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요한계시록 제10장 일곱나팔 (제1부)
 요한계시록 8:2은 새 이상(異像, vision)을 시작하는데, 그것은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부는 이상이다. 나팔소리와 함께 이 지상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해석할 때, 우리는 요한계시록에 사용된 언어가 상징적 언어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이상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일곱 나팔에 관한 상징도 구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47.1)
 나팔을 부는 것은 구약에 잘 알려진 개념이다. 한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의 삶은 나팔을 붊으로써 영위되었다. “나팔(trumpet)”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단어가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두 단어가 구약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었다. 그 첫째는 하초츠라(hatsotserah)”이다. 이것은 금속판을 두드려 만든 나팔로, 제사장들이 주로 백성을 불러 모으거나, 종교적 절기를 선포할 때 사용되었고, 전시의 경고와 성전 봉사의 신호로도 이용되었다(민 10:2-10 참고). 둘째는 쇼파르(shophar)”인데, 이것은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로서 주로 통신용 신호로 사용되었다. (147.2)
 민수기 10:8-10은 나팔의 신학적 의미를 풀어주는 구약의 주요 본문이다. 이 구절은 나팔을 신성한 도구로 묘사하고 있다. 나팔은 반드시 제사장들이 불었으며, 그것을 부는 경우는 예배, 전쟁, 추수 때와 축제 등 다양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나팔을 불어 하나님께서 그들과 맺은 언약을 기억해 주실 것을 청하기도 하였다.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제물 위에 나팔을 불 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을 기억하시고 그들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 축제 동안에 나팔 소리는 하나님께서 그의 언약대로 그의 백성과 함께하시고 축복해 주실 것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전시에는 하나님이 그의 백성을 도와주실 것을 나팔 소리로써 구하기도 했다. 유다 왕국의 아비야 왕 치세 동안에 유다 사람들이 적군[북방 이스라엘 군대]에 포위당했을 때, 그들은 “여호와께 부르짖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었다(대하 13:14).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그 원수로부터 구원해 주심으로써 그들에게 응답하셨다. (147.3)
 나팔을 부는 일에는 기도가 병행되었다. 제사장들이 나팔을불 때, 하나님의 백성은 기도했다. 그들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고난 가운데 있는 그들을 돕기 위해 개입하셔서 그들을 그 원수들로부터 방어해 주시기도 하고 그들의 죄에서 구해 주시기도 하셨다. 이러한 개념은 요한계시록 8-11장에 나오는 나팔의 상징을 이해하는 일에 필수적이다. (148.1)
 구약에서 나팔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반포하는 일(출 19:16; 20:18)과 여리고를 함락시키는 일(수 6:4-16)과 같은 이스라엘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과도 관련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나팔 소리는 여호와의 날이 임박한 것을 공포할 것이다(사 27:13; 욜 2:1; 습 1:16; 슥 9:14). 이와 흡사하게 신약게서도 나팔은 충실한 자들에게는 구원을, 불충실한 자들에게는 심판을 가져다줄 예수님의 재림을 알려 줄 것이다(마 24:31; 고전 15:52; 살전 4:16). (148.2)
 성도들의 기도(8:2-6)
 이 부분을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요한계시록에서 여러 번 반복된 특별한 문학적 특징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시자(Revelator) 요한이 그가 보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묘사를 시작할 때, 그는 다른 내용을 가진 다른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묘사하던 장면을 갑자기 중단하곤 한다.1 이 삽입된 장면은 새로 쓰기 시작한 이상의 첫 머리와 그 나머지 부분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다. (148.3)
 요한계시록 8:3-52절6절 사이에 간주곡(間奏曲)처럼 삽입된 막간(幕間)의 장면이다. 2절은 나팔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일곱 천사를 묘사한다. 그런데 이 일곱 천사가 그들의 나팔을 불라는 명령 6절에 가서야 내려진다. 이 두 절 사이에 있는 것이 3-5절인데, 이 부분은 성소를 배경으로 하여 일어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148.4)
 성경절 : 요한계시록 8:2-6

 (148.5)
 여기서 요한은 나팔을 가진 일곱 천사가 이 땅의 거민들에게 심판이 내릴 것을 예고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천사들이 나팔을 불기 전에, 다른 천사 하나가 금향로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 천사는 제단 곁에[그리스어 에피(epi), ‘위에(upon)’—역자 주]2 섰으며, 그 제단은 분명히 희생제물을 드리는 제단[번제단]이었다.3 이 희생제단은 성전 바깥뜰에 위치해 있었다. 성경 표상학(表象學, typology)에서 성전 바깥뜰은 이 땅[지상]을 의미한다(계 11:2 참고). 이것은 요한계시록 8:3-5에 나오는 장면이 지상에서 시작하는 것을 보여 준다. (149.1)
 제단에서 그 천사는 “많은 향을” 받는다(계 8:3). 그는 그 향을 성소[둘째 칸]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모든 성도들의 기도와 합하여 하나님의 보좌앞에 금향단에 드린다. “향의 연기가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갔다(계 8:4). 그 다음 이 천사는 금향로에다 금제단의 불을 담아서 그것을 땅[지상]에 내던진다. 그 불이 담긴 금향로를 땅에 던질 때,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다(계 8:5). 이것은 일곱 천사들이 그들의 나팔을 불라는 신호였다. (149.2)
 이 장면은 지상 성전에서 매일 행해지는 봉사(奉事)를 반영한다.4 희생되는 어린양을 희생제단 위에 올린 후, 그 양의 피는 제단의 밑바닥에 부어졌다. 봉사를 맡은 제사장은 금향로를 취하여 거기에다 제단에서 가져온 숯불을 가득 담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향을 가지고 성전 안으로 들어가서 성소[둘째 칸] 안에 있는 금제단 위에 그것을 드렸다. 향을 드린 후, 제사장은 성전 밖으로 나와서 희생 제단과 성전 입구사이에 있는 포장된 플 바닥에 향로를 내던졌고, 그때 매우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 순간에 일곱 명의 제사사장들이 나팔을불어 매일의 성소 봉사가 끝났음을 알렸다. (149.3)
 요한계시록 8:5에서 천사가 금제단으로부터 불을 취하여 금향로에 가득 담아 반역한 인간들이 사는 땅에 던지는 장면은 에스겔이 본 이상 속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이 그룹들(cherubim) 사이에서 핀 숯을 취하여 죄가 가득한 예루살렘 위에 내던지는 장면(겔 10:2)을 반영(反映)한다. 에스겔의 이상은 요한계시록 8:5에서 숯불이 담긴 향로를 지상에 던지는 것이 심판을 의미함을 보여 준다. (150.1)
 요한계시록 8:3-5에 기록된 상징적 행동—지상 성전의 매일의 봉사를 따라함—은 일곱 나팔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통찰을 제공한다. 천사가 금제단 위에 사르는 향은 하나님의 백성의 기도를 나타낸다(계 5:8; 참고 시 141:2). 이 향을 태우는 불은 희생제단에서 가져온 것이며, 그 제단 아래서는 순교당한 성도들의 피가 다섯째 인을 떼실 때에 “거룩하시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의 피를 갚아 주시지 아니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 하나이까?”(계 6:10)라고 하나님께 탄원한다. 이것은 그 천사가 하나님 앞에 드리는 향이 하나님의 고난당하는 백성의 기도를 상징함을 보여 준다. 이제 요한계시록 8:13에 나오는 죽임을 당한 성도들의 기도의 응답으로 “땅에 거하는자들”에게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150.2)
 일곱 나팔은 하나님의 억압받는 백성의 기도의 응답하여 그분이 역사 속에 개입하시는 것을 가리킨다. 그 나팔 소리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해친 자들에게 내릴 심판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악인들에 대한 마지막 선고는 아니다. 그 목적에 있어서 징벌적인 이 심판은 자비가 섞인 심판이다. 이 심판의 목적은 땅에 거하는 자들에게 너무 늦기 전에 여호와의 날에 관한 경고를 주는 것이다. (150.3)
 그렇다면 일곱 나팔은 인간 역사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 것인가? 지상 성전에서 드려진 매일의 봉사는 요한계시록의 일곱 나팔이 울리기 시작하는 때에 관한 실마리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지상 성전애서 나팔들은 희생제물이 제단 위에 드려진 후에 울려 퍼졌다. 이와 같은 절차를 따른다면, 일곱 나팔을 부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에 시작된다. 그와 같은 일은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중보하시고(계 8:3-5) 복음이 전파되는 동안에(10:8-11:14) 일어난다. 그러므로 일곱 나팔은 그리스도 교회 시대—십자가로부터 재림까지, 즉 일곱째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나님께서 그분의 나라를 세우실 때까지—에 관한 것이다(11:15-18). (150.4)
 일곱 나팔은 일곱 인(9)과 동일한 역사의 구간에 일어난다. 이 두 가지 시리즈는 구조적으로나 순서상으로 서로 일치한다. (151.1)
일곱 인 (印) 일곱 나팔
네 명의 말탄자 처음 네 개의 나팔
다섯째 인과 여섯째 인 다섯째 나팔과 여섯째 나팔
막간 기간(계 7장) 막간기간(계 10:1-11:14)
일곱째 인 일곱째나팔
(151.2)
 시대적 순서로 볼 때, 인들과 나팔들은 둘 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승천 이후의 제1세기에 시작되었다. 이 두가지 시리즈가 끝나는 때는 세상 역사의 마지막때이다. 구조상으로 볼때, 이 두가지 시리즈는 2개의 그룹으로 세분되는데, 첫그룹은 4개로 되어 있고, 둘째 그룹은 3개로 되어 있으며, 각 시리즈의 여섯째[인과 나팔]와 일곱째[인과 나팔] 사이에 막간의 기간들이 있다. 여섯째 인과 일곱째 인 사이의 막간은 마지막 때의 하나님의 백성에 대해 묘사하는 반면에 여섯째 나팔과 일곱째 나팔사이의 막간은 마지막 때 동안의 그들의 경험과 역할을 묘사한다. (151.3)
 이 두 시리즈 사이의 차이점은 그것들이 초점을 어디에다 두느냐이다. 인(印)들은 일차적으로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공언하는 사람들—그들이 아무리 복음에 불충실하더라도—관한 것이고, 나팔들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한다고 공언하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들 두 그룹의 사람들이 다 구원받기를 원하신다. 그분은 구원의 문이 닫히기 전에 그들을 구해 내기를 원하신다.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