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낫고자 하느냐 제 3 장 주님께서 고쳐 주신 불치병(만성 신부전의 완치)
 붓을 들기 전에 망설이다가
 인간 세계에 병이 없으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병에 걸려 고생해 본 사람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문명해지면 해질수록 각종 질병은 점차로 증가하며, 전에는 매우 희귀하던 병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 생활을 함에 따라서 사람들은 각종 곡식, 채소, 과일 중심의 천연식에서 떠나서 육식 위주로 식생활이 바뀌게 되므로, 그만큼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1)
 미개발 국가는 저단백식인 천연식으로 무병 건강을 구가하는 반면에, 개발 국가일수록 고단백인 육식 중심으로 전환됨은 고단백식이 마치 오늘날 문화 생활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심장병을 중심으로 한 순환기 계통의 사망률이 제1위를 차지하고 있음은 고단백 식생활의 피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202.2)
 고단백식으로 기인되는 고혈압, 혈전증, 관상 동맥병, 동맥경화증, 뇌출혈, 반신불수 등은 문명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서서히 증가의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소위 불치병이라고 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그야말로 시한부 인생으로서, 앞날의 비참한 운명을 바라보면서 하루 하루 죽음의 행진을 하고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2.3)
 한국에서 통계상으로 나타난 숫자만해도 3,000명 정도인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또한, 미국에는 10만 명이라하니, 전세계적으로 추산할 때에 적어도 100만 명이 넘으리라고 본다. 이것은 참으로 비통하고도 안타까운, 그리고 엄연한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202.4)
 개발국가일수록 만성 신부전 환자는 그 수자가 많을 뿐 만 아니라 해를 거듭함에 따라서 증가함은 그들의 생활이 고단백식인 육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개발국에는 만성신부전 환자수는 극히 희소하나 개발도상국가에는 그들의 식생활 패턴이 천연식 위주에서 점차적으로 육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도 점차로 증가하는 동시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02.5)
 개발 국가에는 이러한 환자가 많기도 하지만, 이들의 질병을 치료가 아니라 다만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인공 신장 기계가 충분하게 설치되어 있고 대개는 국비로 제공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개발 도상 국가에는 인공 신장 기계가 태부족인 데다가 개인 부담이므로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꺼져가는생명의 불길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지으며 발만 동동 구르는 실로 한심스러운 정경이다. 그것도 영구적이고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요 다만 수 년간 생명 연장에 불과하나, 그래도 그 기계에 매달려서 얼마 동안이라도 생명의 불꽃을 꺼지지 않게 해보겠다고 우왕 좌왕하는 애처로운 영혼들을 보게 됨은 눈물 없이 좌시할 수 없는 애절한 비극이다. 이 순간에도 그들의 부르짖는 소리가 가까운데서, 저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203.1)
 필자도 일찌기 100만 명 중의 한 사람이었다. 정들었던 인공 신장 기계와 인연을 끊은지도 어언 4년이 지났다. 아무런 현대 의학의 도움 없이 정상적인 생활과, 건강시와 다름없이 매일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가끔 기적이 있기는 하나, 보통으로서는 그런 기적을 바랄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겸허한 생각으로 퍽이나 망설였다. 그러나, 같은 치료의 원칙들을 꼭 같은 환자들, 즉 하나같이 만성 신부전 환자들, 1주일에 3번씩 인공 신장 기계에 매달려 있는 그들에게 실시한 결과는 과연 기적적이요 극히 고무적이었다. 그리하여, 만성 신부전 환자들의 유일한 살 길이 오직 이것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203.2)
 본인이 좋아졌을 때에, 다만 현상 유지니 생명의 연장이니 입버릇처럼 말하던 현대 의학이 기적이라고 쾌재를 외쳤고, 간호원들은 이구 동성으로 그런 원칙을 다른 환자들에도 적용시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드디어 만성 신부전 환자들 앞에 거인과같이 나타난 것이다. 일루의 아무런 희망 없이, 그저 그날 그날을 힘없이 묵묵히 생명의 불꽃이 마침내 꺼지리라는 그 날까지 걸어가는 가엾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믿음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자붓을 옮기는 바이다. (204.1)
 만성 신부전은 고칠 수 있다
 요새 며칠째 이 곳은 로스엔젤레스의 기후답지 않게 기온이 급강하하는가 하면 때 아닌 비가 쏟아지며, 바람까지 겹쳐서 춥고도 음산한 날씨가 되었다. 거기다 뇌성과 번개에 처음으로 우박까지 내렸다. 우박이 좀처럼 녹지 않아, 하도 신기해서 손주 애들은 비닐주머니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나중에 식구들에게 구경까지 시키곤 했다. (204.2)
 지난 밤, 역시 뇌성과 폭우가 쏟아졌다. 12시 48분에, 수십년 만에 보기 드문 정전까지 생겨, 아침 8시 40분에야 전기가 들어왔다. 먼 산에는 눈이 뒤덮이고, 역시 추운 아침이다. 두터운 스웨터를 껴입고 털양말까지 신었다. (204.3)
 오늘도 계속해서 비오고 추울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하늘은 푸르고, 따스한 햇빛이 대지에 웃음을 던지고 있다. 먼 산에는 푸른 하늘 아래 흰 눈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있다. (204.1)
 이런 한 순간에 붓을 잡은 것은 매우 큰 의의가 있고 또한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실망과 번뇌와 죽음의 공포의 나날들이 꿈과같이 지나가고, 희망과 용기와 생명의 환희를 되 찾을 완치의 앞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야 만야한 음침한 사망의 골짜기에서 헤어나와 다시 찾은 생명의 감사함을 어찌찬양하지 아니하리요! (204.2)
 요독증(尿毒症)이란 사신(死神)의 어루만지는 손길을 뿌리치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불가능이 없으신 전능한 손에 매달릴때 주어진 새 생명의 즐거움을 어찌 함께 나누지 않을손가! (205.1)
 인공신장(人丁腎臟)에 바둥바둥 매달려서 하루라도 더 이 생명 연장시켜 보리라 허둥대던 그 나날들에 이제는 영원히 하직의 인사를 나누고 아무런 미 련도 없이 건강한 발걸음을 힘차게 걷고 있는 산 증인이 있으니, 인공신장이나 신장이식의 특혜라는 것을 받지 못한다고 오늘도 내일도 하염없이 눈물지으며 실망의 거리를 헤매는 고국에 계신 수많은 만성신부전(慢性腎不全) 환자들에게와 각국에 널려 있어 인공 신장과 신장 이식을 유일의 희 망으로 삶는 같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소망과 용기와 새 생명을 되찾는 길잡이가 되고자 둔한 필재를 돌보지 않고서 붓을 드는 바이다. (205.2)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의사인 동시에 만성 신부전(慢性腎不全)환자였었다. 한 주일에 꼬박꼬박 세번씩 인공 신장기에 핏줄을 연결시켜 피를 걸러내기를 1년간이나 계속하고 있던 그 무렵, 1982년 7월 31일자 한국일보의 기사와, 실망에 지친 얼굴들을 담은 사진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205.1)
 “환자 3천여 명에 1백 50여 대뿐” “신장병 환자의 유일한 연명 수단, 인공신장기 절대 부족”, “지방 환자엔 그림의 떡,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해 ”, “나도 살고 싶다”라는 플래카드를 가슴에 단 초췌한 얼굴들, 오직 돈으로밖에 연명할 도리가 없는 신장병 환자들은 가끔 관계 기관을 찾아가 그들의 처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 1982년 9월 24일, 정부 종합 청사를 찾아가 의보 진료 회수를 늘려 줄 것 등을 호소하는 신장병 환자들이란 기사들을 볼때에, 메디칼(MEDICAL-60세 이상이 넘은 극빈자에 베풀어 주는 국가 보험 제도)의 혜택에 의해 전액 무료 치료해 줄 뿐만 아니라 치료받을 날짜가 되면 제시간에 어김없이 병원차가 와서 실어가고 치료 후에는 집에까지 데려다 주는 미국에서 치료받던 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볼 때에 그지없이 가엾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 때의 내 처지로서는 하염없이 동정이 갈 따름이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 (205.2)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206.1)
 신장병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신부전(慢性腎不全)이 된다. 이처럼 만성이 되면 이식 수술을 하든지, 그렇지 못하면 인공 신장기의 도움을 받아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유일한 생명 연장 수단인 인공 신장기에도 문제는 많다. 치료의 방법이 아니라 일시적인 생명 연장 수단이 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 신장기의 절대 수가 부족한데다 그 사용료 마저 엄청나게 비싸다. 대당 시가는 5백-7백만원 선이며, 1회 사용료가 최고 8만원이다. (2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