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요한계시록 제6장 하늘 보좌실의 장면
 요한계시록 4장은 새 계시의 시작이다. 여기서 장면은 땅에서 하늘로, 요한의 당시로부터 미래로 바뀐다(계 4:1).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언어도 바뀐다. 일곱 교회 에 보낸 기별들은 비교적 직설적인 언어로 기록되어 있어서 간혹 상징들을 사용했 지만 일반적으로는 쉽게 이해되었으나, 이제부터는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복합적 인 상징적 언어가 많이 사용된다. 미래에 대하여 요한이 기술(記述)한 것은 독특한 상징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대 묵시문학을 연상케 한다. (91.1)
 성경절 : 요한계시록 4:1-11 (91.2)
 요한계시록 4장에서 요한은 이상(vision) 속에서 땅으로부터 하늘로 옮겨졌으며, 거기서 그는 열린 문을 본다. 요한은 앞서 제1장에서 들은 나팔소리 같은 예수님의 음성이 “이리로 올라오라, 이후에 마땅히 될 일을 내가 네게 보이리라”(계 4:1)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여기에 기록된 “이후에”(“after these things”)라는 표현은 요한계시록 1:19에서 예수님이 요한더러 기록하라고 하신 “네가 본 것”“이제 있는 일”—일곱 교회에게 보낸 기별들—과 “장차 될 일”을 가리킨다. 그 일곱 교회에 보낸 기별들(2-3장)을 들은 후에 계시자(Revelator) 요한은 이제 장차, 즉 그의 시대 이후로 마지막 때에 이르기까지 꼭 일어날 일들을 보게 된다. (92.1)
 요한계시록 4:1에서 일곱 교회 “이후에 마땅히 될 일”이라고 한 것은 4-5장의 내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6-22장 일어날 일들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6-22장은 요한의 시대로부터 그리스도의 재림까지의 역사를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개관(槪觀)이다. 4-5장은 뒤에 따르는 요한계시록 전체의 내용을 위한 도입부이고, 따라서 연대적으로 이 이상의 순서에 맞지 않는다. 장래 일이 요한에게 계시되기 전에 그는 하늘의 보좌실로 인도되었고, 거기서 하늘아버지의 오른편에 있는 보좌에 앉으신 그리스도의 존귀하신 모습을 잠깐 보았다. 이렇게 힘으로써 계시자 요한은 이제 막 그에게 계시될 장래의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하늘의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온 우주를 다스리시고 주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의 역사를 종결시키시고, 죄의 문제를 결정적으로 처리하실 것이다. (93.1)
 하늘 보좌실 (4:2-3, 5-6)
 하늘의 열린 문을 통해 요한은 하늘 성전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먼저 요한의 의를 사로잡은 것은 아버지 하나님께서 앉아 계시는 장엄한 보좌였다. 이 보좌는 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중심으로, 4-5장에서 열일곱 번이나 나타난다. 이 하늘 보좌실에 있는모든것이 이 보좌와 관련하여 묘사된다. 예를 들면 “보좌 둘레/주위에”(계 4:3, 4, 6; 5:11), “보좌로부터”(계 4:5), “보좌 앞에”(계 4:5-5, 10), “보좌 가운데”(계 4:6; 5:6) 등이다. 이 이상에서 보좌가 중심인 것은 이 계시의 기본 신학이다. (93.2)
 찬란한 하늘 보좌실을 요한이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일찍이 미가야(왕상 22:19), 이사야(사 6:1-3), 다니엘(단 7:9-10) 등이 장엄한 하늘의 보좌와 하나님을 섬기는 천군들의 광경을 보고 각기 독특하게 묘사하였다. 그러나 요한계시록 4장과 가장 근사하게 다룬 것은 것은 에스겔 1장이다. 요한계시록 4장에 나오는 단어들의 약 5분의 1이 에스겔 1장의 보좌 이상에서도 나타난다. (93.3)
 구약에 기록된 하늘 보좌에 대한 모든 이상에서 하나님은 항상 그 보좌에 좌정하신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고대 세계에서 보좌는 권세와 권위를 의미했고, 그 보좌에 앉은 사람은 하나의 영토를 다스렸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보좌는 온 우주를 다스리는 권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통치하시는 권위는 찬탈하는 원수의 도전을 받았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통치권과 권세에 반대하는 사탄과 보좌와 지상에서 그를 추종하는 집단에 대해 언급하였다(계 2:13; 13:2; 16:10). 이와 같은 하나님과 사탄 사이에 계속되는 대쟁투의 중심 문제는 누가 우주를 다스리는 권세를 가졌는가 하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4-5장은 이 쟁투의 결정적 사건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은 갈바리의 십자가에서 당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죽음으로 인하여 그분이 하늘 보좌에 오르신 것이다. (93.4)
 요한은 구약의 선지자들이 사용한 신인동형설적(神人同形說的, 하나님을 인간과 같은 형상으로 묘사하는 표현법)인 언어로 하나님을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특징적인 형태를 취하는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광채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은 “가까이 가지 못할 빛에 거하시고, 아무 사람도 보지 못하였고, 또 볼 수 없는 자”(딤전 6:16)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구약은 자주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찬란한 영광에 둘러싸여 계신 것으로 묘사한다(시 104:2; 겔 1:26-28), 요한은 그것을 벽옥(jasper), 홍보석(sardius [camelian]), 녹보석(emerald)과 같은 눈부신 광채를 발하는 보석들로써 묘사했다(계 4:3). 고대에 이 세 가지 보석은 모든 보석들을 대표하는 보석이었다.1 에스겔은 루시퍼(Lucifer)를 두로(Tyre)의 왕을 대표하는 존재로 묘사하면서 그를 장식하는 다른 보석들과 함께 이 세 보석을 언급하였다(겔 28:13). (94.1)
 이 세 보석을 선택한 것은 이 장면이 갖는 신학적 중요성을 더해 주고 있다. 홍보석(sardius)과 벽옥(jasper)은 구약시대의 대제사장의 가슴에 달던 판결흉패(출 28:15)의 첫 번째와 마지막 보석으로, 야곱의 첫아들 르우벤과 막내 아들 베냐민을 각각 대표했다. 녹보석(emerald)은 넷째 아들 유다를 대표한다(출 28:17-21).2 이 세 보석은 새 예루살렘 성의 초석인 열두 사도들을 대표하는 열두 보석들 중에 들어 있다(계 21:14, 19-20). (94.2)
 이 보석들이 비추는 찬란한 광채는 보좌를 둘러싼 무지개 빛을 발한다(계 4:3). 에스겔은 요한보다 수세기 전에 이상 가운데서 본 무지개를 보았는데, “이는 여호와의 영광의 형상의 모양”(겔 1:28)을 의미했다. 무지개는 또 하나님의 언약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보석들과 무지개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하신 약속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언약을 신실히 지키실 것에 대한 믿음을 부여한다(창 9:12-17). (95.1)
 그 보좌 앞에는 밧모 섬 주위의 바다를 닮은 “수정과 같은 유리 바다”(계 4:6)가 그 이상속에서 펼쳐졌다. “수정과 같은”이라고 한 요한의 표현은 에스겔도 그가 본 이상을 묘사하는 데 사용하였다(겔 1:22). 요한이나 에스겔의 시대보다 수세기 전에 모세와 장로들은 “이스라엘 하나님을 보니, 그 발아래는 청옥을 편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출 24:10)라고 묘사했다. (95.2)
 요한은 또 그 하늘 보좌로부터 나오는 번개와 음성과 뇌성을 목격하고 들었으며(계 4:5), 이것들은 하늘 보좌의 장엄한 위용을 더욱 강화시키는 장면이다. 이와 같은 하늘 보좌의 이상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종살이에서 구출된 후 하나님의 백성과 “제사장 나라”(출 19:4-6)로 세워질 때,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시던 장면(출 19:16; 30:18)을 떠오르게 한다.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피로 인류를 구속하신 다음 하나님으로부터 인봉한 두루마리를 받으시고, 구속함을 받은 사람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을” 삼으신다(계 5:7-10).3 (95.3)
 하늘 보좌실의 회중(4:4-11)
 하늘 성전의 보좌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리를 수용하는 장엄하고 위엄이 가득한 곳이다. 요한은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네 부류로 구분한다. (95.4)
 신성(神性, Godhead)의 삼위(三位)
 요한이 보좌실에서 본 첫 번째 분은 보좌에 앉으신 아버지 하나님이시다(계 4:2). 이분은 이 보좌 주위에 모인 모든 무리의 경배의 대상이시다. 그 다음에 언급한 분은 신성의 제2위이신 성령님이시다(참고 1:4). 그분은 “하나님의 일곱 영”으로 불리셨고, 하나님 앞에 켜진 “일곱 등불”로 상징되었다(4:5). “일곱 영”이란 칭호는 교회 안에서 행하시는 성령의 사역의 충만함과 보편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신성의 한 분, 곧 예수님이 빠진 것을 알수 있다. 예수님은 하늘에 있는 온 회중의 영접과 경배를 받는 계시록 5장에서 비로소 나타나신다. (95.5)
 24 장로(4:4)
 보좌 주위에 24 장로가 다른 24 보좌에 둘러앉아 있다. 그 장로들은 흰옷을 입고 금 면류관을 쓰고 있다. 이 장로들은 요한계시록 전체를 통해서 언급된다.4 그 장로들은 하나님의 보좌를 둘러 앉아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5 그리고 그중의 한 장로는 두 번이나 요한이 본 이상을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었다(계 5:5; 7:13-14). (96.1)
 어떤 학자들은 이 장로들이 천사의 무리로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이나 유대인 전승 어디에서도 천사를 장로라고 부른 예가 없고, 장로는 인간에게만 사용된 칭호다. 요한계시록 7:11에서 장로들은 천사들과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더 나아가서, 이 장로들은 하나님의 보좌에 함께 앉아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천사들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 항상 서 있다. 또 이 장로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좌에 함께 앉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승리자들을 대표한다. 또한 이 장로들은 횐옷을 입었는데, 요한계시록에서 횐옷은 하나님께 충성한 자들이 입는 옷이다(계 3:4-5, 18; 6:11; 7:9, 13-14). 끝으로, 그들은 금으로 된 승리의 면류관들(그리스어 stephanoi)을 머리에 쓰고 있다. 이 승리의 면류관은 오직 승리한 성도들에게만 약속된 것이다(계 2:10; 3:11; 참고 딤후 4:8; 약 1:12; 벧전 5:4). 그들이 왕관이 아닌 승리의 면류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24장로들이 우주에 있는 다른 세계에서 온 통치자들이 아니라, 이 지구에서 구속받은 인간들임을 보여 준다. (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