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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에는 성령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하나님의 신(영)’으로 표현되어 있고 더욱이 ‘성신’이라는 용어는 7회 정도 나온다(시 51:11; 사 63:10, 11; 대상 12:18; 28:12; 사 32:15; 겔 43:5). (51.1)
 구약에서 성령을 말할 때 사용된 단어는 히브리어 루아흐(ruah)이다. 명사형과 동사형으로 대략 388회가 사용되었는데,1) 기본적인 의미는 “바람”2), 혹은 “살아 있는 호흡”3)을 가리킨다. 이 말은 “바람,공기”(wind, air)의 의미로 115회, “하나님의 신”(God's Spirit)으로 100여회, “인간의 영”(human spirit)으로 100여회, “호흡”(breath)으로 33회, “천사, 악한 영”(angel, evil spirit)으로 25회 등으로 사용되었다. (51.2)
 루아흐는 본래 강한 바람에 대한 의성어였다. 예를 들어 이 용어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로부터 탈출하도록 홍해를 둘로 가른 바람을 가리킨다(출 14:21“큰 동풍”). 또한 루아흐는 언제나 죽은 것에 반하여 무엇인가 살아있는 것, 경직된 것에 대하여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뜻하였다. 하나님에게 적용할 때 강한 바람(ruah)은 그 무엇도 저항할 수 없는 창조자의 힘, 그리고 하나님의 멸망시키는 진노와 살리는 은혜의 활동을 가리킨다(겔 13:13~; 36:26~). (52.1)
 히브리어로 야훼의 루아흐는 하나님이 신체와 영혼, 인간과 자연안에 있는 태풍, 폭풍, 힘이라는 것을 말한다. 또한 구약에서 생명의 생동성은 공기의 호흡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루아흐는 인간과 동물 속에 있는 생명의 숨과 생명의 힘을 뜻한다(전 12:7; 3:21).4) (52.2)
 “흙은 땅으로 돌아가고 신(ruah)은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전 12:7); “인생의 혼(ruah)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ruah)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 누가 알랴”(전 3:21). 이처럼 구약은 영(ruah)을 “숨, 바람, 생기” 등 역사 안에서 활동하는 하나님의 생명의 능력으로 묘사한다. 이 능력이 임할 때 전쟁에서 승리하고, 예언자들이 예언의 능력을 받는다. (52.3)
 1. 하나님의 신(ruah, Elohim )
 ‘루아흐’가 하나님과 결합하고, 하나님이 루아흐와 결합될 때에는 루아흐다바르 야훼(dabar Yahweh, 야훼의 말씀)가 매우 가까이 나타난다. (52.4)
 숨과 음성의 이 통일성이 하나님의 창조적 활동에 적용될때, 모든 사물은 하나님의 영과 말씀을 통하여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53.1)
 시편 33:6에서 “여호와의 말씀(dabar)으로 하늘이 지은바(창조)되었으며, 그 만상이 그 입 기운(ruah)으로 이루었도다”고 말한다. 창세기 1:2의 창조 기사에서도 카오스(“혼돈”) 위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신”(ruah, Elohim)을 언급한 다음, 모든 것을 말씀으로 창조하는 하나님은 루아흐의 창조적 에너지로 말씀한다. 남성형의 다바르(말씀)와 여성형의 루아흐(삶의 힘)는 필연적으로 상호 보완한다.5) (53.2)
 다음의 말씀에서도 성령이 창조의 주체로 언급된다. “하나님의 신이 나를 지으셨고 전능자의 기운이 나를 살리시느니라”(욥 33:4). “그가 만일 자기만 생각하시고 그 신(ruah)과 기운(neshama)을 거두실진대 모든 혈기 있는 자가 일체로 망하고 사람도 진토로 돌아가리라”(욥 34: 14-15). “주의 영(ruah)을 보내어 저희를 창조하사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시 104:30). (53.3)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신의 창조는 단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계속적인 창조’(creatio continue)라고 부르는데, 역사와 자연계는 이러한 계속적인 창조의 반복적인 작용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창조와 섭리와 구속은 성령이 행하시는 동일한 사역의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6) (53.4)
 2. 여호와의 신(ruah Yahweh)
 ‘여호와의 신’은 구약에서 “신적 현존”을 가리킨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깊이에까지 도달하는 하나님의 활동하시는 현재적 사건을 가리킨다. “내가 주의 신(ruah Yahweh)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시 139:7, 23). 칼뱅이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모든 활동하시는 현존은 루아흐로 규정되어 있으며 성령론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7) (54.1)
 또한 구약은 영을 종말론과 연결시켜 이해한다. 종말론적 약속의 성취로서의 하나님의 신(종말론적 성령)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종말의 때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영을 부어주신다고 말한다(욜 2:28). 베드로는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을 요엘서에 예언된 종말의 영의 임재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요엘서에 나오는 “그 후에 내가 내신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라”(욜 2:28)는 예언을 오순절 성령의 역사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곧 선지자 요엘로 말씀하신 것이니 일렀으되 하나님이 가라사대 말세에 내가 내 영으로 모든 육체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그 때에 내가 내 영으로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부어 주리니 저희가 예언할 것이요 또 내가 위로 하늘에서는 기사와 아래로 땅에서는 정조를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로다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변하여 어두워지고 달이 변하여 피가 되리라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하였느니라”(행 2:16~21). (54.2)
 따라서 구약의 ‘하나님의 신(영)’은 신약의 성령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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