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인간을 습격하는 무서운 질병이나 생명을 노리는 사고 등은 오히려 인간 승리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LA 1984년 올림픽은 지금까지의 올림픽에서 보지 못한 몇 편의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 주었는데, 그것은 또한 인간이 각종병으로 인한 좌절과 절망의 심연(深溫)에서 뛰쳐나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299.1)
신체적 불구와 지병, 심지어 암까지 극복하고 출전한 몇몇 세계 건각들이 보이는 선전(善戰) 장면은 이를 지켜보는 세계의 40억 시청자들에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인간 승리의뜨거운 감격을 안겨 주었다. (299.2)
제 1 케이스
호주의 흑인 단거리 선수 프레드 마틴(18세)은 귀가 들리지 않는다. 또 10m 밖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고 달려야 한다. 왼쪽귀 청력의 96% 또 오른쪽귀의 84%를 상실한 마틴은 신호용 총소리를 못 듣는다. 가까스로 들었다 해도 풍향(風向)이 다르면 출발이 늦어진다. (299.3)
신장 185CM. 체중 82.5KG의 마틴은 남아공(南阿共)태생, 8때 아버지를 따라 호주에 왔으며, 벽돌공인 아버지의 강력한 후원으로 호주 대표 선수가 됐다. 지난해 100m에 10초 40, 200m에 20 초 기의 기록을 갖고 LA에 도착했다. (299.4)
그는 신체의 불구를 촉감으로 극복한다. 신호총 소리를 땅의 공명과 진동을 통해 듣는다. 그의 감독 댈리씨의 평은 다음과 같다. (300.1)
“이번 올림픽엔 별로 두각을 나타낼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때는 기필코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봅니다.”(300.2)
마틴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부상을 딛고 이자리에 출전한 것 그 자체가 행복합니다. 100m라면 몰라도 200m라면 자신이 있어요.”(300.3)
제 2 케이스
미국의 레슬러 제프 불래트닉(25세)은 2일 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치른 그레코 로만 형 100kg 체급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 순간, 경기장을 메운 수천 명의 관중 모두가 기립, 승자를 위해 눈물을 쏟으며 박수를 보냈다. 금메달리스트 불래트닉, 그는 암과의 처절한 씨름 끝에 이를 이기고 출전, 정상(頂上)을 따낸 것이다. (300.4)
레슬링을 시작한 1982년 6월, 불래트닉은 목에 작은 혹이 자라는 것을 감지했다. 진단결과 악성 육아종(肉芽腫)인 츠지킨스 병에 걸렸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죽음에의 공포, 레슬링과의 결별을 극복, 비장 제거 수술을 받고 수술 3주 만에 다시 레슬링을 시작했다. (300.5)
1년 동안 방사선 치료를 통해 결국 암을 이겨냈다. 아무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고 2년간을 LA 올림픽 일념으로 훈련을 거듭, 대회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 사실을 공개한것이다. (300.6)
불래트닉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양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기도의 자세 로 소리 높여 울음을 터뜨렸다. (301.1)
제 3 케이스
“눈물이 쏟아져요. 눈물밖에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어요” 3일, 남자체조 개인 종합에서 금메 달을 따낸 일본의 구시꼔 고지(27세)는 시종 울음을 터뜨렸다. (301.2)
체조 경력 16 년 중 발목과 다리가 부러져 9년 가까이 플로어 위에 서지 못했다. 여기에 심장병이 도져 운동을 포기하는 격동을 겪었다. 1980년, 가까스로 기력을 회복, 실력을 피크로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모스크바 출전 보이코트 조치가 떨어져 꿈은 또 한 차례 무산됐다. (301.3)
제 4 케이스
올림픽 개막을 지켜본 전세계 시청자들은 7천 8백여명의 세계 건각 속에 유일하게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여자선수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뉴질랜드 여자 양궁의 네로리 페어홀(40세), 하반신 불구라는 치명적인 악조건을 넘어 양궁의 금메달을 노리는 패기 만만한 여장부다. (301.4)
“불구는 외형적인 불편에 불과할 뿐, 나 자신은 정상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5일, 첫 경기를 갖는 페어홀의 기염이었다. (301.5)
원래가 승마 선수였던 그녀는 24세가 되던 어느 날 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20m 아래 언덕으로 굴렀다. 7 개월간의 병치료가 끝났을 때, 하반신 불구라는 선고가 내려졌다. (3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