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준수의 기원과 역사 제1장 총론 제3절 “제3의 새 종교”의 특성과 그 유물들
 a. 개요
 서양 미술사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고증(考證)에 의하면, 원시 농경 사회의 고대인들이 마음속에서 염원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할 때부터 서양의 미술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밤하늘의 빛난 별들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과정에서 신화가 발생했고, 그 신화를 가시적인 것으로 표현 또는 묘사해 보려는 욕망에서 “시각적 예술”을 탄생시켰다. (90.3)
 

무피치 미술관 18호실, 피렌체
(91.1)
 고대 농경 사회에서 발생한 역사상 알려진 최고의 신앙은 지모신(地母神) 숭배였다. 처음에는 그것을 그리거나 흙을 빚어서 여신상으로 만들어 내다가 뼈나 상아, 목재나 석재로 풍만한 가슴과 배, 그리고 둔부를 지닌 여인상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표현들은 자녀들을 많이 생산하는 능력과 풍요 그리고 모성애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 것이었다. (91.2)
 

메디치의 비너스(Medici Venus) 우피치 미술관 18호실, 피렌체, 이태리
 이러한 여신상 제작이 수 세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술적 공교한 기술이 향상되었고, 인간의 끊이지 않는 욕망이 보다 아름다움과 미적 여인상을 추구하면서 회화와 조각을 눈부시게 발전시켰다. 오늘날의 “비너스”라는 것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고, 수세기 동안 그것을 숭배해 왔던 서양의 민속적 지모신 신앙의 전통이 기독교 시대에 와서는 “마리아”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서구 각지에 세워졌던 여신전들—이시스 신전, 아테네 신전, 아르테미스 신전, 베스타 신전, 비너스 신전, 아프로디테 신전, 키벨레 신전, ... 등등—이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산타 마리아” 성당들, 프랑스에서는 “Our Lady”라는 뜻의 “노트르 담” 대성당들이 도처에 건축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파리의 “노트르 담”과 랑(Lans)의 “노트르 담,” 그리고 아미앙(Amiens)의 “노트르 담”이다. (92.1)
 

오스트리아의 비너스, 비엔나 국립 역사 박물관 소장
(93.1)
 서양 미술사에서는 “신앙 시대”라는 항목이 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신앙의 가치관도 달라지는 것일까! 그럴 때마다 그 시대의 미술 작품들도 그랬다. 우리는 그들이 남긴 그런 작품들을 통해서 중세 유럽인들의 신앙관 또는 종교관을 다소 엿볼 수 있다. 그것은 그 시대의 시각적 미술가들이 그 시대 사람들의 신념이나 사상 또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회화나 모자이크, 그리고 조각 등을 통해 표출해 냈기 때문이다. (93.2)
 그런데 “신앙 시대” 직후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기까지의 그들의 작품들은 다분히 그리스-로마적 신화를 주제로 했거나 알맹이로 해서 거기에다가 기독교적인 옷을 입혀 미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가 “제3의 새 종교”의 성숙 또한 완숙기였다. 환언하면 유럽 문명사상 암흑기의 절정기 시대였다. (93.3)
 이제 그 시대의 작품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93.4)
 b. 성 게오르기우스와 성 마르다, 그리고 용
 그리스 신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94.1)
 북 아프리카에 에티오피아 왕국이 있었다. 그 나라 왕은 케페우스(Cepheus)였고, 왕비는 절세 미인 카시오페아(Cassiopeia)였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안드로메다(Andromeda) 공주였다. 왕비 카시오페아는 허영심이 강했고, 자신의 미모를 늘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94.2)
 어느 날 왕비는 해안을 산책하면서 무심코 “저 바다에 사는 네레이드 요정들(Nereids)보다 내가 훨씬 더 아름답고 말고”라고 호언했다. 이런 외마디의 메아리는 그때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속상한 바다의 요정 네레이드는 그의 아버지 포세이돈(Poseidon)에게 하소연했다. 화가 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괴물 카이토스(Caitos)에게 명하여 에티오피아 해안을 해일로 덮치게 했다. (94.3)
 곤경에 빠진 에티오피아 왕국 케페우스는 신들에게 빌었다. 신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화를 달래기 위해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안드로메다 공주는 우선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원해서 해안의 바위에 쇠사슬에 묶인 채 괴물에게 바쳐지게 되었다. 때마침 땅 끝에 있는 요괴 메두사(Medusa)를 쳐죽이고 천마 페가수스(Pegasus)를 타고 고국에 돌아가는 중이던 그리스의 영웅 아르고스(Argos) 왕국의 왕자 페르세우스(Perseus)가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이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이런 모습으로 ....” (94.4)
 안드로메다가 그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대노한 바다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면서 바다가 괴성을 발하며 요동했다. 그러자 그 순간, 괴수 카이토스가 삽시간에 다가섰다. 겁에 질린 안드로메다 공주는 엉겁결에 눈을 감고 말았다. 페르세우스 왕자는 서슴지 않고 용감하게 단숨에 칼을 뽑아 그 괴물에게 내려꽂았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칼로 요괴 메두사의 머리를 괴수 카이토스의 눈앞에 내 보였다. 그 순간 괴물은 거대한 바위로 변해 버렸다. (94.5)
 

안드로메다를 구원하는 페르세우스. Giuseppe Cesari 작
 

페르세우스는 위기에 놓인 안드로메다를 구했다. 앵그르 작, 런던 국립미술관 소장
(96.1)
 

성 게오르그(St. Georg). 노프고로드(Novgord)판화, 16세기. The George R. Hann Collection. 러시아
 

성 마르다를 구원하는 성 게오르게, 루벤스(Pierre Paul Rubens, 1577~1640)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