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윗이 “나의 주”라고 부른 그 하나님이 “다윗의 자손”으로 태어나셔서 그 밀담의 내용을 설명하고 계시니 이 얼마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감격인가.

 — 시편 110편(249.1)
 시편의 진수인 “메시야 시편”의 진주
 시편의 주인공은 다윗이 아니라 다윗이 드러내고 있는 그리스도이시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도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누가복음 24장 44절)는 말씀으로 자신이 시편의 주인공임을 확인하셨다. 시편의 진수愼髓)이신 메시야를 특별히 드러내는 몇 편(2, 22, 69, 73편 등)의 시편 가운데 110편은 최고의 자리에 있어 그것을 시편의 진수(眞髓)인 “메시야 시편의 진주(眞珠)”라고 불리운다. (249.2)
 이 사실을 통계로 입증하듯 실제로 신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시편이 110편이며 히브리서에서만도 33회나 인용, 은유되고 있을뿐더러 그리스도께서도 최고의 관심을 보이신 시편이다. 루터는 “이 아름다운 시편은 바로 성경 자체의 핵심이요, 진수(眞髓)이다. 어느 시편도 그리스도에 대해 이렇게 흡족하고 완벽하게 예언하지 못한다.”고 극찬했다. 7절로 이루어진 이 짧은 시편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 들어 있어 이처럼 관심을 끌고 있는가? (249.3)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성경의 특종기사
 “여호와께서 내 주께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로 네 발등상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우편에 앉으라 하셨도다”

   (시편 110편 1절). (250.1)
 “다윗의 시”로 돌려진 이 시편은 “여호와”(Yahweh) 하나님께서 다윗이 “내 주”(àdoni)라고 부르는 또 다른 하나님에게 말씀하시는 놀라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두 하나님은 누구신가? 예수께서는 이 시편을 직접 인용하시면서 “다윗이 성령에 감동하여 ∙∙∙ 그리스도를 주(Lord)라 칭하였은 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마태복음 22장 41~45절)라고 반문하셨다.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육신으로는 “다윗의 자손”(마태복음 1장 1절)이시지만 실제로는 다윗이 “나의 주”라고 부른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천명하신 것이다. 아버지 하나님과 그리스도이신 아들 하나님의 존재가 다윗 당시의 구약 시대에 이처럼 분명히 확인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 두 분이 나누신 중대한 밀담(密談)이 성령의 감동을 받은 시인 선지자인 다윗에게(행 2:30 참조)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성경의 특종(特種) 기사임에 틀림없다. 지금 다윗이 “나의 주”라고 부른 그 하나님이 “다윗의 자손”으로 태어나셔서 그 밀담의 내용을 설명하고 계시니 이 얼마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감격인가. (250.2)
 두 분 하나님이 “시인” 선지자 다윗에게 공개하신 밀담의 내용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내가 네 원수로 네 발등상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우편에 앉으라”는 내용이다. 이 곳의 원수는 누구며,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원수가 되었는가? 이 짧은 말씀의 길고도 깊은 사연이 이렇게 적혀 있다. (251.1)
 “내가 네[뱀으로 상징된 사단]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약속된 그리스도]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그리스도]은 네[사단]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사단]는 그[그리스도]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세기 3장 14절). 110편에 언급된 “원수”는 하나님과 인간의 공동의 적인 사단이다. (251.2)
 “여인의 후손”, 곧 “다윗의 자손”으로 이 땅에 오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발꿈치를 상하시지만 그 결과 사단은 마침내 그리스도에게 정복되어 발에 밟혀 머리가 상함으로 영원한 파멸에 이를 것이 선언된 놀라운 구속(救贖)의 경륜(經論)이 브리핑된 것이다. (251.3)
물체가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 막대한 위치 에너지가 생성되듯이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서 가장 낮은 십자가의 죽음을 죽으심으로 생성된 구속의 위치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었다.
(251.4)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보좌로
 기원전 천년경, 다윗에게 공개된 이 밀약(密約)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그 성취가 확인되고 확산된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직후 성령이 임하신 오순절 때였다. 제자들은 감격에 넘쳐 110편 1절을 인용하며 부르짖었다.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主)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사도행전 2장 34~36절). (251.5)
 본래 하나님이셨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구주가 되셔서 죄의 장본인인 사단과 그의 권세를 영원히 파멸시킬 수 있는 전력적 고지(高地)인 하나님의 우편에 앉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님과 동등됨”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셔야 했고, 더욱 낮아져 종이 되어야 했으며 끝도 없이 낮아진 십자가의 죽음을 죽으셔야 했다. 그런 후에야 구주가 될 자격이 갖추어져 마침내 “모든 입으로 예수를 주(主)라 시인하”(빌립보서 2장 6~11절)게 하신 것이다. 그것이 십자가(cross) 없이는 면류관(crown)이 없다는 구속(救聽)의 질서이며 급상승(急上昇)이 있기 전에 급강하(急降下)가 와야 하는 구속의 물리(物理)인 것이다. (252.1)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으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2장 2절). (252.2)
 “새벽이슬”을 출산한 모태—십자가
 수력 발전의 원리처럼 높은 곳에 있는 물체[질]가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 막대한 위치(位置) 에너지가 생성되듯이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서 가장 낮은 십자가의 죽음을 죽으심으로 생성된 구속의 위치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었다. 그것이 구속의 원자로(原子爐)가 된 십자가에서 발산하는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요, 영원한 희생의 사랑이 보증한 하나님의 통치 권능(權能)인 것이다. 그것이 시온에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홀(笏), 곧 왕권(王權)의 상징임이 이렇게 읊어지고 있다. (252.3)
 “여호와께서 시온에서부터

   주의 권능의 홀(笏)을 내어 보내시리니

   주는 원수 중에서 다스리소서”

   (110편 2절). (253.1)
 십자가의 효험(微驗)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히브리어 원문처럼 “아침의 자궁”(the womb of moming)으로부터 맺히는 무수한 이슬처럼(삼하 17:11. 12 참조) 성령의 변화시키시는 능력으로 새로워지고 거룩해진 아침 이슬과 같은 하나님의 백성을(미가 5:7 참조) 생산(生産)하는 사랑의 모태(母胎)가 된 것임을 이렇게 읊고 있다. (254.1)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자궁의]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 도다”

   (110편 3절). (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