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네가 누구냐, 내 안에 있는 네 자리가 어떤 자리이냐?
나를 팔아 밭을 산 자의 손뼉에 네 손뼉을 마주치고 있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냐?
내 생명의 가장 깊은 속, 내 심장의 파도가 그로 인하여 물결을
얻던 갈빗대가 아니더냐 내 눈 속의 눈동자가 아니더냐?
내 생명의 그 자리에서, 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그 깊이에서
네가 나에게 믿음의 저버림이요 말을 바꾸어 둘러댐이요
두 마음이며, 은근한 모함이며, 비방이며, 욕설이며
비웃음이며, 그리고 주먹질이고, 돌팔매질이고, 또 칼이고
창이며 내가 비록 생명의 근원이라 한들 살수가 있겠느냐
살기를 바라겠느냐?
내 심장이 비록 영원한 사랑으로 샘솟는 샘이라 한들
마르지 않겠느냐, 흐르기를 바라겠느냐?
네 죄와 더러움은 은하수로도 못 씻는다.
네 죄를 소멸할 내 분노는 소돔에 쏟아진 불 우박으로
다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네 숨 속의 내 속 숨이던 너 사람아
그런데 이것이 무엇이며 이것이 웬일이냐?
너의 태어남으로 비어낸 나의 깊은 속
언제나 나를 찾는 너만을 위해 비어두는 소중한 거처
나와 너의 호흡으로 거룩한 안식의 안개가 자욱하던 곳
이제는 탄식과 미움으로 메마른 사막이려니
죽어 마른 강이고 숯이고 돌이려니 하여
아득히 제쳐놓고 잊으려 했던 나의 속 그 깊은 곳에
(2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