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 시대에 봉인된 두루마리는 어떤 모양의 것이었는가?
 성경 시대에는 일부 두 루마리들이 양피지라는 가죽으로 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파피루스로 되어 있었다. 파피 루스란 이집트에서 만든 올이 성긴 종이를 말하는데 파피루스는 갈대의 얇은 조각들을 원료로 사용했다(종이란 뜻의 영어 단어 paper는 이 papyrus에서 기원했다). 파피루스 갈대의 얇은 껍질을 책 페이지의 크기와 모양으로 엇갈리게 두겹씩 붙인 다음 물을 축여 서로 완전히 달라붙을 때까지 방망이질을 하고 그 다음에 말린다(p.103을 보라). 한 장이면 간단한 편지 한 통 쓰기에 넉넉했다. 긴 문서를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여러 페이지를 한 줄로 연결해서 사용했는데 어떤 것은 10 m(33 ft)의 길이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을 말아 올린 것이 두루마리이다. (208.1)
 여러 가지 중요한 문서들은 권한이 없는 사람이 펴서 읽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문서에 봉인(封印)을 하는 일이 많았다. 두루마리인 경우에는 그 둘레에 상하로 끈을 감고 축축한 진흙 덩어리를 끈 위에 덮어씌운 다음 음각된 소인(消印)이나 인장을 그 진흙 무더기 위에 찍었다. 음각된 도장이나 소인이 찍힌 진흙을 모두 인이라 하였다. 인(印)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실(seal)은 오늘날 두 개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진흙이 말라 붙은 다음에는 부숴뜨리지 않고는 그것을 없앨 수 없다. 진흙 대신에 밀납(鑛)을 사용하는 일도 많았다. 예레미야 32장을 보면 계약서에 인봉하는 것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208.2)
 개인은 물론 정부 관리들과 사업 단체들도 도장을 사용했는데 도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음각되어 있었고 때로는 이교 신들이나 이상한 짐승들의 모양을 새기기도 했다. 모든 인장은 소유자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서양에서 사용하는 사인의 기능을 다했다. (208.3)
 증서(권리증), 이혼 판결문, 계약서, 서약서, 유언서 같은 문서들은 날인을 일곱 개나 했다. 느헤미야 10장에 보면 날인을 80 개 이상이나 한 서약서를 소개하고 있다. (208.4)
 2. 일곱 인이 찍힌 어린 양의 두루마리에는 무엇이 기록되었는가?
 요한계시록 5장 1절에 보면 어린 양의 일곱 인 찍힌 두루마리는 에스겔서에 나오는 두루마리처럼 의례적으로 두루마리 양면에 기록이 있는데 그 기록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어린 양은 비록 그 봉인을 떼고 책을 펼칠 합당한 자격을 갖고 계셨으나 성경 어느 곳에도 어린 양이 실지로 책을 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단지 어린 양이 인을 떼실 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 뿐이다. (208.5)
 이와같이 두루마리의 내용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없으므로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상당 수의 학자들은 요한계시록이 기록되던 당시의 로마 법(法)에서는 유언서에 마땅히 일곱 명의 증인의 날인이 요구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다. 일곱 증인의 한 사람은 우연하게도 전통적으로 저울질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그의 직업이 옛날식 저울로 재산의 가치를 다는 것인듯 했다.17 유언서의 주인공이 사망하면 일곱 증인은 사법 관리의 임석 하에 함께 모였다. 사법 관리는 각 증인에게 자신의 날인을 확인시킨 다음 그 봉인을 떼게 하였다. (208.6)
 그렇게 한 후에는 유언서를 읽을 수가 있게 되었다. (209.1)
 요한계시록 6장을 읽을 때면 이와 유사한 문서 개봉의 장면이 마음에 떠오른다. 일곱 인 중에 첫 네 개를 차례로 뗄 때마다 네 생물의 하나가 “오라”는 명령을 발했다. 이 명령에 답하여 말탄 기사들이 차례로 시야에 등장하였다. “오라”는 명령은 각 증인에게 자신의 날인을 확인하라는 요청이기도 했겠지만 아마도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끔 인장에 새겨 넣었던 짐승들에 대한 호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말탄 기사 중 하나는 손에 저울을 들고 있는데 이는 정통적인 유언서에 증인으로 등장하는, 저울질하는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일부 주석가들은 요한계시록에 일곱 인이 날인된 두루마리는 사실에 있어서 새 언약 즉 자기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유언서 또는 증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9.2)
 의심의 여지가 없이 요한이 본 묵시는 하늘의 진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친숙한 관습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묵시의 광경 속에 있는 내용은 세상에 알려진 관습과 너무나 다른 것이 많기 때문에 요한계시록의 그 두루마리를 유언, 또는 증언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18 유언서 외의 다른 문서들도 일곱 개의 혹은 그 이상의 날인을 했으므로 인(印)의 수자만 가지고 어린 양의 두루마리를 유언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통상적인 유언장의 개봉과는 크게 달리 계시록의 경우에서는 매 봉인(封印)을 뗀 후에야 기사(騎士)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법률상의 증인들처럼 제 스스로 그들의 봉인을 떼지도 않았다. 각 봉인을 뗀 것은 기사들이 아니라 어린 양 자신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인을 개봉했을 때는 한 번도 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로 일곱 번째 인을 뗄 때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늘이 반시(半時)동안쯤 고요”(계 8:1)했던 것이다. (209.3)
 

고대에는, 중요한 문서들의 완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봉인했다. 여기 일곱 인으로 봉해 있는 두루마리는 기원전 335년에 한 중요한 노예의 매매를 기록한 기록을 담고 있다.
(209.4)
 그뿐이 아니다. 로마 인들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두루마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로마 인들은 오히려 밀납을 입히고 돌쩌귀가 달린 나무 판 한 짝을 더 즐겨 사 용했다. 유언장의 기록은 연필과 같은 철필로 밀납을 눌러 썼다. 유언장이 완성되면 나무 판책처럼 반으로 접어 그 위에 봉인을 했다.19 (210.1)
 일부 주석가들은 어린 양의 두루마리를 유언장과 일치시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어린 양의 두루마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자의 이름들이 기재되고 있는 어린 양의 생명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계 13:8과 비교하라). 그러나 성경에서는 그런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210.2)
 사실상 성경은 그 책의 실제적인 내용에 대해 특별히 밝히고 있지 않다. 따라서 더 이상 추측을 해서는 안 될 것같다. 성경이 말하고 있는 것은 각 봉인들이 개봉될 때 발생하는 사건들에 관한 것 뿐이다. 이것들에 관한 우리의 지식만이 확실한 근거를 가진 것이다. (210.3)
 3. 144,000은 문자적인가 상징적인가?
 요한계시록에는 상징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언제나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매 항목들을 일단 상징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물론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는 예언을 자세히 다룰 때는 조심성과 겸양의 정신이 요구된다. 그러한 예언들은 우리의 기대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210.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리가 144,000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144,000의 인맞은 사람들은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나온 사람들이라 했다. 즉 유다, 르우벤, 갓, 아셀, 납달리, 므낫세, 시므온, 레위, 잇사갈, 스블론, 요셉, 베냐민 지파에서 각기 1만 2천 명씩 뽑은 수가 144,000이라 했다. 우리의 재래적인 생각에 의하면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후하게 은혜를 펴시는 분이시며 그의 사랑에 응답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받아들이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이해하는 하나님의 본성이나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볼 때 열 두 지파에서 구원받을 사람이 하나 같이 정확하게 더도 덜도 없이 12,000 명씩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던 일이 없다. (210.5)
 유대인들이 약 2,500 년 전인 기원 전 6세기에 바벨론으로부터 귀환한 이후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파 간의 통혼을 금지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또는 시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제사장 지파인 레위 족에 한해서만은 예외적이었을 것이다. 이미 예수님의 시대에 열 두 지파는 크게 혼합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유전학적인 의미에서 거의 모든 유대인들은 “다윗의 자손”이었다. 요한계시록 7장에 나오는 12 지파가 오늘날 각각 12,000명의 순수한 혈통의 후예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심히 어려운 일이다. (210.6)
 요한계시록 7장에 소개된 지파의 명세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때는 벌써 자체에서부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요한계시록 7장에 나타난 지파의 배열 방식은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요한계시록 7장과 유사하다고 보는 에스겔 48장에 소개되는 지파의 배열 방식과도 다르다. 다음 페이지에서 지파의 배열 방식을 비교해 보라.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