 그 아름다운 실체적인 봉사사업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그 큰 심판이 시작될 때가 이르렀을 때, 아버지와 아들과 수행하는 거룩한 천사들은 당당한 모습으로 하늘 성소의 지성소 안으로 들어가셨다. 지상의 그 어떠한 화려한 행렬도 그 장엄한 행렬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사실을 지상에서 깨닫게 되기를 바라셨으며, 지상의 거민들에게 그 기별이 선포되어 그들의 관심이 하나님의 아들의 움직임으로 향하도록 의도하셨다. 바로 이것이 요한계시록 14:6~7에 첫째 천사의 기별로 나타나 있다. 수많은 무리가 그 기별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관심을 구주에게로 집중시켰지만, 성소의 실체적인 봉사사업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는 대신에 심판하는 일을 시작하시기 위하여 하늘 성소의 둘째 칸에 들어가신 것이었다. (41.2)
 첫째 천사의 기별을 듣고 모여든 이 무리들은 참으로 주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왜 주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는지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으로 주께 가까이 나아가게 되었으며, 주께서는 그들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그들의 관심을 하늘 성소로 이끌어주셨던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분의 거룩한 율법이 들어 있는 하나님의 언약궤를 보게 되었으며, 그들에 대한 그 율법의 요구를 시인하면서 주의 안식일을 거룩하게 준수하게 되었다. 성소 봉사, 안식일, 예언의 신은 옛적에도 언제나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실체적인 성소 봉사로부터 비쳐 나오는 빛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임하게 되었을 때, 주께서는 그들에게 다시금 예언의 신을 주셔서 다른 방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늘에서의 그리스도의 봉사사업에 관한 엄숙한 진리를 그들에게 보여주셨던 것이다.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