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 치명적(致命的)인 문둥병에 걸려 가족과 친척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완전히 격리돼 외롭게 생활하던 한 문둥이가 있었다.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이 나균(癩菌)에 의해 녹아 하나 하나 떨어져 나갔으며 눈썹은 빠져 다 없어졌고 얼굴은 결절(結節)돼 찌그러졌다. 자신의 흉한 몰골을 보며 썩어 가는 지체를 만질 때마다 문둥병의 불치성에 전율하며 한없이 신세(身世)를 한탄했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는 법이다. 절망 속에서 오직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이 문둥이는 어느 날 희한한 소문을 듣게 됐다. 예수라고 하는 분이 저 갈릴리 지역을 다니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온갖 병자를 다 고치는데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고 뛰게 하였으며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도 살리셨다는 희소식(喜消息)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문둥이의 마음에 그야말로 한 가닥 희망이 해처럼 밝게 떠올랐다.
“만일 나도 예수님께 가서 치유를 호소하면 틀림없이 문둥병을 고쳐 주실 것이다”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금까지 문둥이가 한 번도 나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희귀한 믿음이었다. 의사나 가족 그리고 허다한 사람들이 문둥이를 하나님으로부터 심판 받은 자로 저주하고 자기들에게 접근도 하지 말라고 내쫓아 버리던 시대에
“내가 만일 예수님께 가면 그분은 결코 나를 쫓아내지 아니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도 그냥 거절당한 일이 없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문둥이에게 치유의 소망이 솟았고 결국 예수님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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