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불평과 원망, 신음과 탄식으로 점철되었던 시편은 마침내 마지막 일곱 편(144~150)에서 김사의 찬양이 강세를 더해 가며 고조되다가 마지막인 150편에 이르러서는 끝내 장엄한 할렐루야(여호와를 찬양하라)의 폭죽을 터뜨려 하늘과 땅을 온통 찬양의 불꽃으로 뒤덮는 벅찬 감격에 휩싸여 들어간다. (47.2)
첫번째 탄식—자식 때문에
시편 1편에서는 그토록 행복을 원하던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은 “여호와의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데 있음을 깨우쳐주며, 이어 2편에서는 마침내 죄의 통치를 끝내시고 평화로 다스리시며 행복을 가져다주실 왕이신 메시아를 소개한다. 시편은 이제 3편부터 17편(8, 9, 15편 제외)까지 깊은 데서 탄식하며 도움을 호소하는 인간의 탄원을 접수하기 시작한다. (48.1)
첫 번째 탄식시의 사연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배역한 자식 때문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갈등을 겪는 다정 다감한 아버지의 탄식이다. 인륜을 저버리고 아버지를 대적하여 반역의 칼을 뺀 탕아 압살롬과 변절한 신민(臣民)들로 졸지에 홍수처럼 불어난 반군을 피하여 경황 없이 피난길에 오른, 노년에 접어든 무력한 왕 아버지 다윗의 처절한 탄식이다. 그것이 시편 3편의 표제에 나타난 사연이다. (48.2)
20마일 밖 헤브론에서 살기 등등한 아들 압살롬이 부왕을 무찌르기 위해 진군을 서두르는 동안 정든 예루살렘 궁전을 떠나 기드론 시내를 건넌 “다윗이 감람산길로 올라갈 때에 머리를 가리우고 맨발로 울며 행하고 저와 함께가는 백성들도 각각 머리를 가리우고 울며 올라가”(사무엘하 15장 30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48.3)
갑자기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확신이 마음을 채웠다. 불안이 가시자 몰려오는 피곤과 함께 잠이 쏟아졌다. 위험한 피난길의 노숙으로 잠시 눈붙인 것이지만 평안한 단잠이었다.
(48.4)
“도망의 비탄과 피로에 시달리며 다윗과 그의 일행은 몇 시간 쉬어가기 위해 요단강 가에 머물렀다. 그러나 즉시 도망하라고 청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어둠 속에서 남녀와 어린 아이들 일행은 깊고 물살이 빠른 강물을 건너지 않으면 안되었다. 반역한 아들의 군대가 그들을 추격하기 때문이었다”(엘렌 G. 화잇. 교육. 214). “다윗이 일어나 모든 백성과 함께 요단을 건널새 새벽에 미쳐서 한 사람도 건너지 못한 자가 없었더라”(사무엘하 17장 22절). (48.5)
자기 몸에서 낳은 자식이 원수가 되어 대세를 따라 재빨리 마음을 바꾼 다수의 신민을 이끌고 자신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추격해 오는 이 참담한 시간, 다윗의 심령은 한없이 깊은 데서 탄식한다. (49.1)
그러나 이러한 기막힌 시련,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소시(少時)부터 곤란을 당하여 죽게 되었”(시편 88편 15절)으나 한결같이 하나님을 의지해온 다윗의 철석같은 믿음을 부수지는 못하였다. 참으로 “저희가 나의 소시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게 하였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시편 129편 2절). (49.3)
소시로부터 한 번도 자신을 잊거나 버리지 아니하신 그 하나님이 지금 이 암담한 시간, 애처롭게 도우심을 간구하는 자신을 변덕스런 인간처럼 버리실 리가 없다. (49.4)
갑자기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확신이 마음을 채웠다.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가 희망으로 밝아지자 마음은 한없이 평안해졌다. 불안이 가시자 몰려오는 피곤과 함께 잠이 쏟아졌다. 피난길의 잠은 한 없이 달았다. 위험한 피난길의 노숙으로 잠시 눈붙인 것이지만 평안한 단잠이었다. (50.2)
그렇다! 풍전등화와 같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나의 방패이신 여호와, 모욕과 수치와 절망으로 땅에 닿도록 수그러진 나의 머리를 다시 들게 하여 영광을 되찾아주실 나의 하나님, 그분께 나는 탄원할 것이요 그 응답은 언제나 확실하다. (50.3)
단잠은 아무나 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밤마다 수면제를 복용하고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편 2절). 다윗은 곤란과 번민 중에도 단잠을 자는 비결을 알았다. 그는 그것을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라고 고백한다. 그렇게 두렵던 많은 대적, 몰려오는 반군들이 이제는 겁나지 않았다. 한 분 하나님이 그에게는 다수였으므로 그를 둘러치려는 인간의 다수인 천만인이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