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베드로 대성당 파사드의 팀파눔 속에 장식된 태양의 용상이 이 바티칸 광장 중앙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를 마주 쳐다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적그리스도가 교회를 농락하는 매우 불쾌하고, 괘씸하고도 슬픈 현상이다. (83.1)
성베드로 대성당 전경
1506년에 교황 율리우스 2세(Julius II, A.D. 1503-1513)가 많은 추기경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라만테(Bramante)와 미켈란젤로(Michel- angelo)의 강권을 받아들여 약 천년의 역사가 풍긴 옛 베드로 성당을 허물고 그 자리에 현재의 이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는 초석을 놓았다. (84.1)
브라만테가 설계하기 시작하여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것을 기본으로 하여 건축하기 시작하였으나, 그의 사망으로 델라 포르타(D. Porta)와 도메니코 폰타나(Domenico Fontana)가 그 뒤를 차례로 이었다. 800명의 기술자들이 밤낮으로 계속해서 22개월만에 완성한 장엄한 돔의 안 지름은 42m이며, 지면에서 돔 위에 세워진 “십자가”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138m이다. (84.2)
율리우스 2세는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하고, 그 후임으로 교황 레오 10세(Leo X, A.D. 1513-1521)가 즉위하였다. 그는 이 막대한 건축기금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소위 “면죄부” 판매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가 1517년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다. (85.1)
그후 교황 파울루스 5세(Paulus V, A.D. 1605-1621)의 칙령에 의해 이 대성당의 정면 건축물, 즉 “파사드”와 신랑이 1607년에 도메니코 폰타나의 조수였던 마데르노(Carlo Maderno, A.D. 1556-1629)의 설계가 채택되어 착공한지 5년만인 1612년에 완성한 것이다. (85.2)
이에 앞서 광장 중앙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본래 로마 황제 칼리굴라(Caligula, A.D. 37-41)가 일찍이 이집트의 고 왕국 수도였던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에서부터 로마의 키루쿠스에 운반하여 세워두었던 것을 교황 식스투스 5세(Sixtus V, A.D. 1585-1590)의 칙령에 의하여 도메니코 폰타나가 1586년 9월 10일에 현 위치에 다시 옮겨 세운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본 대성당은 1626년에 완공되었다. (85.3)
그 후에, 4중의 도리아식 원주열 296개로 둘러싸인 타원의 광장은 거의 모든 이교도들의 “판테온”에서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베르니니(Gianlorenzo Bernini, A.D. 1598-1680)가 1656년에 완성한 것으로 그의 걸작품들 중 하나다. 베르니니는 이 열 주랑을 “가톨릭 신도를 모아 그 신앙을 강화하는” 교회의 어머니와 같은 팔이라고 비유하였다고 한다. (85.4)
본당의 주 제단을 덮고 있는 발닥키노(baldacchino, 천개)는 높이가 29m나 되는 거창한 것으로 교황 우르바노 8세(Urbano VIII, A.D. 1623-1644)가 명하여 판테온의 천정을 내장한 청동을 뜯어다가 건축 예술가 베르니니에게 주어서 1624-1633년에 걸쳐 만들게 한 것으로서 이는 베르니니의 대표적 청동 예술 작품이라 할 것이다. (85.5)
이 발닥키노 역시 이집트의 태양신 아문-레(Amun-Re) 제단의 “발닥키노”에서 유래한 것이다. (85.6)
아문—레 태양신의 천개에서 본 딴 성 베드로 대성당 내당의 발닥키노, 이 천개를 비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은 용(또는 뱀) 몸통을 본뜬 것이다. 그리고 그 4개의 머리기둥 부분에 각각 4개 의 태양상으로 장식하고 있는 것 역시 아문 — 레의 천개를 본뜬 것이다.
왼쪽 : 쿠쉬 왕국의 태양신 아문-레의 천개 상상도
오른쪽 : 수양을 태양신 아문 - 레로 상징하는 쿠쉬 왕국의 태양원판. 나가출토. 카이로 국립박물관 소장
i. 엘 제수(El Gesú) 성당
재수 성당 내당의 주 제댄에 설치된 몬스트란스
(88.1)
현재 로마의 로톤다 광장(Piazza di Rotonda)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성당은 예수회의 창설자 이냐티우스 로욜라(Ignatius Loyola, A.D. 1491- 1556)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인데 1540년에 프란체스코 보르지아(Francesco Borgia)의 감독 아래에서 기초석이 놓였고, 이 예수회의 후원자 추기경 알레산드로 파르네세(Cardinal Alessandro Farnese)의 지원으로 1568년에 착공하여 1584년에 준공한 것이다. 비뇰라(Giacomo Borozzi da Vignola)가 설계하고 건축한 것이지만, 서쪽 파사드와 돔은 비뇰라의 사망으로 쟈코모 델라 포르타(Giacomo della Porta)에 의해 설계되고 완성된 것이다. (88.2)
엘 제수 성당 파사드 주 출입문 위에 예수의 모노그램 IHS와 †가 양각된 태양원반을 매의 신 호루스 대신에 천사가 업고 있다.
이 성당의 파사드 주 출입문 바로 위에 있는 태양의 상징인 태양 원반은 매우 흥미롭고 놀랍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노그람 “십자가”와 “IHS”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태양 원반은 이집트의 태양 신전 파사드에서나 볼 수 있는 호루스 신인 매가 양 날개를 펴고 태양을 엎고 날으는 모습으로 장식되었기 때문이다. (90.1)
그리고 이 성당의 본당 주 제단 위, 즉 발닥키노의 팀파눔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노그람 “십자가”와 “IHS”가 담겨져 있는 “태양 원반”이 태양 광채를 휘황 찬란하게 발산하고 있는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백성들의 예배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백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