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확대경 - 사무엘 상∙하 서문 사무엘상∙하 서론
 그러나 사무엘상․하가 B.C. 586년의 예루살렘 멸망 전에는 실제로 “기록되지” 않았다고 하는 말은 그 책의 기초가 될 내용들이 그때에야 비로소 기록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의 저작자들이 어떻게 책들을 만들었는지에 관하여는 성경이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성경이 이 점에 관하여 말하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울이 기름부음을 받을 때에 사무엘은 “나라의 제도”를 두루마리에 기록하여 “여호와 앞에” 보관하였다(삼상 10:25). 사울이 죽었을 때에 다윗의 애가가 야살의 책에 기록되었다(삼하 1:18). 비록 그중 어느 것도 지금까지 보전되지 않았지만 사무엘상․하를 기록한 저작자가 순전히 기억이나 이상을 바탕으로 저술하지는 않았다. 그는 도서관과 공식 문서 보관소에 가서 연구하였다. (22.4)
 열왕기와 역대기로부터 그들이 사용하였던 문서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솔로몬의 “행장(行狀, annals)”열왕기상 11:41에 언급되어 있으며, 사무엘, 나단, 갓의 “글(records)”역대상 29:29에 언급되어 있으며, 나단의 “글”이 실로 사람 아히야의 “예언”과 선견자 잇도의 “묵시 책”과 함께 역대하 9:29에 언급되어 있다. (23.1)
 그렇다면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주의해서 듣는다면 두 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무엘과 다윗과 그들의 동시대인들이 기록한 “원래의”(“original”) 이야기와, 예루살렘의 폐허를 바라보는 선지자들의 관심사들을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드러내는 “완성된(finished)”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23.2)
 왕정 제도의 비극에 관한 해설서인 사무엘상∙하
 여호수아서로부터 열왕기까지의 이야기는 신명기 28장의 축복과 저주 속에 분명히 제시된 형벌과 보상의 제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의도적 예증이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그들과 그 자손이 여호와를 순종하면 큰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반역하기로 선택하면 여호와의 저주가 그들에게 임할 것이었다. 이스라엘 역사의 시말을 점철했던 재난과 반역의 슬픈 기록 속에서 우리는 비극, 즉 국가적 재난을 향해 굴러 떨어지는 하나님의 백성과 왕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선지자들의 눈물 자국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신명기의 저주가 이스라엘에게 임했는데, 이는 그 백성과 왕들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그분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23.3)
 사무엘서에서 형벌-보상의 양식(樣式)이 여호수아, 사사기, 열왕기상․하에서처럼 분명히 보이지 않으나, 왕들과 선지자들의 죄악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서 역대기의 다윗과 솔로몬에 관한 빛나는 기록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23.4)
 왜 차이가 나는가? 성경 기자들이 자료를 취사선택(取捨選擇)함으로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꼴지을 권리가 있는가? 참으로 그러하다. 그것은 권리 이상이다. 성령의 지도를 따라 그것은 책임이다. 엘렌 G. 화잇(Ellen G. White)의 유명한 신앙 저서인 정로의 계단(Steps to Christ)의 한 예가 이 점을 설명한다.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첫 장에서 그녀는 출애굽기 34:6, 7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의 품성을 제시한다: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로라. 인자를 천 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나.” 여기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섬뜩한 결론을 더 이상 인용하지 않는다: “결단코 면죄하지 않고 아비의 악을 자여손(子與孫) 삼사 대까지 보응하리라.... ”(화잇, 정로의 계단, 10). 왜 이 강렬한 단어들을 생략하였는가? 왜냐하면 격려의 기별을 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말은 꾸짖음이 필요할 경우에 요구되는 것이다. (24.1)
 구약의 예를 들자면, 역대기는 하나님의 백성이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히브리어 성경의 마지막에 주어진 희망의 말씀 즉 “격려하는” 말씀이고, 그와 반대로 사무엘서와 열왕기는 이스라엘의 죄악의 결과를 깨닫도록 의도된 선지자의 꾸짖는 말씀이다. 꾸짖음은 이야기 속에서 늘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꾸짖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데, 그것이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전달된다. (24.2)
 영감의 저자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이야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이제 사무엘상․하의 주요 요소들과 중요한 주제들을 좀더 직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24.3)
 이 책들의 구조
 사무엘상․하의 구조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세 사람, 즉 사무엘, 사울, 다윗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나뉜다. (25.1)
1. 삼상 1-7. 선지자요 사사인 사무엘
2. 삼상 8-15. 사울의 친구이자 원수인 사무엘
3. 삼상 16-31. 갈등 관계의 다윗과 사울
4. 삼하 1-12. 타락하기 전까지 상승하는 다윗
5. 삼하 13-24. 죄의 자취 속에서 몰락하는 다윗
(25.2)
 여러 가지로 이 주요 인물들의 인생에 비극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여전히 지도하시고 꾸짖으시고 격려하신다. 서로 사이, 그들과 백성 사이, 그들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 주인공들은 이 두 책의 주제와 모티프를 드러낸다.

 주제들(Themes)과 모티프들(Motifs)
 네 개의 주제 혹은 모티프가 사무엘상․하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그중 하나 즉 왕권이라는 주제가 모든 것 위에 뛰어난다. 다른 세 주제(순종, 섭리, 하나님의 최상권)는, 다음에 설명하는 대로, 누가 이스라엘의 주와 패자가 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인간과 하나님의 반응을 풀이한 것이다. (25.3)
 1. 왕권: 혼돈의 위험에서부터 권력의 위험으로. 피상적으로 볼 때 사무엘상․하의 이야기는 왕을 구하는 백성의 반역적인 요구에 대한 하나님의 양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비록 첫 왕 사울은 실패했으나, 둘째 왕 다윗은 성공하였고, 그 후로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 . (25.4)
 그런 식으로 잘 된 것이 아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훨씬 복잡하다. 왕권 그 자체가 좋은 생각인가, 아닌가? 가장 강한 부표가 사무엘상 8장12장의 왕권에 반대하는 사무엘의 통렬한 연설과 여호와의 예리한 언급에 나타난다: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삼상 8:7). (25.5)
 그러나 다른 목소리들은 다소 긍정적이다. 사무엘과 여호와께서 왕권을 용인하셨듯이 기독교인들은 그 사상과 합하여 예수를 다윗의 계통으로 주장한다. 구약은 선례를 남겼다. 신명기 17:14-20은 왕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의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15절). (26.1)
 그러나 왕권을 찬성하는 가장 놀라운 논거는 사무엘서 직전에(히브리어 성경에서) 나오는데, 그것은 사사기의 마지막에 나오는 혼탁한 두 사건이다. 사사기 17장18장에는 단 지파가 부은 신상을 취하여 북쪽의 새 지역을 차지하여 거기에 사당을 만든 사건을 묘사한다. 그들은 모세의 손자를 제사장으로 세울 정도로 뻔뻔스러웠다(삿 18:30). 그 경악스런 사건 바로 뒤에 나오는 사지가 잘린 첩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잊지 못할 말로 맺어진다: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 (26.2)
 이것이 히브리어 성경의 사무엘서 바로 전에 나오는 사사기의 마지막 말이다. 이 말은 좋은 왕 아래 있는 강한 중앙 정부의 유익을 경험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