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수난 주간의 특별한 날들
(250.5)
 달(月)에 관한 몇 가지 관찰들
 20세기의 도시 거주자들에게는 달이 쾌적한 대상이기는 하지만 또 그다지 필요치 않은 사치품이 되어버렸다. 만약 어쩌다 동쪽 지평선 위로 솟아 오르는 오렌지 빛깔의 그 크고 둥근 보름달을 보게 된다면, 아니면 붉게 물든 석양의 하늘에 매달려 있는 가느다란 초승달을 보게 된다면, 순간 황홀해지는 느낌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250.6)
 서양의 도시인들은 달을 아쉽게 느끼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밤을 밝혀 주는 전기불이 있다. 또, 날짜를 알려 주는 달력이 있다. 또,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야광 시계가 있다. (250.7)
 그러나, 2 세기 전만 하여도 달빛이 거의 혼자서 밤을 밝히는 셈이었다. 이천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달력은 달 모양에 의해 규제되고 있었다. (250.8)
 한 달 두 달 하는 달을 영어로 “month”라 하는데, 그 말은 하늘에 뜬 달을 뜻하는 “moon” 에서 파생했다. 한국어에서는 달력 상의 달이나 하늘에 뜬 달이나 모두 달이며 한자(漢字)에 서도 두 경우 모두 월(月)이다. 본래 한 달은 석양에 나타난 초승달이 다시 그 모양으로 돌아오는 기간인 29 일 또는 30 일이며, 이런 달력을 음력이라 한다. (251.1)
 29 일이나 30 일 이라! 29 일이나 30 일씩 계산하여 열 두 달이면 대략 354 일이 된다. 이것은 양력의 365¼에는 열 하루나 열 이틀이 부족하다. 달에 근거한 음력의 부족한 날수를 채우기 위해 매 2 년 또는 3년마다 윤달을 두어 일년을 13 개월로 만들었다. 그래서, 어떤 해는 1년이 354 일이다가 어떤 해는 383 일이 되기도 한다. (251.2)
 현대 서구인들에게는 이런 달력이 거북스럽겠지만, 옛날 사람들은 이 달력에 익숙했다. 기원전 4세기에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들은 “19년 주기(週期)”라는 것을 발전시켰다. 이로써 달력의 달을 계절에 비슷하게 맞추기 위하여 윤달을 정확히 언제 삽입해야 할지를(19 년 동안에 7 회) 밝혀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태양력과 적정한 동시성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로마인들이 기원후 135년경부터 유대인의 예루살렘 거주를 금지시킨 이후, 유대식 주기법(週期法)은 예루살렘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바벨론의 것과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주기법(週期法)을 발전시켰다. (251.3)
 여러분들은 보름달이 동편에서 솟아오르는 거의 동일한 시각에 서쪽 하늘에서는 태양이 진다는 사실을 아는가? 보름달은 태양을 놓고 볼 때 지구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즉 태양과 반대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51.4)
 보름달의 역(逆)이 월삭이다. 보름달이 태양의 정반대에 위치하는 반면, 월삭은 태양의 근접치인 것이다. 그래서, 삭월(朔月)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월삭과 초승달을 혼돈하고 있다. 보름달은 달 전체가 빛을 내는 상태이고, 월삭(삭월)은 전혀 빛이 없는 상태이다. 왜 냐하면, 삭월은 태양에 대해 지구와 동일 방향에 위치하기 때문에 태양빛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쪽으로만 받는다. 따라서, 삭월은 우리에게 사실상 보이지 않는 달인 것이다. (251.5)
 그러나, 달은 태양과 지구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끊임 없이 변경시키고 있다. 그래서, 삭 월이었던 때로부터 몇 시간 내에 또는 하루나 이틀 후에 혹은 사흘 후에, 달은 태양이 서쪽 하늘에 지기가 바쁘게 다시 그 가냘픈 초승달의 모습을 서쪽 지평선 위에 나타내는 것이다. (251.6)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보리 추수가 시작되는 시기의 보름이나 보름에 가깝게 날을 잡았다. 이 때는 춘분(春分)직후에 해당한다.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니산월 14일인 유월절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 날이 빌라도의 총독 임기 초년의 어느 금요일이었다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산출해 내는 무한정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일부 성경학자들은 기원후 29~33년에 춘분 후 첫 보름달이 떴던 날이 언제 언제였는지를 천문학자들에게 물어 본 후에, 그 중 금요일에 겹치는 날을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십자가 수난 유월절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251.7)
 물론,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싶은 월삭들과 보름 날들을 모두 조사해서 알려 줄 수 있다. 1973년, 허만 H. 골드스타인(Herman H. Goldstine)은 아이 비 엠(IBM) 360 모델 91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원전 1001년으로부터 기원후 1651년 사이의 모든 월삭과 보름을 알아냈다. 컴퓨터는 불과 132초 안에 모두 65,600회의 월삭과 보름을 알아냈다.19 (251.8)
 이 어마어마한 계산들이 우리의 목적에 다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밖의 중요한 요소들이 또 있다는 사실이며, 불행히도 이 요소들의 하나 하나가 현대의 천문학이나 고고학의 수준으로는 헤아릴 수도 알아낼 수도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251.9)
 a. 보리 추수의 법칙 만약.
 제사장들이 유월절 안식일 다음 날 성전에서 처음으로 벤보리 단을 흔들어 보리 추수의 시작을 알려야 했다면, 유월절 전 몇 주간은 보리가 익을 만큼 날씨가 따뜻해야 한다는 추리가 가능해진다. (251.10)
 그런데, 예루살렘의 기후는 3월말이 되어도 뼈가 시릴 정도로 날씨가 차다. 이것은 필자 자신의 체험을 말하는 것이다. 음력의 한 해는 태양력의 365¼에 비해 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월절은 보리 추수에 훨씬 앞서 오게 될 요인이 많았다. 그래서, 윤달이 3월달에 삽입되는 경우가 흔했다. 왜냐하면, 유월절과 요제절을 뒤로 미룰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윤달을 끼게 될 경우에는 유월절이 춘분 후 첫 만월이 아니라 두번째 만월에 가깝게 된다. 그리스도의 시대에서 아득한 거리에 와있는현대의 천문학자나 고고학자로서는 어느 해에 이 윤달이 있었는지를 알 길이 없다. (252.1)
 b. 바벨론 또는 보리 추수 주기(週期)
 앞에서 이야기할 때, 바벨론 사람들이 윤달을 미리 배정하기 위해서 “19년 주기법”(週期法)을 고안했다는 말을 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19년 주기법이 어떤 것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율리우스一그레고리우스 역(曆)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를 구명하려고 애써 왔다. 만약에,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예수님의 시대에 바벨론의 19년 주기법을 사용했음이 틀림없다면, 바벨론의 달력을 그대로 예루살렘의 달력으로 옮겨 놓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리하여, 어느 해에 윤달이 있었음을 알아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유대인들이 바벨론의 주기법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있는 것이다.20 바벨론 주기법에 따르게 되면, 어떤 해는 유월절이 보리 추수보다 너무 앞서서 오게 된다. (252.2)
 인터프리터 성경 주석 (The Interpreter Bible)은 마태복음 26장 17절의 주석에서 매우 신중한 자세로, “만약”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이 그 당시 바벨론의 주기법을 따르고 있었다면 십자가의 사건은 기원후 30년에 발생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바벨론 주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뚜렷하다. 오히려 기상(氣象)과 천문학적 조건들에 비추어 그 해의 니산월 1일이 월삭 후 최대의 거리에 위치될 수만 있다면 기원후 31년도 30년 못지 않게 가능성이 높다. (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