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요한계시록 제1장 서론
 성경의 모든 책들 가운데서 요한계시록이 가장 큰 관심과 호기심을 끌어 왔다. 그러한 반면,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요한계시록은 성경의 책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계시록”(apocalypse/revelation/unveiling)으로 알려진 이 책이 혼돈과 불투명의 상징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에 묘사된 이상한 형상들과 무서운 광경들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에서 돌아서게 만들었다. (17.1)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록된 책이다(참고 계 22:10). 이 책의 서두에서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계 1:3)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성경절은 계시록을 공중 앞에서 낭독하는 것을 보여 주는데, 한 사람[단수]이 읽고 다른 사람들[복수]이 듣는 식이다. 이것은 계시록을 기록한 목적이 교회에서 낭독하게 하려는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리스어 원문은 그 낭독이 단순히 읽는 것 이상의 것임을 보여 준다. 계시록을 읽는 사람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회중에게 그 책의 기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읽는다. (17.2)
 하지만 이 계시록이 소수의 사람들만이 연구하도록 주어진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하나님의 모든 백성들이 읽도록 주어진 것이다. 이 계시록을 읽는 사람들과 그것의 기 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는 자들에게는 크나큰 축복이 약속되어 있다(계 22:7). (17.3)
 이 책을 쓴 목적은 요한계시록을 해설하고 그 어려운 책을 일반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이 겉으로 보기에 그런 것처럼 어려운 책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발견하기를 바란다. 어떤 예언이나 상징은 불투명하여, 그 예언이 성취될 때까지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것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계시록 전체의 기별을 이해하면, 미래가 펼쳐짐에 따라 이 책의 중심 주제가 요한계시록의 초점인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과 함께하시겠다는 그의 약속이 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17.4)
 먼저 요한계시록의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그리고 그 책에 기록된 그 내용의 뜻을 해석하려고 하기 전에, 이 책이 언제 어떻게 기록되었고, 어떻게 편성되었으며, 그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포함하여 이 책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18.1)
 요한계시록의 저자와 기록 시기
 요한계시록은 요한(John)이라는사람에 의하여 기록되었다(계 1:1-4, 9; 22:8). 요한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사실은 그가 그당시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었음을 말해준다. 요한계시록이 기록되던 무렵에 살았던 최초기의 그리스도 저술가들은 요한이 열두 사도 중의 한 사람이었고, 세베대의 아들이었으며(마 10:2), 제4복음(요한복음)과 세 편지서의 저자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요한계시록과 요한복음 사이에 평행을 이루는 많은 언어적 유사점들은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의 저자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18.2)
 요한은 밧모(Patmos) 섬에 있는 동안 이 계시록을 썼다(계 1:9). 밧모 섬은 에베소에서 남서쪽에 떨어져 있는 지중해 동쪽 끝인 에게해(Aegean Sea)의 바위가 많은 작은 섬이다. 초기의 그리스도 교회의 저술가들은 하나같이 사도 요한이 복음을 충성스럽게 전파한 일 때문에 로마 당국에 의해 밧모 섬으로 추방되었다고 말했다. 요한계시록에는 이 책이 기록된 연대가 언제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로마의 도미티아누스(Domitian) 황제의 말기인 AD 95년경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는 많은 증거가 있다. 초기의 많은 그리스도교 저술가들도 이 연대를 인정하였다. (18.3)
 이 책은 원래 오늘날의 터키의 남서 지방인 소아시아에 위치해 있던 일곱 곳의 그리스도 교회 신도들에게 보내졌다(계 1:4, 11). 그 당시에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인들로부터 점점 더해 가는 깁박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허다한 증거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혹심한 핍박은 아직도 장래에 있을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 계시의 책이 기록된 것은 다가오고 있는 고난의 때를 맞이해야 하는 그리스도교인들을 격려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19.1)
 요한계시록이 원래는 초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들만을 위해서 기록된 것은 아니고, 이 세상의 끝날까지 역사의 각 시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 기록되었다. 이 계시의 초점은 이 세상의 모든 사태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맞추고 있으며, 종국에는 악의 세력을 이기시는 하나님의 승리 그리고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의 수립과 함께 막을 내린다. (19.2)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방법들
 성경의 어떤 책도 요한계시록만큼 그토록 많은 해석 방식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계시록의 예언들을 어떻게 해석하며, 어떻게 그것들을 역사에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과거 수 세기 동안 많은 논쟁을 일으켜 왔다. 오늘날 이 계시의 책을 해석하는 데는 네 가지의 뚜렷한 방법이 존재한다. (19.3)
 과거주의(Preterist) 해석법. 과거주의(preterism. “과거”를 뜻하는 라틴어 프레테르[preter]에서 유래된 단어) 해석법은 이 계시록의 전체 의미를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에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해석법은 요한계시록이 기록된 당시의 소아시아의 그리스도 교회 그리고 교회와 로마와의 투쟁만을 다룬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해석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적 가치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도 요한은 그가 생존하던 당시 또는 가까운 미래에만 국한하여 기록한 것이 된다. 다시 말해서, 계시록을 쓴 목적은 요한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께 충성하고 믿음을 굳게 지킬 것을 권장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19.4)
 미래주의(Futurist) 해석법. 역사주의 해석법과는 대조적으로, 미래주의 해석법은 계시록의 예언들을 전적으로 마지막 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미래주의 해석자들은 계시록 4-22장의 모든 내용들은 예수님의 재림 직전에 이루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계시록의 예언들은 그리스도교의 마지막세대 동안에 다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들 미래주의 해석자들은 계시록의 상징들을 가능한 한 문자적으로 해석한다. 오늘날 이 미래주의 해석법은 대부분의 복음주의 개신교인들(Evangelical Protestants) 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20.1)
 이상주의(Idealist) 해석법. 이상주의 해석법은 과거주의 해석법의 이상에 근거한 것이다. 이 해석법은 계시록이 제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술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상주의 해석자들은 계시록은 계속되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악에서 승리할 것을 생생한 상징들로써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그들은 계시록이 현세적 관점에서 볼 때 과거에 이미 성취되었거나 미래에 성취될 문자적 사건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계시록의 기별들이 일반적으로 각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지침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이상주의 해석 방법은 중세의 성경 해석의 특징을 이루었던 풍유적(諷諭的, allegorical) 성경 해석법을 이어받은 것이다. (20.2)
 역사주의(Historkfct) 해석법. 역사주의 예언 해석법은 계시록의 예언들은 상징적인 표현들을 통하여 제1세기로부터 마지막 때까지의 역사를 묘사해 준다고 한다. 이 계시록의 어떤 예언들은 과거에 이미 이루어졌고, 어떤 것들은 앞으로 성취될 것이며. 어떤 것들은 현 시대를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역사주의 해석법은 계시록에 예언된 사건들이 상징적 언어로 그려져 있음을 인정한다. 사건들 자체는 실제적이지만 그 사건들은 상징적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해석법은 제19세기까지 개신교인들이 사용한 예언 해석법이었으나, 그 이후로 개신교인들은 다른 해석법으로 돌아섰다. (20.3)
 이들 예언 해석법들을 평가해 볼 때, 과거주의(preterism) 해석법은 계시록의 기별의 관련성을 제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한정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미래주의(futurism) 해석법은 계시록의 예언들을 전적으로 마지막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만 국한시키고 있다. 이 두 가지 해석법은 결함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 해석법에 따르면 계시록은 요한의 시대와 세상 마지막 때 사이에 있는 세대들에게는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이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은 계시록의 처음 세 장은 요한이 살던 시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계 1:11). 그러나 계시록 4:1은 4장으로부터 22장까지는 요한의 시대 이후에 일어나서 마지막 때까지 계속될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계시록의 4장에서 11장까지의 초점은 제 1세기로부터 마지막 때까지의 그리스도교 역사에 일어날 움직임들과 사건들에게 맞춰져 있고, 이 책의 후반부(12-22장)는 마지막 때에 일어날 사건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21.1)
 과거주의(preterism) 해석과 이상주의(idealism) 해석이 가지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은 계시록의 미리 말하는 예언적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다. 계시록은 그 자체가 예언의 책이라고 주장한다(계 1:3; 22:7, 10). 저자 요한은 이 책 서두와 말미에서 이 책의 목적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하나님의 백성에게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계 1:1; 22:6). 어떠한 해석 방법도 계시록의 예언적 성격을 부정하면, 이 책의 명백한 주장을 정당하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볼 때, 역사주의 해석과 이상주의는 둘 다 실패한 방법들이다. (21.2)
 여기서 우리는 과거주의, 미래주의, 이상주의 해석들은 요한계시록의 예언들을 해석하는 데 부적합함을 보게 된다. 이리하여 역사주의(historicism) 해석법만이 예언을 해석하는 데 유일하게 적합한 방법으로 떠오른다. 이 역사주의 해석법은 계시록에 예언된 사건들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며 또한 그 둘 사이의 각 시대에도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이 해석법은 또한 이 책의 기별들을 영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인정한다. 이리하여 이 역사주의 해석법은 계시록의 기별이 모든 세대들에게 적용되고, 심지어 종말 시대까지 연관이 있음을 알게 하는 가장 적합한 해석법이라할 수 있다. (21.3)
 요한계시록의 체계와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