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3 장 신적 권위를 직접 드러내신 기적들 기적 6 ► 잠잠하고 고요하라
 본문 : 마 8:18, 23-27, 참조: 막 4:35-41, 눅 8:22-25
 AD 29년 초가을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나와 두 번째 선교 여행길에 오르셨다. 갈릴리 호수를 옆에 끼고 여기저기 검은 현무암들이 점재해 있는 비옥한 게네사렛 평지를 지나고 계셨다. 갈릴리 호수의 수려한 경관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아침에 골란 고원 위로 힘차게 솟아 오른 붉은 태양이 호수 위에 황금 가루를 뿌릴 때나 어두움이 내려 휘영청 밝은 달이 잔잔한 호수에 은빛 가루를 뿌릴때에는 그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170.1)
 예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인파(人波)에 의해 해변가로 떠밀려 나신 예수님은 마침 그곳에 있던 배에 올라 앉으셨고 온 무리는 해변에 섰다. 배는 참으로 멋진 강대상이 된 것이다. 예수님은 거기서 씨뿌리는 비유를 설교하셨다. 은혜로운 말씀에 매료된 청중들은 도무지 해산할 줄 몰랐고 더욱 많은 군중들이 몰려와 주님은 식사할 틈조차 없었다. 피곤에 지친 주님께서는 잠시 쉬시고 음식도 잡수시고자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배를 몰도록 했다. 갈릴리 바다 동해안은 이방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서해안 쪽보다 비교적 한가한 지방이었다. 배가 호수 면에 미끄러지듯 동쪽으로 나아가자 여러 배들도 따라나섰다. 너무나 지쳐 녹초가 된 예수님은 배 위에서 곧 잠이 드셨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움으로 덮이더니 강풍이 엄습하여 호수에 폭풍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갈릴리 호수는 지형적 이유 때문에 돌연히 맹렬한 폭풍이 들이닥치곤 했다. (170.2)
 그날 밤 포효하는 서풍에 노한 파도는 예수님이 탄 배를 마치 삼켜 버릴 듯 위협하였다. 천둥 소리와 번쩍거리는 번갯불이 더욱 두려움을 가져다 주었다. 오랫동안 갈릴리에서 광풍과 싸워 본 경험이 있는 제자들은 노련하게 배를 몰았으나 이번만은 상황이 아주 달랐다. 태풍이 너무나 격렬하여 그들의 기술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배는 물에 차고 폭풍은 멈추지 않고 점점 거세어지는 게 아닌가! 이제 파산 직전이 됐다. 제자들은 무섭게 밀려오는 노도(怒濤)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예수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선상(船上)에 계시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경을 넘나드는 참으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171.1)
 “우르르 쾅쾅” (171.2)
 “번쩍 ” (171.3)
 하늘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나고 번갯불이 사방을 비추었다. 그제서야 제자들은 번갯불 때문에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육신적으로 얼마나 피곤하셨기에 제자들이 사력(死方)을 다해 파도와 싸우는 중에도 주님은 그렇게 태평스럽게 주무시고 계셨을까? 나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나도 군대에서 훈련 나갔을 때 들에서 텐트를 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야 비로소 밤새도록 비가 와 내 몸이 반쯤 물에 잠겨 있는 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물에 잠긴 것도 몰랐을까? 주님께서도 배에서 옷이 다 젖은 채 주무시고 계셨던 것이다. 배는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제자들은 주님을 깨웠다. (171.4)
 “선생님이여, 선생님이여.” (172.1)
 아무리 불러도 주님은 여전히 주무시고 계시는 게 아닌가! 참으로 답답했다. (172.2)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는 물에 점점 잠겨 갔다. 죽음의 공포에 질린 제자들은 다시 예수님을 깨우기 위해 그분의 몸을 흔들어 댔다. (172.3)
 “선생님이여, 우리의 죽게 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172.4)
 그제야 예수님께서 잠을 깨셨다. 제자들은 다급하게 절규했다. (172.5)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 (172.6)
 잠에서 깨어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꾸중하셨다. (172.7)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172.8)
 그리고는 일어나 그분은 뱃전에 서셨다. 격노한 파도가 예수님을 덮치는 게 아닌가! 그러나 넘어지지 않으셨고 물에 젖은 채 비틀거리며 손을 드신 주님께서는 성난 바다를 향해 엄한 명령을 내리셨다. (172.9)
 “잠잠하고 고요하라” (172.10)
 아! 희한하게도 명령을 받은 폭풍은 그만 물러가고 노도가 잔잔해지는 게 아닌가! 주님께서 여전히 자연의 요소들을 통치하고 계심을 나타낸 놀라운 기적이었다. 사람들이 기이히 여겨 중얼거렸다. (172.11)
 “저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고.” (172.12)
 최근에 주님이 건너셨던 그 호수, 폭풍을 명하사 노도를 잔잔케 하신 갈릴리 호수를 나도 한번 건너고 싶어 동쪽 골란 고원 산자락에 있는 아인 게브(Ein Gev)항구에서 배를 탔다. 예수님의 체취를 느끼는 것같아 은혜가 넘쳤다. 항해가 너무나 감격적이라 찬미 457장이 절로 터져나왔다. (17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