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처럼 부실(不實)하고, 어리석고, 꾀 없고, 힘 없고, 속절없는 짐승도 없다. 짐승에겐 필수적인 방향 감각이 없어, 제 갈 길을 찾아서 가는 개나 고양이 같지 못하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 같은 공격 무기는 고사하고, 몸을 숨길 줄도 모르는데다가 방추형의 안짱다리는 빨리 뛰지도 못해 방어 무기라고는 전혀 없는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부족한 것뿐인 짐승이다. 짐승답지 않게 겁이 많고, 가려 주지 않으면 독초도 뜯는 그야말로 숙맥이요, 핥고 구르고 문질러 몸과 털을 깨끗이 할 줄도 모르는 칠칠 맞은 한심한 짐승이다. 자신이 연약하고 부족한 것뿐인 한 마리의 속절없는 양에 지나지 않음을 자각한 목자 다윗은, 자신의 이 모든 부족을 능히 채우시는 선한 목자 여호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에 심금을 울리고 있다. 떼를 지어 사는 군거(群居) 동물이면서도 목자와는 하나하나의 이름으로 통하는 개별 관계를 가진 특이한 짐승인 양처럼, 다윗은
“나의 목자”이신 하나님께
“한 마리 양의 시” 곧
“그와 나의 시”(He and Me Psalm)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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