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뜯어보던 40대는 갑자기 움칫한다. 밤새 돋아난 것만 같은 흰 머리카락이 귀 밑에 희끗희끗 깔린 것이다. 아, 늙고 있구나! 눈가를 구겨 놓은 잔주름살이며 축 쳐진 아랫배, 어쩐지 무력감을 느꼈던 최근의 일과들, 아, 정말 늙고 있는 징조였구나! 변변한 인생을 시작도 못해보고, 해놓은 일도 없이 인생이 40을 넘다니 ∙∙∙ 이렇게 제 2의 사춘기인
“중반 인생의 위기”(midife crisis)가 시작된다. 삼복을 넘긴 늦여름 날을 실감하는 중반 인생은 늦가을의 서리라도 맞은 초췌해진 심기(心機)로 겨울의 가장행렬(假裝行列)에 휩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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