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과 십자가 (안식일의 신앙의 의미) 제 2 부 안식일과 거룩 제 12 장  안식일, 시간 속의 지성소
 창세기 2장 2절에서 하나님이 제칠일을 거룩하게 함으로써 거룩에 대한 인간의 관념이 공간으로부터 시간으로, 자연으로부터 역사로, 사물로부터 사건으로 이동하였다. 창세기 2장 2절에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하신 하나님의 가라사대 하나로 공간적 자연계는 그 고유의 신성성을 모두 박탈당했다. 거룩의 능력은 공간이나 물체나 시간의 알맹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거룩하다”는 하나님의 선언에 있다. 거룩히 구별하는 하나님의 행위에 있다. 하나님의 언약에 있다. 언약을 잊지 않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다. (270.2)
 십계명에는 거룩한 공간이 언급되고 있지 않다. 오직 거룩한 날만이 언급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길게 언급되고 있다. 돌판의 거의 절반에 가깝도록 이 거룩한 날이 언급되고 있다. 거룩한 언약의 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거룩은 날들의 거룩으로부터 시작한다. 날들의 거룩은 안식일의 거룩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는 날들이 거룩해진 다음에 거룩한 백성들이 등장한다(출 19:16). 그리고 거룩한 백성이 있고 나서 거룩한 성막이 등장한다. 그것도 금송아지 소동이 있고 나서이다. 사람의 약한 속성이 모두 드러난 다음의 일이었다. 시간의 거룩이 제일 먼저이고 그 다음이 사람의 거룩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공간의 거룩이다. 공간과 물체가 거룩해지고 소유가 거룩해지면 거룩하게 하는 하나님의 일이 끝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270.3)
 안식일, 하나님의 안식할 처소
 안식일은 그 무엇보다 하나님의 안식할 처소이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등상이며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바치겠느냐 내가 머물러 쉴 곳은 어디에다 마련하겠다는 말이냐 하셨다”(공동번역, 사 66:1).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손이 이 모든 것을 지은 것이 아니냐 하셨다”(사 66:2). 유대인들은 다음과 같은 안식일 낭독문을 낭송한다고 한다. “하나님의 영광이 우주를 채웠으니 그의 천사들이 묻기를 하나님의 영광의 처소가 어디냐?” 성경에 의하면 이 땅에는 사람 손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거룩한 물체와 공간은 없다. 시온이라 할지라도 사람에 의하여 정해진 것이다. 그 본성에 의하여 거룩함으로써 하나님이 안식할 처소가 되고, 하나님의 성전이 될만한 곳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 하나님은 시간에서 제칠일을 선택하여 당신의 안식할 처소로 삼으셨고 거기서 “쉬어 평안하셨다”(창 31:17). (271.1)
 팔레스틴의 거룩함은 이스라엘 국민의 거룩함에서 연유된 것이다. 그 땅은 데라 시대나 족장의 시대에는 거룩하지 않았다. 여호수아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에 들어감으로써 그들에 의하여 거룩해졌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거룩함은 어떤 특정 장소에 제한 받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어디에서나 거룩하신 분이시다.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신 분이다. 어디에나 계신다. 두 세 사람이 주의 이름으로 모이는 그곳에 주님이 계신다. 하나님은 특정한 장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도 예배했고, 회당에서도 예배했다. 초대 기독교도들은 개인 가정에서도 하나님께 예배했고, 지하 묘지에서도 하나님께 예배했다. 하나님 앞에 땅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 (271.2)
 그러나 땅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하여 시간이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거룩한 시간이 있고 심히 좋은 시간이 있다. 안식일은 거룩한 시간이다. 하나님이 복주어 거룩하게 하신 날이다. 하나님이 안식할 처소로 구별한 날이다. 하나님이 쉬어 평안하신 날이다. 이 땅 어디에도 이 공간 세계의 어디에서도 사람이 하나님의 안식할 처소를 마련할 수 없으나 하나님이 제칠일을 택하여 당신의 안식할 처소로 삼으셨다. (272.1)
 안식일의 거룩함은 일반 절기들의 거룩함과도 다르다. 절기들의 거룩함은 사람의 행위에 의존하고 있다. 달력을 고정시키고 그 달력의 특정한 날들을 절기로 정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에 의하여 새로운 달의 첫째 날이 제정되어야 유월절을 달력에 지정할 수가 있다. 추석을 그렇게 정하고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정한다. 3․1절은 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온다. 그러나 안식일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제칠일이 안식일이다. 그래서 안식일을 일요일로 바꾸려는 행태는 하나님의 백성의 안식일 정신에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272.2)
 안식일의 거룩이 기념되는 방식은 절기의 거룩이 기념 방식과 다르다. 안식일의 그 거룩이 기념되는 그 특유한 방식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다. 절기에는 무교병과 양의 뿔, 악기인 쇼우파, 루랍(Lurab), 에트록(Etrog), 성막 같은 부대품들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어 있으나, 안식일의 기념일에는 그 같은 계약의 상징물들이 필요치 않다. 안식일 자체가 상징이기 때문이다. 안식일은 사람이나 그 밖의 다른 무엇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홀로 하나님의 처소인 날이다. 홀로 하나님의 성전인 날이다. 하나님 자신에 의하여 거룩히 구별된 하나님의 안식의 처소인 날이다. (2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