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안식일 계명은 시간의 계명이요 기억의 계명이다. 그러나 시간의 계명이어서 마땅히 역사의 계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세월이 다 역사인 것은 아니다. 시간의 계명이 역사의 계명이 되는 경우는 시간의 계명이 기억의 계명이 될 때이다. 시간이
“세계사의 심판관”(헤겔)이 되는 것은 시간이 기억의 처소가 되었을 때의 말이다. 시간이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불의, 자비와 배은, 은혜와 반역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을 때의 말이다. 세월이 기억의 세월이 되고 세월이 기억의 책이 되어
“책들의 기록대로 사람들이 심판을 받을 때”(
계 20:12) 시간이 세계사의 심판관이 되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는 시간, 기억을 지니지 않는 시간은 역사가 되지 않으며, 따라서 기억을 지니지 않는 시간은 구원도 심판도 되지 못한다. 인간의 시간성이 곧 인간의 역사성이 되는 것은 온전히 기억 때문이다. 기억이 인간의 도덕적 반성과 분발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심판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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