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과 십자가 (안식일의 신앙의 의미) 제 2 부 안식일과 거룩 제 3 장  안식일, 여섯 날들의 거룩한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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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칠일 안식일: 날과 창조와 삶의 절정
 우리가 제 아무리 많은 계단의 사다리를 오른다 해도 그 끝 계단을 넘어야 비로소 사다리를 다 오른 것이다. 등산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에 이르지 못한 등산은 미완의 등산이요 실패한 등산이다. 제칠일은 창조의 등정을 끝내는 정상이다. 제칠일은 높은 날이다. 하나님이 “저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는”(시 58:14) 날이다. 6일에 걸친 하나님의 창조는 제칠일에 이르러 그 절정과 완성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었다”(창 2:2). (160.1)
 창조의 첫째 날에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도 하나님이 하늘과 땅과 물, 그리고 각종 채소와 나무들을 창조하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끝으로 여섯째 날에 사람을 창조하신 후 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 이렇게 하나님의 창조 일정은 “좋은” 날의 일로부터 “심히 좋은 날”의 일로 전진하였다. (160.2)
 그러나 창조의 일정은 “일곱째 날이 이를 때”까지 전진하였다. “일곱째 날이 이를 때까지” 발전하였다. 하나님의 창조의 능력과 영광은 일곱째 날이 이를 때까지 상승하였다. 제칠일은 창조 주일의 정상이다. 여섯 날들이 절정에 이른 날이다. 여섯 날과 더불어 여섯 날의 삶이 절정에 이른 날이다. 제칠일은 하나님이 창조한 날들의 정상이며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정상이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그 지으시던 일을 마쳤다. 일곱째 날이 이를 때 하나님이 지으시던 일이 그 정상에 도달하였다. 하나님의 창조가 목적에 다 이른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가 다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다. 하나님의 제칠일 쉼이 일주일에 걸친 창조 일정의 마침표이다. 하나님의 안식일 안식이 용의 그림을 완성시킨 용의 눈 메김이다. (160.3)
 우리는 하나님의 안식으로 끝나는 창조 이야기의 이 대목쯤에서 “보기에 좋았다”“보시기에 심히 좋았다”에 이어지는 하나님의 한 단계 더 높아진 반응이 표현되었을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된다.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자”라고 말했던 바울을 생각하며 우리는 “보시기에 심히 더 좋았다”는 표현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세기 기자는 그러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표현의 형식은 “좋았다-더 좋았다-심히 좋았다”도 아니고 “좋았다-심히 좋았다-심히 더 좋았다”도 아니다. 그가 선택한 표현은 “좋았다-심히 좋았다-거룩하다”의 형식이었다. 제칠일에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거룩하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뜻이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다”(창 2:3)는 말씀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161.1)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창조 일정의 비교급은 “더 좋았다”가 아니라 “심히 좋았다”이다. 비교급의 자리에 최상급을 갖다 놓았다. 마치 성소보다 더 거룩한 곳을 “더 거룩한 곳”이라 이름하지 않고 “가장 거룩한 곳,”“지성소”라 이름한 경우와 유사하다. (161.2)
 그런데 창조의 날들은 “좋은 날”“심히 좋은 날”의 두 종류로만 구분되는 날들이 아니었다. 그 위에 “심히 더 좋은 날”이 또 있었다. 그날이 제칠일이다. 가장 높은 날, 가장 좋은 날, 가장 귀한 날이 제칠일이다. 모든 날들의 정상이 제칠일이다. 그렇지만 창세기 기자는 제칠일을 “심히 더 좋은 날”이라 기록하지 않고 “거룩한” 날이라고 기록하였다. 이것이 히브리인의 사유이다. 거룩한 날이 최상, 최고, 최선의 날이다. 거룩한 곳이 최상, 최고, 최선의 장소이다. (161.3)
 창조의 일정은 좋은 날들에서 심히 좋은 날로, 거기서 다시 거룩한 날로 전진하였다. 하나님의 창조는 좋은 세상에서 심히 좋은 세상으로, 그리고 거기서 다시 거룩한 세상으로 발전하였다. 제칠일은 창조주간의 정점일 뿐 아니라 안식일로서 창조세계의 정점이다. 안식일이 최선, 최고, 최상의 날이며 안식일의 세계가 최선, 최고, 최상의 세계이다. 거룩한 날이요 거룩한 세계이다. (162.1)
 이처럼 제칠일은 성화와 완성을 향해 전진하는 날들의 정상이다. 제칠일의 창조와 삶은 성화와 완성을 향한 행진의 끝이다. 이 끝에 도달한 성화와 완성의 창조, 그리고 그 삶이 제칠일의 창조와 삶이다. 하나님이 “너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는”(사 58:14) 날이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마지막 “도”같은 날이며, 그날의 창조와 삶이다. 마지막 “도”는 아래의 “도”가 레, 미, 파, 솔, 라, 시의 모든 고갯마루를 거처 올라간 그 도상의 절정이다. 아래의 “도”가 정상의 “도”로 성장하고 성화된 것이다. 윗 “도”는 제일 높은 “도”일 뿐만 아니라 거룩한 “도”이다. 하나님의 은밀한 품이다. 만민의 기도하는 집, 만민이 숨쉬고 안식하는 하나님의 “나의 집”이며 “나의 성산”이다(사 56:7). 거룩이 높이와 깊이와 넓이의 최상급이다. (162.2)
 이렇듯 제칠일은 “저 높은 곳을 향해 날마다 나아간” 제1일의 순례의 끝이요, 그 목적의 완성이다. 거룩은 좋음이 “저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 순례의 끝이요 그 목적의 완성이다. 거룩한 끝이다. 제칠일은 거룩한 안식일이다. 제칠일의 다음에는 8, 9, 10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칠일로서 창조의 사다리는 완성으로 끝나고 거룩으로 끝났다. 그 끝은 야곱의 사닥다리가 닿은 하늘이다. 무한과 완전과 거룩의 세계이다. 하나님의 보좌이다. 지존자의 지극한 사랑의 품속이다. 7은 이러한 끝, 이러한 무한, 이러한 완성, 이러한 사랑, 그리고 이러한 거룩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162.3)
 창조의 이야기에 구조화된 제칠일과 숫자 7의 상징성
 창세기 1장 1절에서 시작하여 2장 3절에서 일단락 되는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는 그 이야기의 구조가 숫자 7과 이 7수의 배수를 토대로 하여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히브리 성경 창세기 1장1절은 일곱 개의 히브리어 단어로 구성되어 있고, 2절은 7의 배수인 14단어로 이루어졌다. 창세기 1장 1절에 소개되고 있는 3개의 핵심 명사들인 하나님(엘로힘), 하늘(사마임), 땅(에레츠)이 창조의 이야기 안에서 사용되는 빈도 수도 숫자 7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하나님”은 7의 5배수인 35회, “하늘”“땅”은 7의 3배수인 21회에 걸쳐 등장한다. 광명체들이 창조되는 넷째 날에는 “빛”에 대한 언급이 7회에 걸치고 있으며,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다”는 표현도 7회에 걸쳐 나타난다. 그리고 7회 째는 “심히 좋았다”로 표현되었다. “제칠일”이 중점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창조사건의 마지막 날인 제칠일 부분은 세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있는데, 각 문장이 일곱 개의 단어로 이루어졌고, 각 문장에는 “제칠일”이란 낱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다. 창조의 목표와 완성과 완전의 상징으로써 일곱째 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163.1)
 창세기 기자가 창조의 이야기를 일곱째 날에서 절정을 맞이하는 여섯 날들의 전진으로, 그리고 제칠일에서 요약되는 여섯 날들의 위업으로 구성되고 조직화된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6일간의 창조사업이 일곱째 날로 마무리 지어졌고, 6일의 노력과 보람이 제칠일에 완성되었고 완전해졌음을 강조하고자 함이었다. (163.2)
 제칠일과 7의 숫자를 토대로 한 창조 이야기의 구조를 그대로 닮고 있는 또 하나의 성경이야기로 여리고 성 함락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일곱 제사장이 일곱 개의 나팔을 들고 언약궤를 앞세워 백성들을 이끌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리고 성을 7일 동안 매일 한 차례씩 돌았다. 그리고 제칠일에는 성을 일곱 번 돌았는데 일곱 번째 돌기를 마쳤을 때는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고 백성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리하여 여리고 성은 함락되었다. 이 사건 보도도 창조사건 보도와 마찬가지로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졌는데, 마지막 일곱 번째 부분에서는 앞의 6일간의 행위와 제칠일의 절정을 대비시키고 있다. 두 사건 모두에서 하나님의 창조사업과 여리고 성의 정복사업은 제칠일에 이르러 그 절정을 맞이하였다. 제칠일이 창조와 정복 일정의 끝 날이다. 그날에 창조와 정복이 “마치고” “다하였다”. 그리고 그날에 창조와 정복의 “마침”“다함”이 선포되었다. (164.1)
 그리고 제칠일의 여리고 성 함락 행위는 6일에 걸친 모든 작전의 완성이요, “마침”이면서 동시에 6일 활동의 요약이었고 합일이었다. 제칠일에는 백성들이 여리고 성을 일곱 차례나 돌았던 것이다. 제칠일의 일 속에 6일의 일들이 모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창조의 이야기에서도 제칠일은 6일의 절정과 완성이면서, 6일의 요약이요 합일이다. 창조의 6일 동안에는 모든 날들을 제 각각 이었고 그 창조도 제 각각 이었다. 제칠일 안식일은 하늘만 있는 날도 아니고 태양과 달과 별들의 날만도 아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사이의 만물이 하나로 어우러진 날이다. 태양의 날들과 새들의 날과 나무와 짐승들의 날과 사람의 날이 모두 제칠일 한 날 안에 들어와 “내가 네 안에서” “네가 내 안에서” 하나로 합일을 이룬 날이다. 한 날에 6일이 모두 기쁨과 감사와 보람과 헌신으로 나란히 설 수 있는 날과 세계가 제칠일 안식일이요 그 세계이다.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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