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행복하려거든(시편강해) 제 4장 나의 주 나의 하나님 25. 인생이 중년(中年)의 위기를 겪을 때
 — 시편 102편(259.1)
 인생의 제2의 사춘기가 재연되는 중반의 인생은 모두에게 일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도피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채 마음만 사춘기로 시달리는 중년길의 인생은 참으로 빛바랜 인생의 오후를 살고 있는 것인가? (259.2)
 인생이 한낮을 넘은 오후—중반기 인생
 어느 날 우연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뜯어보던 40대는 갑자기 움칫한다. 밤새 돋아난 것만 같은 흰 머리카락이 귀 밑에 희끗희끗 깔린 것이다. 아, 늙고 있구나! 눈가를 구겨 놓은 잔주름살이며 축 쳐진 아랫배, 어쩐지 무력감을 느꼈던 최근의 일과들, 아, 정말 늙고 있는 징조였구나! 변변한 인생을 시작도 못해보고, 해놓은 일도 없이 인생이 40을 넘다니 ∙∙∙ 이렇게 제 2의 사춘기인 “중반 인생의 위기”(midife crisis)가 시작된다. 삼복을 넘긴 늦여름 날을 실감하는 중반 인생은 늦가을의 서리라도 맞은 초췌해진 심기(心機)로 겨울의 가장행렬(假裝行列)에 휩쓸리고 만다. (259.3)
 하루에도 오전, 오후가 있어, 오후에 들어서면 삶의 템포가 달라지고 분위기도 바뀌게 마련이다. 인생이 정오를 넘는 중년기(中年期), 그것은 초조와 조바심으로 몸부림치는 인생의 오후인 것이다. 스위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말처럼, “우리는 인생의 오후를, 오전의 인생 계획에 따라 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침에 위대했던 것이 저녁에는 별것 아닌 것이 되고, 아침에 진실이었던 것이 저녁에는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제2의 사춘기인 중년위기(中年危機)의 진상은 무엇인가? (260.1)
 시편 102편은 포로 되어 온 땅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의 회복을 인생의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지만, 아직도 황금빛 비둘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어느 새 인생이 중반을 넘어 심신이 쇠하는 것을 의식하여 조바심과 외로움, 좌절로 몸부림치는 중년기 인생의 절규를 오늘에 듣게 한다. 표제도 특이하여, 좌절당한 유토피아를 몸부림으로 표현하는 상한 심정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곤고한 자가 마음이 상하여 그 근심을 여호와 앞에 토하는 기도” 그것은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中年)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102편 24절)라는 부르짖음 속에 요약되고 있는 인생의 목표를 미달한 중반 인생의 절규이다. (260.2)
 지붕 위의 외로운 참새같이—중년의 위기
 지레 늦가을의 서리를 맞고 제풀에 겨울의 치맛자락으로 몸을 감싼 채, 피해망상에라도 사로잡힌듯 안절부절해 하며 중반기 인생의 위기를 외롭게 치르고 있는 모습이 102편의 처음 몇 절에서 선명해진다. (261.1)
 ■ 갑작스럽게 느껴진 인생의 위기를 의식하며 속으로 부르짖고 있다. (261.2)
 “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의 부르짖음을 주께 상달케 하소서

   나의 괴로운 날에 주의 얼굴을 내게 숨기지 마소서 ∙∙∙

   내가 부르짖는 날에 속히 내게 응답하소서”

   (1, 2절). (261.3)
 ■ 인생의 무상과 무기력을 의식하며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한다. (261.4)
 “대저 내 날이 연기같이 소멸하며 내 뼈가 냉과리 같이 탔나이다

   내가 음식 먹기도 잊었음으로

   내 마음이 풀같이 쇠잔하였사오며

   나의 탄식 소리를 인하여 나의 살이 벼에 붙었나이다”

   (3~5절). (261.5)
자기 연민은 사람을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 되게 한다.
자기가 중심이 된 세상은 언제나 불안하고 불만스럽기 마련이다.
세상의 중심도 못되면서 중심에 자신을 두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261.6)
 ■ 외로움이 뼛속까지 스며듬을 느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곤 한다. (262.1)
 “나는 광야의 당아새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 같이 되었사오며

   내가 밤을 새우니 지붕 위에 외로운 참새 같으니이다”

   (6, 7절). (262.2)
 ■ 자신을 능가한 인생의 적수들을 의식하며 더 깊은 무기력에 빠진다. (262.3)
 “내 원수들이 종일 나를 훼방하며

   나를 대하여 미칠 듯이 날뛰는 자들이 나를 가리켜

   맹세하나이다”

   (8절). (262.4)
 ■ 눈물에 젖은 빵을 먹으며 사양길의 인생을 슬퍼한다. (263.1)
 “나는 재를 양식 같이 먹으며

   나의 마심에는 눈물을 섞었사오니

   이는 주의 분과 노를 인함이라

   주께서 나를 드셨다가 던지셨나이다

   내 날이 기울어지는 그림자 같고

   내가 풀의 쇠잔함 같으니이다”

   (9~11 절). (263.2)
 제2 사춘기의 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