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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식일의 안식으로의 초청
 내 숨 안의 속 숨으로 숨쉬고 깨어난 너 사람아

 내 숨의 숨이며 네 숨 속의 내 숨인 너 사람아

 네 숨에 내 숨을 맞추어 내 안식이던 너 사람아

 내 숨에 네 숨을 섞어 네 거룩이고 네 안식이던 너 사람아

 내 뼈 중의 뼈를 깎고 내 살 중의 살을 다듬어 태어난 너 사람아

 너의 태어남으로 내가 다시 태어남이었던 너 사람아

 네가 내 숨 밖의 내 숨이며 내 몸밖의 내 몸이 되어

 내 삶의 시공을 넘어주던 너 사람아

 내가 네 안에 있고 네가 내 안에 있어서

 내가 만유 안에 있고 만유가 내 안에 있음이던 너 사람아

 내게로 오라 내 안의 그 깊은 몸과 그 깊은 숨으로 들어오라.


 어느날 느닷없이 네가 그 낯설은 다른 호흡에 네 호흡을 맞추고

 그 속 검은 자의 뼈와 살로써 네 처소를 삼은 이후

 나의 품을 떠난 너의 작은 동작 하나와 표정 하나로도

 그리고 사특한 너의 지극히 작은 생각 하나로도 내 심장은

 소름 끼쳐지고 자지러들고 찢어지고 터졌다.

 내 사랑은 짓밟히고 내 영혼은 욕되었다.

 내 생명은 미칠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어쩔 줄을 몰랐다. (281.1)
 내게 네가 누구냐, 내 안에 있는 네 자리가 어떤 자리이냐?

 나를 팔아 밭을 산 자의 손뼉에 네 손뼉을 마주치고 있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냐?

 내 생명의 가장 깊은 속, 내 심장의 파도가 그로 인하여 물결을

   얻던 갈빗대가 아니더냐 내 눈 속의 눈동자가 아니더냐?

 내 생명의 그 자리에서, 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그 깊이에서

 네가 나에게 믿음의 저버림이요 말을 바꾸어 둘러댐이요

   두 마음이며, 은근한 모함이며, 비방이며, 욕설이며

   비웃음이며, 그리고 주먹질이고, 돌팔매질이고, 또 칼이고

   창이며 내가 비록 생명의 근원이라 한들 살수가 있겠느냐

   살기를 바라겠느냐?

 내 심장이 비록 영원한 사랑으로 샘솟는 샘이라 한들

   마르지 않겠느냐, 흐르기를 바라겠느냐?

 네 죄와 더러움은 은하수로도 못 씻는다.

 네 죄를 소멸할 내 분노는 소돔에 쏟아진 불 우박으로

   다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네 숨 속의 내 속 숨이던 너 사람아

 그런데 이것이 무엇이며 이것이 웬일이냐?

 너의 태어남으로 비어낸 나의 깊은 속

 언제나 나를 찾는 너만을 위해 비어두는 소중한 거처

 나와 너의 호흡으로 거룩한 안식의 안개가 자욱하던 곳

 이제는 탄식과 미움으로 메마른 사막이려니

 죽어 마른 강이고 숯이고 돌이려니 하여

 아득히 제쳐놓고 잊으려 했던 나의 속 그 깊은 곳에 (282.1)
 지축을 뒤흔드는 이 물소리가 무엇이냐?

 폭포 같은 이 사랑의 물결이 웬일이냐?


 네가 더 이상 내 숨이 아니고 네가 더 이상 내 몸밖의

   내 몸이 아니던 날

 내 심장은 진노로 숯불이고 천둥이고 벼락이고 사막이었는데

 오늘날 나는 오히려 상처받아 더 아픈 사랑으로, 그리고 분노로도

   체념할 수 없는 사랑으로,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터져 물이 되었다. 강같이 흘러 샘물을 열었다.

 너의 생존을 위해 뼈와 살을 도려낸 내 안의 그 골고다로 흘러와

   네 죄와 더러움을 씻을 실로암을 이루었다.


 내 숨 안의 속 숨으로 숨쉬고 깨어난 내 사람아

 내 속의 숨이며 네 숨 속의 내 숨이었던 내 사람아

 네 숨결에 내 숨결을 맞추어 내 안식이던 내 사람아

 내 뼈 중의 뼈를 깍고 내 살 중의 살을 다듬어 태어난 내 사람아

 내 숨 밖의 내 숨으로 내 몸 밖의 내 몸으로 내 한계를 넘어주던

   내 사람아

 그리고 그 배반으로 나의 절망이요, 치욕이요 고문이요 죽음이 된

   내 사람아

 들어오라, 내 안에 열린 이 실로암의 샘으로 들어오라.


 시간이 양털같이 순결로 빛나는 그 날에 박 속 같은 내 속의

   그 흰 살로 다듬었던 거룩한 내 사람아 (283.1)
 이제는 숯 같은 교만으로 검게 타고 죽음 같은 이기심으로

   부패해진 내 사람아


 그러나 언제나 네 안의 나인 내 사람아

 내게로 들어오라

 교만과 이기심의 네 죄, 네 자아의 더러움을 씻을 내 안의 샘

   실로암으로 들어오라.

 내 뼈 중의 옥 같은 뼈로 태어나서 골짜기 바람보다 더 청정한

   내 숨으로 숨쉬던 내 안의 너의 삶 둘이서 하나이던

   태고의 삶, 그 거룩한 안식의 삶으로 들어오라. (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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