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마귀와 여자 (요한계시록 12장)
 여자
 이러한 희망과 심판의 배경에서 우리는 본 구절의 이상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언약궤를 볼 수 있도록 말려들었던 동일한 하늘이 이제는 해를 입고, 달빛으로 신을 신고, 열두 별의 면류관을 쓴 아름다운 여인을 보여 준다. (143.1)
 이상은 여러 가지의 잘 알려진 성경에 나오는 상징들로 짜여 있다. 성경에서 여자의 이미지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한편에서 여자는 하나님의 신부 또는 사랑받는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상징된다. 그분이 사랑하시는 이스라엘 백성이 그렇다. (143.2)
 아가(雅歌)와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호세아, 아모스 등 모든 선지자들은 이스라엘과 그 하나님 사이의 사랑의 관계에 대하여 증언한다. (143.3)
 다른 한편으로 여자는 어머니, 즉 생명의 약속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담은 “모든 산 자의 어미” 라는 뜻으로 그 아내의 하와라는 이름을 지었다.(창 3:20). 첫 사람에게 그 여자는 생존의 보장을 의미하였다. (144.1)
 인류의 씨는 생명을 얻기 위하여 여자를 통하여야 한다. 창세기의 저자에게 있어서 여자는 세상을 구원할 씨(창 3:15)를 가진 존재이다. 여자 이미지의 두 측면은 사실상 서로 관련되어 있다. 결혼 관계를 통하여 아내는 어머니가 되기 때문이다.

  (144.2)
 본 구절에서 여자의 이상은 요셉의 꿈을 연상케 한다(창 37:9~11). 해, 달과 별들은 이스라엘의 가족, 즉 야곱, 라헬과 열두 아들을 의미 한다. 그들의 빛으로 둘러싸인 여자는 이스라엘, 하나님의 백성을 묘사한다. (144.3)
 게다가 여자는 이제 첫 해산의 고통을 경험한다. 성경과 유대 전통에서 출산은 그리스도의 희망을 상징한다.1 새 생명을 기다리는 조급함은 불확실한 결과 때문에 괴로워하고 육체의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힘들어 한다. 약속이 있을 뿐이다. 믿음만이 약속을 낳는 생명의 씨앗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고통당하는 여자의 이미지에 함축되어 있다. (144.4)
 마귀
 하나님이 전격적으로 역사에 개입할 것이라는 희망에 찬 선지자는 또한 그 소망의 원수인 용을 목격한다. 이상은 다시 구약의 상징을 도입한다. 창세기의 첫 부분에서부터 뱀은 악의 화신으로 나온다(창 3장). 그는 첫 남자와 첫 여자를 불순종과 죽음에 빠뜨리도록 유혹한 자이다. 나중에 선지자들은 뱀의 이미지를 교만하고 사악한 애굽 제국을 묘사하는 데 사용하였다.2 기원전 1세기의 저작으로 추정되는 지혜서에서도 에덴동산의 뱀을 마귀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3 마찬가지로 랍비들의 주석에서도 신화 속의 뱀을 사탄 자신의 대리자로 이해한다. 그 중에서도 11세기의 저명한 유대인 주석가 이븐 에즈라(Ibn Ezra)와, 후대의 이탈리아계 유대인 주석가 스포르논(Sforno) 역시 그러한 전통을 증언한다.4 본 구절은 그러한 사상을 따른다. 몇 절 아래에서 계시록은 명백하게 그 용 을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라고 확인한다(계 12:9).

  (144.5)
 너무나 자주 사람들은 마귀를 고대 신화와 이야기 속으로 집어넣어 버렸고 마침내 그는 종교적인 의식(意識)에서부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는 반어적으로 이러한 회의주의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다. 그 위대한 마귀는 보들레르에게 말하기를,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명석한 설교자가 다음과 같이 설교하던 날 딱 한번 그의 능력을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친애하는 형제들이여, 이렇게 계몽된 세상의 진보에 대하여 들으면서, 마귀의 가장 위험한 함정은 여러분이 그의 부재(不在)를 믿도록 속이는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5 선지자의 예리한 눈은 현실을 꿰뚫어보고 “온 천하를 꾀는 자”(계 12:9)의 악행을 드러낸다. 마귀를 탐지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의 모습은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뿔과 꼬리가 달린 것과 다르다. 참으로 사탄은 변장의 명수이다. 가장 이타적인 행동들, 가장 고귀한 열망 그리고 가장 성스러운 대의(大義)가 그의 계획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일 수 있다. 마귀는 악 위에 선으로 옷을 입은 자이다. 실제로 그는 아담의 타락 이야기에서도 그렇게 나타난다. 거기서 뱀은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제시한다(창 3:5). 계시록에서 마귀는 하나의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실체로서 존재한다. (145.1)
 그 책은 또한 사탄을 특이한 열 뿔 달린 짐승으로 묘사한다. 그것은 다니엘 7장의 넷째 짐승을 연상시킨다. 그 머리의 수(일곱)는 신성한 수이며, 그 용/뱀의 초자연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그 짐승은 절대 악을 체현하고 있다. 그의 불타는 붉은 색은 그가 발산하는 잔인함과 난 폭함의 기운을 더한다. (146.1)
 우주의 전쟁
 하늘에서 일어난 전쟁
 싸움은 하늘에서 시작된다. 악(惡)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주적인 고민거리이다. 선지자 이사야와 에스겔도 그와 같은 사실을 증언한다. 두로와 바벨론에 대한 신탁(神記)에서 그들은 하늘에서 일어난 전쟁을 암시하면서, 동일하게 찬탈자 천사의 타락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너는 기름부음을 받은 덮는 그룹임이여 내가 너를 세우매 네가 하나님의 성산에 있어서 화광석(火光石) 사이에 왕래하였도다 네가 지음을 받던 날로부터 네 모든 길에 완 전하더니 마침내 불의가 드러났도다 ∙∙∙ 네가 아름다우므로 마음이 교만하였으며 네가 영화로우므로 네 지혜를 더럽혔음이여 내가 너를 땅에 던져 ∙∙∙. 너로 땅 위에 재가 되게 하였도다”(겔 28:14~18: 참조 사 14:13~15).

  (146.2)
 요한계시록 12장에 의하면 이 전쟁은 갑작스럽게 발발하였다. 계시록은 그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혹자는 그 상황에 대한 에스겔의 단순한 서술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네 안에] 불의가 드러났도다”(겔 28:15) 악의 발생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의 실존에 부조리가 지배하는 것은 사탄과 그의 귀신들이 그리로 침입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들을 하늘로부터 쫓아내어 땅이 창조되기 전의 공허와 혼돈함 속으로 추방하였다. (147.1)
 하나님께서 마귀가 지배하는 이곳을 정확하게 지구와 인간 창조의 장소로 선택하신 것은 충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거기에는 원대한 의미가 있다.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구원이 그분을 거역한 바로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세상은 공허와 혼돈으로부터 창조되었다. (147.2)
 땅 위의 전쟁
 지구와 마주치자마자 마귀는 여자를 공격한다. 그녀는 그의 첫 번째 희생자였고(창 3:1 이하), 그는 끊임없이 여자를 추적하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구원의 씨앗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진리가 성경의 가장 첫 부분에 기록된 것을 본다. 아들 아벨이 죽고 나서 하와는 그 대신에 셋을 얻는데, 그는 하나님이 세상의 구주의 족보를 시작하기 위하여 “심어 두신” 씨앗이었다. “하나님이 두셨다” 또는 “하나님이 주셨다”(창 4:25)라는 뜻을 가진 셋이라는 이름은 그분께서 역사에 개입하셨음을 시사한다. 셋(히브리어로 셰트[Shet])이라는 이름에는 성경의 첫 예언에 들어 있는 동사가 공명(共鳴)하고 있다. “내가 너와 여자 사이에 적대감을 둘(히브리어, 셰트)것이고, 너의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도 그러할 것이다”(창 3:15).

  (147.3)