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 종교의 가장 큰 특성은 제사와 정죄이다. 종교가 그 신봉하는 자를 가두고 억누르고 헐벗고 병들게 하는 수단이 제사와 정죄이다. 종교가 타락하는 모습이 제사와 정죄이다. 이스라엘 민족도 바로 그러한 종교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들의 종교적 봉사의 핵심은 희생제물을 바치는 일이었으며, 그 같은 희생제사를 유지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정죄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수 천년 동안 이러한 종교적 관행과 경건의 전통을 통하여 키워온 습관은 삶의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누군가 정죄하고 제물로 삼을 희생양을 찾는 일이었다. 크고 작은 사건에 부닥칠 때마다 그들은 적절한 희생양을 찾고 적절한
“변명”을 찾는 것으로 일을 삼았다. 자신의 정죄를 면하기 위하여 말 못하는 짐승을 죽이고 힘없는 어린 아기를 바치고 시집 못 간 처녀를 제물을 삼고 장가 못 간 총각으로 제사하는 이교도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수 천년간 정죄와 제사의 신에게 희생제물을 바쳐온 이러한 역사적 죄과의 응보로 나치 치하에서 몇 천 명씩, 몇 만 명씩, 몇 십만 명씩 이른바
“문명 세계를 위한 집단적인 제물”이 되어 죽었다. 이러한 비극 끝에 그들은 무슨 교훈을 깨달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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