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수 없는 노래
 모처럼 “시온을 기억하며 울”고 싶어 나온 “바벨론 강변”에서 그들은 시온의 멍든 자존심을 또다시 깊게 상처내는 한 청을 받았다. “열국의 영광이요 갈대아 사람의 자랑하는 노리개가 된 바벨론”(이사야 13장 19절)을 뽐내며 위락(慰樂)을 즐기려는 정복자들로부터 그 거룩한 “시온 노래”를 한 가락 읊으라는 모독적인 요구였다. 하나님을 멸시하는 우상 숭배자들인 저들의 유흥을 위해 하나님만을 위해 성전에서 불러온 시온 노래를 부르라니! (338.2)
 훗날 벨사살왕이 바벨론 궁전에서 귀인들과 처첩을 위해 술잔치를 벌이며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데 쓰였던 금은 그릇을 가져오게 하여 술을 마시고 유흥하며 자기 신들을 찬양하다가 결국 마지막 밤을 맞지 않았던가? (338.3)
 “혼잡”(混雜)을 뜻하는 “바벨”(babel)에 거룩한 “시온 노래”를 섞어 혼잡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성 바벨론이여 그 음행으로 인하여 진노의 포도주로 먹이던 자로다”(요한계시록 14장 8절). (338.4)
페허로부터 복구를 기다리는 을씨년스러운 약속의 땅보다 어느새 뿌리가 내려 당장 살기에 편해진 포로의 땅이 더 편안해진 것이다.
(339.1)
 세상 역사의 마지막 시련을 치르고 마침내 어린양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시온산에 서게 될 성도들은 그들의 주님만을 위해 거문고를 타고 “새 노래”를 부르게 될 “정절이 있는 자”(14장 1~4절)들인 것이다. 영적인 바벨론이 된 이 세상에 사는 하나님의 백성이 지녀야 할 대쪽 같은 정절(貞節)인 것이다. (339.2)
 다음 해는 예루살렘에서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 재주를 잊을지로다

   내가 예루살렘을 기억지 아니하거나

   내가 너를 나의 제일 즐거워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아니할진대

   내 혀가 내 입 천장에 붙을지로다”

   (137편 5, 6절). (339.3)
 잠시 현실에 붙잡혀 사는 땅 바벨론에 정들어 영원한 언약의 도성, 하나님의 끈끈한 정(情)으로 얽혀진 마음의 본향 예루살렘을 망각하다니, 그럴진대 차라리 밥벌이 하고 수금 타는 오른손이 오그라드는 편이 낫지, 잠시의 쾌락과 안이를 위해 지조없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바벨론의 찬가(鎖歌)를 부름으로 예루살렘을 욕되게 하느니, 차라리 혀가 입천장에 오그라붙어 벙어리 되는 편이 낫지. (339.4)
 석류알처럼 붉은 그런 일편단심(一片丹心) 때문에 다니엘의 세 친구는 바벨론 제국 신상(神像)의 제막식 자리에서 국립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바벨론 찬가가 울려퍼질 때 무릎을 꿇지 않았다가 일곱 배나 뜨거운 풀무에 던져졌으며, 다니엘은 후에 홀로 사자굴에 던져지지 않았던가? 세상 역사의 마지막에 또 다시 생계(生計)를 상징하는 “오른손”에 제재를 가하여 참 하나님 여배를 위협할 때(요한계시록 13장 15, 16절)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시편의 시인은 서정시로 읊고 있다. (340.1)
 시편 137편의 탄원은 마침내 응답되어 기원전 539년, 바벨론은 졸지에 멸망을 당하고, 너그러운 페르시아의 국부 고레스대왕이 이듬해 포로 석방령을 내려 그처럼 기다리던 예루살렘 귀환을 허락했다(에스라 1장 1~4절). 그러나 막상 귀환길에 오른 백성의 수는 바벨론에 흩어져 정착한 유대인들의 일부에 불과한 4만2천여 명에 불과했다(2장 64절). (340.2)
 폐허로부터 복구를 기다리는 을씨년스러운 약속의 땅보다 어느 새 뿌리가 내려 당장 살기에 편해진 포로의 땅이 더 편안해진 것이다.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뚫리고 구원의 오랜 약속이 꿈같이 성취되는 놀라운 역사가 전개되는 그 엄청난 시간에 “다음 해는 예루살렘에서!”(Next year in Jeiusalem!) 유월절 마다 읆던 구절을 반복하며 마음 변한 선민(選民)들은 당장 편한 바벨론에 펄썩 주저 앉았다. 새벽이 동터오는 새 예루살렘을 고대한다고 사뭇 말해온 이 시대, 요즈음의 선민들처럼 ∙∙∙ (340.3)
 금도성 예루살렘


 금 도성 예루살렘 복스런 성이여

 내 너를 생각할 때 이 맘이 기브다

 그 한량없는 복과 또 빛 난 광채와

 나 받을 모든 기쁨 다 측량 못하네


 이 세상 모든 걱정 끝까지 이긴 자

 주 보좌 앞에 나가 다 개가 부르네

 주 명령따라 나가 잘 싸운 자들은

 금면류관을 쓰고 흰 예복 입도다


 귀하고 복된 본향 택한 자 집이니

 귀하고 복된 본향 내 항상 바라네

 내 주께 비옵나니 큰 자비 베푸사

 편하게 쉴 본향 잘 가게 합소서 (3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