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생활이란 넉넉한 대우라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있어 모든 것을 쪼개 발라 살림살이를 꾸려 주지 않는한 참으로 힘든 것이 아닌가. 부산 피난 시절, 병원 일도 해주어야 했고 나도 살아가야만 했다. 오전에는 병원 근무, 오후에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초량동에 난생 처음으로 개업을 했다. 이러한 생활이 충실했던 현대 의학에서 완전 탈피해서 천연 의학으로의 전환기가 될 줄이야 아무도 알지 못했다. (234.1)
 4. 깨닫기 시작한 신비
 새벽부터 2-3건의 대소 수술, 몰리는 외래 환자를 100여명 가까이 보노라면 모든 것은 판에 박은 것과 같은 치료 일과다. 하루는 원장에게 이런 이야기 를 주고 받았다. 자, 환자를 치료해 주어야 별로 도움도 못 되는 것같다. 일시로 나은듯하나 얼마 후에 또 오지 않느냐고, 이 짤막한 대화 속에 현대 의학의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고, 무엇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되겠다는 탐구심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핑핑 돌아가는 현대의학의 아성에 서는 생각조차하기 힘든 것이요, 물론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없었다. (234.2)
 어느 날, 우연히 일본의 현미의 대가 후다끼 건조로부터 현미에 대한 산 지식을 전수받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연 요법에 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우선 자신부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현미라면 이름조차 모르고, 서울 시내에서는 구할 길이 없었다. 시골 방앗간에 가서 일부러 부탁을 해서 구해 오곤 했다. (235.1)
 그야말로 밥이 와글와글 디글디글했다. 양키 시장에서 압력솥을 구해서 밥을 하니, 그렇게 구수하고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일주일이 지나자, 변비가 확 뚫리고 피곤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한 달이 지나니 치질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좋아질때, 건강과 병치료에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했더니 문제는 밥 짓는 일이었다. 그래서, 현미 밥솥을 만들기 시작했다. 피눈물 나는 노력과 가지가지의 쓰라린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진 고초 끝에 거의 완성된 단계에 역부족으로 다른 큰 메이커의 손으로 넘어갔다. (235.2)
 이와 동시에, 현미 운동은 크게 메아리치게 되었다. 지방의 보급 운동으로 동분 서주하였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1973년 봄에 몇 페이지에 달하는 식량 절약, 자급 자족을 주목적으로 한 건의문을 박정희 대동령에게 냈다. 이 건의문을 지주 삼아서 현미에 대한 저술을 하기 시작했다. 판을 거듭해서 6판이 나오고, 7판에는 맛있는 현미 요리법까지 부록으로 곁들였다. 그리하여, 1975년 초판 이래 수만권이 전국에, 그리고 미국에까지 보급이 되고, 따라서 현미식에 의한 건강 관리는 물론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들이 수집되기 시작했다. (235.3)
 이 때까지 별로 생각 없이 오랫동안 주식이 되어 왔던 백미는 천연적인 상태가 아니라 벼의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 내고 8-10번 깎아서 만든 것임에 비해서, 현미는 벼의 겉껍질인 왕겨만 벗긴 것이다. 곡식의 생명이 그 배아(邸芽) 즉 눈에 있으므로, 백미는 눈까지 다 깎여 나가 생명력이 없는 죽은쌀이요, 죽었으니만큼 썩은 쌀이다. 이와는 반대로, 현미는 쌀눈이 고스란히 붙어 있어 생명력이 있는 산 쌀이다. (235.4)
 이와같이 산 쌀을 먹으면 그야말로 천연식이다. 소나 말이 싱싱한 산 풀을 뜯어 먹고 물을 마셔서 그렁게 건강하지 아니한가? 풀을 뜯어먹는 동물과같이, 사람도 살아 있는 것을 먹는 것이 필요치 않을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로버트 마이아”라는 학자의 주장 즉 “에너지의 유지를 위해서는 살아 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학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렇다. 여러 가지 이론을 떠나서, 생명이 없는 죽은 쌀, 썩은 쌀이 일시적으로 배를 불려 줄는지는 모르나 몸 속에 들어 가서 어찌 유익이 되겠는가? (236.1)
 인도의 국립 영양연구소장의 동물 실험 결과는 내게 확증을 주었다. 그는 인도의 북부에 사는 “씨이크” 족속과 남쪽의 “마드라시스” 족의 건강과 성격상 차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결과, 음식물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는 드디어 다음과 같은 동물 실험의 결과를 “먹이의 차이에 의한 횐쥐의 건강 상태” 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236.2)
 3천 마리의 흰쥐를 세그룹으로 나누어 서로 각기 다른 먹이를 사용해 보았다. (236.3)
 A 그룹에게는 장수국인 훈자 왕국의 훈자식, 즉 배아가 달린 통밀, 옥수수 등 잡곡을 가루로 빻아 살구씨 기름으로 만든 차파틔라는 구운 빵과 생야채, 과실 등 전곡 채소식 그룹이다. (236.4)
 B 그룹에게는 백미에 고기를 약간 곁들이고 자극성 조미료를 사용한 잡식인 인도식 그룹이다. (236.5)
 C 그룹에게는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버터, 치즈, 백설탕, 통조림 등의 가공 식품을 포함한 구미의 육식으로 구분해서 2년 7개월, 즉 사람의 연령으로 환산하면 50년동안 사육한 후 각기 병리 해부해서 얻은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237.1)
 첫째, 훈자식 그룹에서는 모두가 완전 건강해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237.2)
 둘째, 인도식 그룹의 경우는 약 80%가 위장 질환, 빈혈, 간염,탈모, 안질, 궤 양, 불량 치아, 구루병, 피부병 등이 나타났다. (237.3)
 세째, 구미식 그룹에 서는 인도식 그룹보다는 그 증세가 심해서, 100%가 모두 병에 걸려 있었을 뿐 아니라 신경계까지 침범당해, 쥐들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서로 물어 죽이는 결과로 반수 이상이 죽었다. (237.4)
 이와 같은 결과는 직접적으로 인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할지 모르나, 완전 천연식을 하는 훈자 왕국민의 무병 건강 장수는 이 동물 실험 결과와 일치함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훈자 왕국에는 병으로 앓는 사람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 범죄가 없기 때문에 파출소, 경찰서, 교도소가 없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그 나라의 육식하는 왕족은 40-50세에 다 사망한다고 한다. (237.5)
 훈자식이 병의 예방에 절대적이니만큼 병 치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로 경이적인 것이다. (237.6)
 5. 이것만이 병 치료다
 옛부터 전해 오는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굶어서 병나나 먹어서 병나지.” (2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