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머무는 위치를 가리키는 헬라어 단어(전치사)가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안에”를 가리키는 엔(en)과 “곁에”를 가리키는 파라(para), 그리고 “위에” 혹은 “위로부터”를 가리키는 에피(epi)이다. (111.1)
1. “안에”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또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인하여 죽은 것이나 영은 의를 인하여 산 것이니라.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 8:9~11). (111.2)
본문에 보면 성령이 “너희 속에 거하시면,”“너희 안에 거하시면”이라고 했다. 우리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할 때 성령께서 우리 속에 거주(내주)하기 시작하신다. 제 삼위 하나님이신 성령께서나 같은 죄인 속에 오셔서 함께 사신다는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요, 놀라운 신비요, 은혜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내 속에서 역사하신다. 성령의 엔(en)의 역사는 주로 죄를 씻고, 위격을 변화시켜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는 역사를 하신다. (112.1)
내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우리의 생각과 위격과 존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신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위격을 닮게 하시며, 그리스도의 위격을 조각해 가신다.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신다. 사랑을 실천하고 기뻐하며, 화평하게 하고, 오래 참고, 친절하고, 선을 행하고, 한결 같게 하며,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를 절제하게 하신다(갈 5:22, 23). (112.2)
2. “곁에”
요한복음 14:16에 보면,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시리니”라고 약속하신다. 이 말씀에서 성령을 가리키는 “보혜사”는 헬라어로 파라클레토스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폈다. 이 단어는 “곁에”(파라)와 “부른다”(칼레오)의 합성어로써, 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우리 곁으로 부름 받아 오신 분이라는 뜻이다. (112.3)
성령이 오셔서 우리 곁에서 행하시는 일은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책망(깨닫게)하시는 일이다. (112.4)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요 16:8). 성령이 우리 곁에 오셔서 역사하시면 -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되고, 예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된다. 사탄이 심판을 받아 멸망할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끝까지 회개치 않는 죄에 대하여 하나님의 심판이 있으며, 최후의 심판이 있음을 알게 된다. (113.1)
다음으로 성령이 우리 곁에 오셔서 하시는 일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일이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요 14:26). 또한 성령은 신자들을 위하여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중보 기도하여 주시는 은혜로운 사역을 하신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제 삼위 하나님이신 성령께서 언제나 도울 준비를 하고 죄인 곁에 계신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은혜인가! (113.2)
3. “위에”
성령이 우리 위에 임하여 계시는 것은 위로부터 능력을 부어주시는 성령의 권능 사역을 가리킨다. 이를 성령의 기름 부으시는 사역이라고도 말한다. 성령은 위로부터 때로는 불같이, 때로는 바람같이, 때로는 비둘기같이 임한다. 성령의 에피 사역은 위로부터 임하여 밖으로 나타나는 권능의 사역이다. 이는 모든 이론과 장애물과 대적을 파하는 사역이며 세상에서 승리하게 하시는 사역이다. (113.3)
누가복음에 이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예수께서 침례 요한에게 침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실 때, 성령께서 하늘로부터 비둘기 같이 예수님 위에 강림하셨다. “백성이 다 침례를 받을 쌔 예수도 침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실 때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형체로 비둘기 같이 그의 위에 강림하시더니 하늘로서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눅 3:21, 22). (114.1)
그 후에 성령이 충만한 가운데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고 다시 성령의 권능으로 갈릴리에 돌아가 사역하셨다.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 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눅 4:1). “예수께서 성령의 권능으로 갈릴리에 돌아가시니 그 소문이 사방에 퍼졌고”(눅 4:14). 그리고 나사렛 회당에 들어가셔서 메시아에게 성령을 부어주시는 이사야 본문을 찾아 읽으셨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 4:18-19). (114.2)
예수께서 메시아로서 공생애 사역을 위해 하신 준비는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는 성령을 받는 것이었다. 그분은 성령에 의해 잉태되셨고, 성령이 그의 안에 내주하고 계셨다. 그런데도 생명을 구원하는 메시아의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성령께서 하늘로부터 강림하여 그분 위에 머무셨다. (114.3)
이후 3년 반 동안 예수께서 행하신 그 모든 능력의 역사들은 주로 성령의 에피 사역이었다. 그분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제자들에게 그 사역을 당부하셨다.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을 입히울 때까지 이 성에 유하라 하시니라”(눅 24:49). (115.1)
사도들은 사도행전의 놀라운 능력의 사역을 행하기 전에 위로부터 임하는 성령의 능력을 받았다. 이것은 예수께서 하신 약속의 성취였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위로부터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예수의 유언의 말씀에 순종하여 다락방에 모여 마음을 합하여 회개하며 기도하던 사도들과 성도들은 오순절이 되자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성령의 권능을 받았다. (115.2)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1-4). 성령이 하늘로부터 오셔서 저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으매,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 이후로 초대 교회 성도들은 성령이 부어주시는 권능을 힘입어 담대히 복음을 전하며 아름다운 초대 교회 공동체를 이루었다.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