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아브라함의 대가족이 우르에서 하란을 거쳐 가나안으로 들어가기까지 거친 유프라테스 강인데, 이 강물 건너편에 바벨론의 유적이 보인다.
(172.1)
 바빌로니아는 처음부터 메소포타미아에서 이 지역을 통일한 대국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함족(Hamitic) 계열의 수메르인들(Sumerians)이 나타나 이 두 강 사이의 비옥한 땅 여기 저기에 강물을 따라 성들을 건축하여 산발적으로 각각 독립된 소도시 국가들을 건설했던 것이다. 그것들 중 대표적인 도시들은 에리두(Eridu), 우르(Ur), 우룩(Uruk), 닙푸르(Nippur), 라가쉬(Lagash), 라르삼(Larsam), 이신(Isin), 움마(Umma), 바벨론(Babylon) ... 등이며, 상부 지역에는 키쉬(Kish), 마리(Mari), 십파르(Sippar), 구테아(Guthea) ... 등등이 악갓인들(Akkadians)에 의해 세워졌다. (172.2)
 

아브라함의 대 가족이 가나안을 향하여 이동하는 모습
(173.1)
 바빌로니아는 아무루 왕조(Dynasty of Amurru)의 제6대 왕 함무라비(1729-1686 B.C.)시대에 황금기를 조성했던 아모리족(Amorite)의 고대 바빌로니아(ca. 1831-1530 B.C.)와 느부갓네살(605-562 B.C.) 왕 때 절정기를 이룬 갈대아 족의 신 바빌론니아(625-538 B.C.)로 크게 구분짓는다. 그리고 이 두 제국들이 각각 이 지역을 통일하여 대국을 건설할 때까지는 메소포타미아의 춘추 전국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173.2)
 이 두 전란 과정에서 수메르인들의 최고신 “엔—릴”(En—lil) 신화에서 셈족들의 일개 지방 신에 불과했던 마르둑 신화로 변조되었던 것이다. 일차적으로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는 바벨론의 수호신 마르둑을 메소포타미아 전역의 최고신 엔—릴과 동격의 신으로 격상되었음을 선포하여 “벨—마르둑”(Bel—Marduk)이라 했다. “벨”(Bel)은 셈어로 “엔—릴”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주”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신—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은 “엔—릴”신을 아예 없애버리고 오직 마르둑만이 홀로 최고의 신으로 봉하게 했다. 그리하여 모든 신들은 바벨론의 수호신 마르둑에 복속시켰다. 이렇게 해서 만든 7층 신전탑이 “에—테멘—안—키” (E—temen—an—ki)였고 그 꼭대기에 마르둑 신을 위한 거대한 신전 “에—사길—라”(E—sagi—la)를 세웠던 것이다. (173.3)
 

아브라함시대의 메소포타미아
(174.1)
 이것은 일종의 찬탈적 행위였다. 메소포타미아 전지역에서 홀로 최고의 신으로 각광 받아왔던 “엔-릴”신은 이 지역의 일개 지방 도시였던 바벨론의 수호신인 마르둑에 의해 영광의 권좌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선지자 이사야는 고도 바벨론을 “왕중왕”이신 그리스도의 왕권을 엿보고 찬탈하고자 했던 “루스벨”(Lucifer)로 표상했던 것이다(사 14:12-17). (174.2)
 루스벨은 안식일 대신 일요일을 세계적 성일로 제정 공포함으로써 세상의 군주로 존대 받기를 원했다. 그것은 안식일이 그리스도의 창조주 하나님 되심을 선포하는 날이라면, 일요일은 사단이 그것을 찬탈하여 흑암의 세력의 권좌를 이 세상에 영원히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바벨론을 보이지 아니한 사단의 세력의 아성으로서 기반이 다져지고 강대국의 수도로 확장해 갔다. (174.3)
 

우르 도성의 유적, 이라크
(175.1)
 

우르 도성의 유적을 근거로 한 것으로 축제의식을 위하여 그들의 수호신 난나를 지구라트의 대신전으로 모시고 가는 모습
(176.1)
 이 지역에서 일찍이 가장 먼저 패권을 장악한 도시국가는 우르(Ur)였다. 우르는 월신 난나르(Nan-nar)를 수호신으로 섬겼으며 그 신전은 에둡-랄마(Edub-lalmah)인데 두꺼운 벽으로 둘러 있었고 그 안에 또 여신 닌-갈(Nin-gal)을 모시고 있었다.1) (176.2)
 그래서 “우르는 월신 난나르의 중요한 숭배지였다. 그리고 그곳은 문화와 학문 그리고 무역의 중심지였다.”2) (176.3)
 2. 메소포타미아의 춘추 전국 시대
 

콘도르의 비. 에안나둡의 대 움마전쟁이 기록된 비. 방패를 든 병사와 장창병의 4열 6인 종대로 이루어진 밀집대를 에안나가 인솔하여 움마 병사드을 분쇄하며 전진하는 모습이다. 루브르 미술관 소장.
(177.1)
 한때 이 지역에서 우르와 패권을 다툰 도시 국가는 라가쉬였다. 라가쉬는 우르 제1왕조를 멸망시키고 대국으로 군림했었다. 라가쉬의 수호신은 닌-기르수(Nin-Girsou)였다. 당시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나라가 인근의 여러 나라의 정복에 성공한 것은 오로지 이 수호신의 가호에 의한 것이라고 믿었다. 이처럼 수메르인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도시들은 신에 의하여 다스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신의 이름은 도시마다 다르지만 신전이 그 도시 생활의 중심이었다. 그것은 종교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경제 그리고 교육의 중심이기도 하였다. (177.2)
 

메소포타미아의 전설적인 영웅 길가메시의 서사시 중 제 11장의 점토판, 바빌론의 대 홍수설, BC. 7세기의 문서, 앗시아 제국 수도 니네베(니누웨) 의 앗슈르 바니 아플리 왕의 왕궁 도서관 출토, 대영 박물관 소장
 그래서 “엔시”(Ensi) 혹은 “루갈”(Lugal)로 불린 국왕은 이 신의 소작인이라고 생각되었다. 왕은 국토 전체를 신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그러므로 왕은 해마다 특별한 축제 의식을 지내며 신으로부터 1년간씩 차용을 연장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3) 수메르인들은 그들의 수호신들이

 ① 모든 천재지변의 재난들을 막아 보호해 주고,

 ② 농사로 풍작을 수확하게 해주며,

 ③ 자녀들을 다산케 해주고,

 ④ 가정들을 부요하게 해 주며,

 ⑤ 국가를 부강하게 해 주고,

 ⑥ 외적의 침략에서 보호해 주며,

 ⑦ 전쟁에서는 승리를 안겨다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178.1)
 

엔-릴 신상. 수메르의 주신. 높이 61cm, 이라크 국립 박물관 소장
 그리고 전승의 영광을 그 신에게 돌렸다. 그래서 루갈들은 신에게 충성을 다했다. 이 라가쉬와 다시 패권을 다투게 된 나라는 움마였다. 움마의 엔시, 루갈-작기시(Lugal-Zaggisi)는 경쟁 상대국인 라가쉬를 파하고 연이어 우룩을 정복하여, 이곳을 도읍하고 여세를 몰아 수메르의 도시들을 차례차례 공략하여 50여 개의 성들을 굴복시켰다.4) 그런데 이 움마와 라가쉬와의 최후 결전의 전과가 승전국과 패전국 양편에 각각 비문으로 남겨져 있다. 승자인 루갈-작기시는 움마의 비문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